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막힌 자영업자, '전기사용량'으로 신용등급 올린다(종합)

중기중앙회·한전·신용정보사 손잡고 소상공인 신용평가모형 개발
전기사용량으로 사업성 입증하고 이자 낮춘다…9월 본격 출시

30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 사금융 관련 광고물이 꽂혀있다. 2024.12.3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안정적으로 장사를 하고 있지만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신용등급이 낮고, 이로 인해 높은 이자를 부담할 수밖에 없었던 218만 중저신용 소상공인의 신용등급이 개선될 길이 열렸다.

9일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전력공사(한전), 코리아크레딧뷰로(신용정보기업, KCB)는 '소상공인 포용적 금융지원을 위한 서비스 제휴' 협약식을 열고 취약 소상공인을 위한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대안신용평가모형은 매출 규모가 작고 제2금융권 대출이 많은 영세 소상공인이 높은 신용등급을 받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세 기관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분석·결합해 만든 새로운 신용 평가 모형이다.

지난 1분기 대출 연체율이 12.24%로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금융 부담이 급증한 취약 소상공인의 숨통을 터주겠다는 취지다.

새로운 평가모형이 도입되면 기존 재무평가 위주의 신용평가가 아니라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전기사용량 추이나 노란우산공제 가입기간 등 대안 신용정보를 통해 소상공인의 신용도를 평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10년간 꾸준히 장사를 해 온 자영업자 A 씨는 오랜 기간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지만 사업 안정성을 증빙할 방법이 없어서 높은 이자를 부담하고 새로운 사업자금 마련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대안신용평가모형을 통하면 한전이 가지고 있는 A 씨 사업장의 전기사용량 추이와 중기중앙회가 가지고 있는 공제 정보 등을 통해 사업의 지속 가능성과 안정성을 입증할 수 있어 신용등급이 4등급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소상공인 포용적 금융 지원을 위한 서비스 제휴' 협약식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이번 모형을 통해 600만 명 소상공인의 36%에 달하는 218만 명의 중저신용 소상공인의 신용등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용평가에 반영되는 데이터는 구체적으로 △노란우산공제 가입기간 △공제기금 부금액 △전기 사용량 △전기요금납부정보 등 중기중앙회와 한전이 가진 정보와 KCB의 사업자 신용정보 등 총 60여개에 달한다.

여윤희 KCB 부장은 "지난해 여름 세 기관이 서비스 개발에 착수한 후 각 기관의 데이터를 추출하고 전문기관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며 "지난 6월에 개발이 완료됐고 9월 출시될 예정"이라고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서울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 소상공인이 금융기관에 대출을 신청할 때 중기중앙회와 한전이 가진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평가돼 금융기관에 제공된다. 소상공인은 별도 서류제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해 100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가 폐업한 상황에서 이자 경감과 새로운 사업자금 대출 기회가 절실했다"며 "전기요금 데이터와 노란우산 공제 데이터가 취약 소상공인의 신용등급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이번 협력은 공공과 민간이 힘을 합쳐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중요한 계기"라고 했다.

황종섭 KCB 사장도 "기존 금융거래 중심 평가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형"이라며 "기존 신용평가체계에서 소외됐던 중소상공인에게 공정한 평가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서비스는 세 기관이 지난해 8월 체결한 '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을 위한 신용평가체계 및 정책지표 개발' 협약에 따른 것으로, 각 기관은 향후 다양한 데이터 기반의 협력사업을 공동 추진해 민생 경제에 기여할 계획이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