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우리 아니면 누가"…유한킴벌리가 '이른둥이 기저귀' 만드는 이유

2달에 한 번씩 공정 멈추고…'이른둥이용' 생산하는 대전공장
이른둥이용 기저귀 기부 400만매…"'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 기여하고파"

5일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에서 이른둥이용 기저귀 생산을 위한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유한킴벌리 제공)

(대전=뉴스1) 신윤하 기자 = #. 임신 31주에 조기진통과 수축으로 입원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심장질환에 32주 이른둥이 쌍둥이 남매를 1.7㎏, 1.4㎏으로 출산했어요. 출산후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 있는 아이들을 보며 속상해서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세상의 빛을 본 저희 남매둥이 위해 기저귀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생아 100명 중 8명이 '이른둥이'로 태어난다. 이른둥이는 평균 임신기간 보다 빠른 37주 미만, 또는 출생 체중 2.5㎏ 이하로 태어나는 신생아들이다. 이른둥이들은 면역체계가 약하고 질병에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어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로 옮겨진다.

이른둥이 부모들은 정보 부족에서 오는 당황스러움과 자책감에 몸과 마음이 지친다. 당장 아이들에게 필요한 유아용품을 찾는 것부터 막막하다. 이른둥이 제품에 대한 수요가 일반 유아용품의 10분의 1도 안 되니 이른둥이만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곳도 많지 않다.

5일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에서 이른둥이용 기저귀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유한킴벌리 제공)

특히 유아용품 중에서도 '기저귀'는 이른둥이 부모들에게 특히나 신경이 쓰이는 제품이다. 이른둥이가 다른 아기들보다 피부가 얇고 연약해서 소재도 부드러워야 하며, 조금이라도 큰 기저귀는 가랑이가 벌어지거나 체형이 변할 수 있어 사이즈에도 예민하다. 매일 체중을 재면서 회복 상태를 봐야 해 기저귀 무게에도 한치 오차를 용납할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방문한 대전시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부터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를 개발,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서 직접 이른둥이 기저귀를 생산·공급하는 곳은 유한킴벌리 하기스가 유일하다.

5일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에서 이른둥이용 기저귀 생산을 위한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유한킴벌리 제공)

◇수익성은 낮고, 공정은 수고롭지만…"사회적책임으로 당연한 일"

이날 방문한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은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 생산 준비를 위해서 기저귀 1호기의 공정을 잠시 멈춘 상태였다.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는 생산설비를 별도로 조정해야 하고 생산물량이 많지 않아 2~3달에 한 번 공장의 다른 공정들을 중단하고 제작한다.

이른둥이 기저귀 생산을 위해 자재를 갈아 끼우고 기계를 조정하는 작업은 오전 10시30분부터 3시간가량 이어졌다. 직원은 공정에서 기저귀 사이즈 단계를 바꾸려면 자재와 모듈 사이즈를 모두 교체해야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기업 이윤 추구 측면에서는 이른둥이 기저귀 생산이 명백히 손해다. 이날도 오후 3시쯤 이른둥이 기저귀 1호기 생산이 시작할 때까지 대전공장의 기저귀 라인 생산은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5일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에서 이른둥이용 기저귀 생산을 위한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유한킴벌리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장 직원들은 강한 사명감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른둥이 신생아에게 시중의 기저귀를 접어서 입혀야 했던 부모들에게 하기스 이른둥이 제품은 '유일한 선택지'라는 것이다.

대전공장에서 생산된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이 있는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30여 곳에 무상 공급돼 마땅한 기저귀를 찾을 수 없는 아기들을 위해 쓰인다. 실제로 이날 생산된 이른둥이 소형 기저귀에는 '비매품'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병원을 통해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자사몰 맘큐를 통해 1인당 3백, 150매를 지원받을 수 있다. 하기스는 지난달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를 기부한지 만 5년만에 누적 기부 400만매를 넘어섰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이른둥이 기저귀 생산을 위해선 별도의 설비투자도 필요한데 수요는 적어서 수익을 기대하고 접근할 수 없다. 그래서 다른 회사들이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한킴벌리는 유아용품 1위 브랜드로서 규모의 경제를 실천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게 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5일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에서 이른둥이용 기저귀 생산을 위한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유한킴벌리 제공)

◇손바닥보다 작은 기저귀…섬세한 공정에 '확인 또 확인'

이날 오후 3시쯤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 생산이 시작됐다. 공정은 '흡수 패드 생산→라이너 부착→벨크로·허리밴드 부착→포장'의 4개 과정으로 진행됐다.

