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에도 끄떡없네'…K-뷰티, 상반기 실적 웃은 곳은

[K-뷰티 성적표]上 에이피알·달바 등 매출 2배 이상 신장
해외 매출 늘고 시장도 넓히고…하반기도 낙관 전망

에이피알 메디큐브 LA 글로우랜드 팝업 (에이피알 제공)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K-뷰티가 관세 리스크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수출 신기록을 세우며 성장세를 입증했다.

특히 이 시기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한 화장품 업체들은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며 호황을 주도했다. 업계 비수기로 불리는 2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하며 반기 만에 지난해에 벌어들인 이익을 초과 달성한 곳도 있다.

1일 각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에이피알(278470)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593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91억 원으로 2배 이상(149%) 신장했다. 에이피알은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전체 연간 영업이익(1227억 원)을 초과 달성한 수준이다. 이는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이다.

에이피알은 최근 아모레퍼시픽을 누르고 화장품 대장주에 등극한 브랜드다. K-뷰티 주역으로 미국을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인 메디큐브, 에이피알 외에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에이지알, 포맨트(향수), NDY(널디, 의류), 포토그레이(즉석사진부스) 등을 보유하고 있다. 2분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78%다.

'승무원 미스트'로 유명한 달바글로벌(483650)도 상반기 호실적을 냈다. 달바글로벌의 상반기 매출액은 242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9% 늘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593억 원으로 83.4% 증가했다. 2분기에는 역대 최대 분기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달바글로벌은 기초 브랜드 '달바'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히어로 제품으로 불리는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과 '톤업 크림'이다. 올해 5월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으며 미스트 제품을 필두로 달바를 '글로벌 슈퍼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1세대 로드샵 브랜드 토니모리(214420)도 상반기 실적을 끌어올렸다. 토니모리의 상반기 매출액은 690억 원으로 9.5%, 영업이익은 66억 원으로 14% 증가했다.

토니모리는 메인 브랜드 토니모리 외에도 다이소 전용 브랜드 '본셉' 등을 운영하고 있다. 1세대 로드샵 브랜드로 꾸준히 성장해 왔으며 해외 시장이 성장하는 환경에 맞춰 글로벌 진출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K-뷰티 인기에 힘입어 홍콩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화장품 브랜드들의 활약에 힘입어 제조·유통사들도 호실적을 냈다.

화장품 유통 무역 업체 실리콘투(257720)의 상반기 매출액은 5110억 원으로 54.2%, 영업이익은 999억 원으로 46.1% 늘었다.

실리콘투는 K-뷰티 브랜드 제품을 직접 사입해 제삼자물류(3PL) 대행부터 운임 결제까지 유통 전 과정을 대신해 주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전 세계 약 160개국에 K-뷰티 브랜드를 역직구 판매하거나 현지 유통 업체를 통해 수출하고 있다. 이 덕에 실리콘투는 국내 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의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화장품 OGM(글로벌 규격 생산) 전문기업인 코스메카코리아(241710)의 상반기 매출액은 2801억 원으로 2.98%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53억 원으로 10.9% 증가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화장품을 연구개발하고 제조 생산하는 회사다. 티르티르의 '마스크 핏 레드 쿠션'과 '마스크 핏 올커버 쿠션' 등의 생산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자생식물인 '별꽃'을 활용한 화장품 소재 개발도 추진 중이다.

이들 K-뷰티 기업이 상반기 호실적을 낸 배경으로는 △유럽·동남아 등 신흥 시장으로의 진출 확대 △이미 진출한 미국·중국 등 주요 거점에서의 매출 성장 △역직구와 현지 유통망 강화 등이 꼽힌다.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뷰티·화장품 전문 전시회 '2025 인터참코리아'에서 참관객들이 참가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5.7.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퍼스널 케어 원료 B2B 전시회 '인-코스메틱스 코리아'에서 참관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5.7.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대표 K-뷰티 브랜드들은 북미 시장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SNS·인플루언서를 통한 마케팅을 이어가는 한편 온라인 중심이던 고객 접점을 최근에는 오프라인까지 확장하면서 북미 매출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북미 지역을 넘어 유럽과 일본 등지로 여러 권역으로 시장을 분산·확장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올해 일본 돈키호테 매장에 제품을 입점했으며 하반기부터는 유럽 법인 설립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국내에서 직접 사입한 제품을 글로벌 플랫폼이나 현지 파트너를 통해 판매하는 모델이 안착하면서 매출 기반이 넓어졌다. 해외 법인을 거점으로 물류·통관 시스템을 정비한 점 역시 소비자 접근성 개선에 기여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K-뷰티는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 신기록을 세우며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올해 시장을 다변화하고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까지 접점을 확대한 전략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하반기에도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55억 1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치인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4.8%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수출국은 172개에서 176개로 늘었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