"딴 나라 얘기" 정년연장 추진에 중소기업 경영진 '속앓이'

중소기업, 매출 20%가 인건비…"대기업의 2배 수준"
60세 정년제도 '그림의 떡'…"임금조정 가능하게 해야"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고양시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2025.11.6/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올리는 정년 연장이 여권 주도로 추진되는 가운데 중소기업계에서 "임금 조정 없는 정년 연장은 노동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정년연장특별위원회에서 양대 노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와 65세 정년 연장을 논의 중이다.

최근 양대 노총이 국회를 찾아 올해 안에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여권은 연내 입법을 목표로 최종안 도출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취지 자체는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황에서 고령자의 조기 퇴직은 소득 공백과 연금재정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중소기업계가 우려하는 지점은 '임금 조정' 여부다. 임금 조정은 퇴직 후에 호봉제로 높아진 임금을 깎고 계속 근로하는 일종의 '선별적 재고용'을 뜻한다.

노동계에서는 임금 조정 없는 정년 연장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중소기업계는 안 그래도 높은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진다며 반대한다.

10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18.1%로, 대기업(9.4%)의 2배 수준이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법정 정년연장 연내 입법 촉구 양대노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동 양극화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선 현행 60세 정년제 도입률도 절반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5~9명과 10~49명 규모 사업장은 정년제 도입 비율이 2023년 기준 각각 17.6%와 45.1%에 그쳤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90%에 육박했다.

정년연장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정년 연장을 강제하면 대기업 정규직만 혜택을 본다"며 "정년 없이 기간제로 이직하며 일하는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박탈감만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선책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절차 완화를 꼽았다. 현재는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임금 조정이 가능한데, 이를 '협의' 하에 가능하도록 예외를 두자는 것이다.

세제 혜택 등을 병행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8월 보고서에서 "정년의 의미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입장이 다를 수 있다"며 "인건비 및 인사관리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고용지원금, 세제 혜택 등 정책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동계는 임금 조정에 대해 "고용 불안감을 심화시킨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5일 기자회견에서 "선별적 퇴직 후 재고용은 불합리한 방식으로 임금을 삭감하고 단기 반복 계약을 통해 임금과 노동조건을 하향화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22대 국회에는 다수의 정년연장 관련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대부분 법안이 정부 지원을 병행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일부 개정안은 사업주의 고용의무 조항이 신설됐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