우선 기저귀의 물기를 흡수하는 패드를 만드는 작업으로 공정이 시작됐다. 두꺼운 도화지처럼 생긴 펄프가 나이프로 갈려서 솜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졌다. 갈린 펄프는 액체를 잘 흡수할 수 있게끔 습기제거제처럼 조그마한 알갱이의 '흡수체'와 섞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패드 위로 6겹의 라이너들이 쌓였다. 흡수 패드의 모양을 잡아주는 라이너, 배변이 새지 않게 막아주는 고무줄 패드 등이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었다.

형태를 잡은 기저귀는 '매직테이프'로 알려진 벨크로와 벨크로가 잘 붙을 수 있게 하는 루프 등을 부착하면 완성된다. 포장만 마치면 출고를 위한 공정이 끝난다.

유한킴벌리 하기스 이른둥이 기저귀(유한킴벌리 제공)

공정이 이뤄지는 동안에도 직원들은 생산된 기저귀에 이상이 없는지 끊임없이 확인했다. 스마트 매뉴팩쳐링 대쉬보드를 구축해 공정 현황을 확인하며 규격외 제품을 걸러내기도 했다. 김동일 유아1워크그룹 리더는 "바느질도 천이 작을수록 힘들듯이, 이른둥이 기저귀는 크기가 성인 손바닥보다 작은 만큼 공정이 섬세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둥이 기저귀는 작고 섬세한 제품이라 다른 기저귀들에 비해 공정이 복잡하다. 특별한 보살핌을 받아야하는 이른둥이가 쓰는 만큼 다른 기저귀보다도 무게·크기에 신경을 써야하니 생산전후 준비나 품질관리 측면에서도 많은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다른 제품들과 비교하면 생산속도가 30% 이상 낮다.

김동일 리더는 "이른둥이 아기들이 작고 예민하기 때문에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탕수수 바이오매스 소재와 판테놀 함유 로션 등이 적용된 '하기스 네이처메이드'를 기반으로 한 부드러운 소재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5일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에서 이른둥이용 기저귀 생산을 위한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 영상은 공정을 1.5배속한 모습. (유한킴벌리 제공)

◇"저출산 시대, 태어난 아기 건강히 키우는 방법에 주목해야"

생산이 끝나 반으로 접힌 이른둥이용 초소형 기저귀는 성인 여성의 손바닥보다 작았다. 50매가 들어있는 패키지도 한손에 가볍게 들 수 있을 만큼 작았다. 사이즈 스텝0의 신생아용 기저귀와 비교해도 절반의 크기였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2011년 한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회사에 더 작은 기저귀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왔다"며 "더 작은 기저귀가 필요하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확인하려고 산부인과 340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는데 국내에 이른둥이 전용 제품 공급기반이 갖춰지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알게됐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이후 이른둥이를 출산한 여성들, 신생아집중치료실이 있는 병원의 수간호사들과 인터뷰하면서 필요한 제품 특성을 파악했다.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이른둥이에게 직접 테스트 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른둥이 기저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개발됐다.

5일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에서 직원이 기저귀 생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유한킴벌리 제공)

유한킴벌리는 앞으로도 이른둥이용 기저귀 생산·보급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유한킴벌리는 저출산 시대에 주목해야할 것은 태어나는 아기 수가 적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태어난 아기들을 건강하게 키워가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이른둥이로 지내는 그 기간은 부모와 의료진 모두 힘들지만 적정 수준의 건강을 회복하고 난 후에는 많은 이들이 힘들었던 기억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이른둥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지속되지 않는다"며 "좋은 제품을 넘어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5일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에서 이른둥이용 기저귀 생산을 위한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유한킴벌리 제공)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