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부터 시군까지…지역이 함께 키우는 '협력형' 전통시장
[전국시장자랑]下 아주대와 팝업 연 경기 수원시 장안문거북시장
고흥군과 함께 '숯불생선구이' 브랜드 개발 나선 '고흥 전통시장'
- 이민주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젊은 세대가 찾아올 만한 장소로 탈바꿈하기 위해 시장뿐 아니라 지역과 대학이 함께 나서는 전통시장도 있다.
이들은 지자체와 힘을 모아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지역 축제와 연결해 체류형 즐길 거리를 마련한다.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협력형 전통시장'을 소개한다.
경기 수원시 장안문거북시장은 아주대학교와 함께 젊은 층 유입을 위해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협업에 나섰다.
장안문거북시장은 수원화성 정문인 장안문 북쪽에 있다. 1970년대 초부터 지역 주민들이 이곳에서 농산물을 사고팔았는데 토지 소유자의 별명(거북이)으로 불리다 현재의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 입구 양옆에 빨간 벽돌로 마감된 건물이 있어 레트로한 분위기를 풍긴다. 다양한 음식으로도 유명해 연중 먹거리 관련 축제가 끊이질 않는다. 시장 한편에는 '영화옛길'도 조성돼 있다.
먹거리와 야장이 유명한 시장이지만 볼거리나 즐길 거리가 부족해 젊은 층 유입이 적고, 방문객의 체류 시간이 짧았다. 이에 장안문거북시장은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와 함께 콘텐츠 발굴을 위한 '거북이 유니버스'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을 통해 '야장 별주부전'을 열고 매월 플리마켓, 전통놀이, DIY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아주대 서포터즈(터트리)는 시장 홍보를 위해 팝업스토어 진행, 네이버 플레이스 등록, 온라인 홍보, 서포터즈 활동 온라인 매거진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터트리는 35개 점포를 방문해 네이버 플레이스 등 정보 최신화 작업도 도왔다. 터트리가 제작한 매거진은 9000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남 고흥군에 있는 고흥전통시장은 특화상품인 숯불생선구이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상인협동조합을 만들어 상인, 전문가, 고흥군이 함께 홍보를 진행했다.
1915년에 설립된 깊은 전통의 고흥전통시장은 매달 4, 9일 열리는 오일장이 특징인 시장이다. 고흥의 신선한 농수산물과 곡물, 수산물, 잡화 등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특화상품인 숯불생선구이다. 100개의 점포 중 30곳이 숯불생선구이를 판매하며 이들 점포가 시장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시장의 갑오징어구이와 숯불생선구이는 방송 6시 내 고향에도 소개됐다.
고흥전통시장은 숯불생선구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상인협동조합을 설립하고 공동 브랜드 '숯불어락'을 만들었다.
고흥군, 고흥읍, 상인회, 사업단, 전문가가 뭉쳐 협동조합 설립부터 푸트코트 오픈·운영까지를 함께 진행했다. 푸드코트를 만든 덕에 고객들은 시장 내에서 구매한 숯불생선구이를 바로 먹을 수 있게 됐다.
브랜드 숯불어락을 통해 백반 전문식당도 개업했으며 '숯불어락 야시장' 개최로도 연결했다.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하자 시장 방문객이 늘고 만족도도 높아졌다.
앞으로의 목표는 식품제조가공업 허가 취득을 통해 판매 유통망을 확대하는 것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고흥전통시장의 숯불생선구이를 판매하는 그날까지.
충남 보령시의 대천항수산시장은 지역의 대천해수욕장, 보령 머드축제를 연계해 고객을 유입했다.
대천항수산시장은 서해안 최대 포구이자 전국 물동량 4위의 포구로 손꼽히는 곳이다. 보령 어민들이 매일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상설시장으로 활어, 어패류, 건어물부터 음식점까지 다양한 점포가 있다.
인근에 대천해수욕장이 있어 보령 머드축제 기간에는 해수욕장을 찾는 방문객 수가 16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정작 이들 중 시장으로 유입되는 방문객은 많지 않아 여름마다 비수기를 겪었다.
이에 대천항수산시장은 지역과 함께 해수욕장과 머드축제, 시장을 잇는 새로운 관광 모델을 기획했다. 사업단을 꾸려 시장 상인회를 비롯해 한국관광공사 보령관광두레, 대천관광협회, 보령시, 지역 로컬크리에이터 등과 협력했다.
이들은 장소 협조 및 운영 참여, 관광 프로그램 확보, 축제 홍보부스 무상 지원, 홍보 협조, 촬영 지원 등에 협력했고 관광 콘텐츠도 개발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참여형 이벤트가 '아이스맨 챌린지'다. 메인 이벤트인 얼음 끌기 챌린지 '얼어붙은 걸리버'를 비롯해 무더위를 식혀줄 다양한 얼음 게임들을 진행한다.
게임에 사용된 얼음들은 상인들이 수산물 포장에 재활용하며 자원 순환을 실천했다. 방문객들에게는 웰컴 패키지를 제공하고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플레이존과 먹거리존을 함께 운영했다.
보령 머드축제장 홍보부스에서 이벤트 참가 희망자를 모집한 뒤, 사업단 소유 차량 2대를 이용해 직접 축제장과 시장을 오가며 이동을 도왔다. 그 결과 지난해 행사 기간에는 6412명이 시장을 다녀가는 쾌거를 이뤄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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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편리한 온라인 장보기와 대형마트의 틈바구니에서 전통시장은 '낡고 불편한 공간'이라는 인식에 갇혀 있다. 손님 대부분은 동네 어르신들이고 젊은 세대에게는 스쳐 가는 공간 정도로 자리 잡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 속 전통시장이 변신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장을 보는 공간에서 벗어나 어떤 곳은 '축제의 장'으로 어떤 곳은 '먹거리 장터'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번 추석 연휴에 가족과 함께 찾을만한 전통시장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