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자사업 1.4조 허리띠 졸랐다…벤처·지역상권 육성 방점(종합)

[중기부 예산안]집행 부진 1.4조 삭감…벤처 예산은 대폭 늘려
일회성 현금지원 축소하고 상권육성에 방점…모태펀드 역대최대 규모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6년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집행이 부진한 융자사업 예산을 1조 4000억 원가량 삭감하고 벤처스타트업과 기업형 소상공인·지역상권 육성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예산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중기부는 2일 서울정부청사 별관에서 이같은 내용의 2026년 중기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내년 예산은 올해 본예산보다 10.5% 증액된 16조 8449억 원으로 편성됐다.

소상공인 예산이 5조 50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창업·벤처 4조 4000억 원 △디지털 및 AI전환 3조 7000억 원 △지역 기업생태계 구축 1조 3000억 원 등이 배정됐다.

예산 규모는 늘었지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집행이 부진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융자 사업 1조 4000억 원을 감축하고 관행적으로 나가는 경상비 등을 대폭 줄였다. 지난달 13일 열린 나라재정절약간담회에서 나온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일시적경영애로자금에서 3000억 원, 성장기반자금·소공인특화자금에서 2500억 원, 재도전특별자금에서 1500억 원이 감축됐다. 이 외에 신성장기반자금 5000억 원, 신시장진출지원자금 1000억 원, 재도약지원자금(재창업자금) 1000억 원도 축소됐다.

황영호 중기부 소상공인경영안정지원단장은 "집행률이 부진한 융자사업 예산을 줄이고, 경영안정자금 등 수요가 많은 사업 예산 규모는 늘렸다"고 했다.

일회성 현금지원도 중단한다. 소상공인 배달택배비 지원사업은 내년에 폐지된다. 노용석 중기부 차관은 "올해 한시적 사업으로 편성됐던 사업으로, 부담 완화를 위해 경영안정바우처로 포괄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6년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대신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진짜 성장'에 부합하는 사업들을 대거 신설하고 예산을 증액했다고 중기부는 설명했다.

먼저 지역상권 활력을 높이기 위해 K-관광·산업·문화를 접목한 상권르네상스 2.0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올해 44억 원에서 내년 378억 원으로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예산도 1281억 원으로 53% 증액했고, AI 활용 지원 예산 114억 원을 신규 반영했다.

부담경감크레디트는 '경영안정바우처'로 이름을 바꿔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공과금과 4대보험료, 통신비 등으로 쓸 수 있는 바우처 5790억 원을 투입한다. 지원 기준은 기존 매출 3억 원 이하에서 1억 400만 원 이하로 문턱을 높였다.

폐업 부담을 덜고 취·창업을 돕는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은 605억 원을 증액한 3056억 원을 투입한다.

중소벤처기업부 2026년 예산안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예산안 증가 폭이 가장 큰 정책 분야는 창업·벤처로, 올해 3조 5585억 원에서 내년 4조 3886억 원으로 23% 증액했다.

모태펀드 예산을 출범 후 역대 최대 규모인 1조 1000억 원으로 확대 공급한다. 이중 절반을 AI와 딥테크에 투자한다.

김봉덕 중기부 벤처정책관은 "타 부처 계정까지 포함하면 2조 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며 "혁신스타트업을 키워야 한다는 정부 목표가 명확하기 때문에 (역대 최대로) 조성했다"고 했다.

팁스방식 R&D는 성장단계별로 창업(팁스) → 성장(스케일업팁스) → 글로벌(글로벌팁스)로 지원하며, 창업성장기술개발 예산을 1907억 원, 투융자연계기술개발(스케일업 팁스) 예산을 1514억 원 증액했다.

아울러 전략기술 6개를 뜻하는 'ABCDEF'(인공지능, 바이오, 문화, 방산, 에너지, 제조)를 중심으로 창업 지원체계를 개선한다.

이 외에 중소기업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보다 45% 늘려 역대 최대인 2조 1955억 원으로 편성했고 스마트공장 보급 예산도 85% 늘린 4366억 원을 투입한다.

AI 솔루션이나 제품을 개발 및 실증하는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사업'에 990억 원을 신규 지원하고, 통상환경 변화 대응을 돕는 수출바우처 예산도 18% 늘렸다. 'K-뷰티 클러스터 육성' 사업도 신설했다.

노용석 중기부 차관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 재원을 새로운 '진짜 성장' 분야에 재투자했다"며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이 진짜 성장할 수 있는 변환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모든 정책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