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하나 잘하면 정책도 매출도 뛴다"…3세대 리서치 오픈서베이
[퍼스트클럽]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
맥킨지에서 스타트업으로…"기업의 데이터 활용 돕는다"
-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기자 = '설문조사(리서치)'는 그 역사가 꽤 길다. 정부가 국민에게, 기업이 소비자에게, 연구자가 피험자에게 알고 싶어하는 내용을 '설문조사'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물어봤다. 사람이 직접 만나 묻는 방식에서 전화설문이나 인터넷 기반 비대면 조사 등 기술의 발전에 따라 효율은 높아지고 비용은 낮아졌다.
형태는 많이 달라졌지만 설문조사의 본질은 알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최대한 일반화된 대표집단에서 얻고자 하는 점이다. 최대한 많은 인원에게서 최대의 대표 의견을 얻어내려면 시간과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반대로 표본집단(샘플링)을 통해 추려낸 의견만 듣는다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실제 알고자 하는 본질에 '왜곡'이 나타나기 십상이다. 세계 3대 거짓말에 통계(설문조사)가 포함되는 이유다.
따라서 국가나 기업이나 어느 곳이든 최대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도 정확하고 방대한 조사결과를 얻는 방법을 탐구한다.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 맥킨지 앤 컴퍼니 출신의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는 이와 같은 문제를 AI로 해결하고자 한다. 리서치 업계에서 25년간 쌓은 자신의 노하우를 AI에 학습시켜 빠르고 비용 효율적이면서도 방대한 리서치를 통해 더욱 정확하고 왜곡 없는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2001년 한 컨설팅 회사에 입사하며 리서치를 처음 접했다. 당시에는 집을 방문하거나 행인에게 묻는 등 불특정 다수에게 설문 조사를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때만 해도 리서치 업계는 인력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산업이었다.
맥킨지로 자리를 옮긴 그는 2013년 오픈서베이를 만났다. 당시 설립 3년 차 스타트업이었던 오픈서베이에 프로젝트를 맡겼던 황 대표는 한 명의 고객으로서 제품 개발과 기술에 대한 조언을 꾸준히 제공했다. 모바일 기반 설문이라는 오픈서베이의 강점을 눈여겨봤기 때문이었다.
황 대표와 오픈서베이 간의 교류가 이어지던 2015년, 그는 맥킨지에서 오픈서베이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이듬해 1월에는 오픈서베이의 대표를 맡게 되고 이후 지분 인수를 통해 대주주가 된다. 한 기업의 고객이 대표, 대주주까지 오른 이례적인 사례다.
황 대표는 "오랫동안 리서치를 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을 오픈서베이의 제품이 많이 해결해 줬다"며 "이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 취임 이후 오픈서베이는 규모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리서치 사업을 확대했다. 기업에 리서치 솔루션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하는 것과, 더 나아가 컨설팅까지 제공하는 제품이 주요 사업 모델이다.
유한킴벌리는 오픈서베이의 SaaS를 자체적으로 활용한 대표 사례다. 기저귀를 판매하는 유한킴벌리는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자사 제품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했다. 이에 오픈서베이의 SaaS를 이용해 소비자 피드백을 취합했고 이를 반영한 제품을 출시했다.
황 대표는 "해당 제품은 매출이 전년 대비 8% 증가했다"며 "기저귀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판매가 늘기 어려운데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 내부에서도 만족해했다"고 말했다.
예전 같았으면 소비자 리서치를 원하는 기업들은 건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외주기업에 프로젝트를 맡겨야 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비용 측면에서 고충을 토로해 왔다. 오픈서베이는 비용 절감 측면에서 기업에 훨씬 넓은 선택지를 준 셈이었다.
리서치 기법이 아무리 발전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사람의 결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어떤 것을 물어볼 것인가'를 고민하는 설계 단계와 '도출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하는 활용 단계다. 설문으로 확보한 데이터가 아무리 많더라도 인사이트를 도출하지 못하면 해당 데이터의 가치는 낮아진다.
이 때문에 데이터는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설문조사만 제공하는 리서치 업체들이 쉽게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황 대표는 리서치의 역할이 데이터 제공에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데이터 수집'이라는 과정 앞뒤에 있는 '설문 설계'와 '인사이트 도출'까지 제공해야 진정한 리서치 서비스라는 인식에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컨설팅을 제공할 때 고객의 진짜 문제가 해결됩니다. 비즈니스 고민이 있는 고객사에 데이터만 주고 '알아서 하세요'라고 하는 건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죠."
오픈서베이는 1년 동안 약 200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 중에서 맥킨지 출신의 황 대표가 직접 컨설팅을 제공하는 건 10개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 1990개는 각자 보유한 전문 인력으로 데이터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리서치 수요는 많지만 이를 해석할 인력이 기업에 부족하다는 점이다. 마케팅 역량이 뛰어난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으나 중견기업, 중소기업들은 리서치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황 대표는 이를 AI로 해결하고자 한다. 황 대표의 컨설팅 노하우를 AI에 학습시켜 나머지 1990개 프로젝트에도 실제 컨설팅과 비슷한 수준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사내 리서치 전문가 2명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내부에서 여러 테스트를 해보고 확신이 생겨서 제품화하고 있는 단계"라며 "25년 동안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배우고, 생각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한 번에 정리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황 대표의 말처럼 오픈서베이는 지난 6월 자사 솔루션인 '데이터 스페이스'의 무료 플랜을 출시했다. 누구나 쉽게 데이터를 얻을 수 있도록 허들을 낮춘 것이다. 무료 플랜 출시 이후 데이터 스페이스에는 7월 말 기준 약 8000개의 프로젝트가 개설됐다.
오픈서베이는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도 꾀한다. 타깃 시장은 일본과 미국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고객관계관리(CRM) 시장이 발달해 있어 소비자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높다. 지난해 말부터 현지에서 고객사 모집에 나선 오픈서베이는 현재 일본 대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한 상태다.
2014년 이후 외부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적 없는 오픈서베이는 AI를 접목한 솔루션 고도화를 앞두고 투자 유치를 계획 중다. AI 등장 이후 산업의 변화가 감지되면서 시장을 선도할 타이밍이라는 판단에서다.
"저희가 느끼기에 작년부터 시작된 3세대 리서치 업계가 AI 붐을 타고 있습니다. 오픈서베이도 제품과 서비스에 투자하는 속도를 높이려고 합니다."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이정후 기자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석사 졸업
△모니터컨설팅그룹(2001~2004년)
△한국피자헛(2004~2007년)
△맥킨지 앤 컴퍼니(2007~2015년)
△오픈서베이(2015~현재)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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