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하루에 환자복 50톤씩 빨아요"…크린토피아 의료세탁 공장

'2만5000㎡ 규모' 의료기관 세탁물 전문 관리…"1일 14만벌 취급"
오염구역·비오염구역 분리해 운영…"의료 리넨 관리 NO.1 되겠다"

크린토피아 의료세탁 공장 전경 (크린토피아 제공)ⓒ 뉴스1

(안성=뉴스1) 신윤하 기자 = "병원에서 입은 옷들은 어떻게 세탁할까? 세탁물에 묻은 병원균에 2차 감염되진 않을까? 피 묻은 수술복과 환자복, 의사 가운을 모두 같이 빨까?"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해한다. 의료기관 세탁물은 매일 전국적으로 수십만 톤이 나오는데, 아동용 환복부터 침구류까지 종류도 다양해 각각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병원균과 병원체로 인해 오염된 상태라 자칫 세탁 과정에서 2차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의료기관 세탁물은 '의료기관세탁물 관리규칙'(보건복지부령)에 따라 별도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령에 따르면 세탁물 수거에서부터 구분, 이동 차량의 분리 운영 등 세부적인 관리 조항을 지켜야 한다. 개별 의료기관이 세탁 과정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선 비용·시간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달 31일 방문한 경기 안성시 크린토피아 의료세탁 공장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크린토피아 의료세탁 공장은 2015년 완공 이후 병원에서 사용하는 침구류, 리넨류, 환자복 및 수술복 등 모든 세탁물들을 처리해왔다.

공장은 완공부터 지금까지 국내 최대 규모(약 2만5000㎡), 최대 캐파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삼성서울병원, 신촌·용인·강남 세브란스 병원, 서울대 병원, 아주대 병원, 순천향대 병원, 단국대 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 9곳의 의료세탁물을 책임지고 있다.

31일 경기 안성시 크린토피아 의료세탁 공장에서 폴딩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 ⓒ 뉴스1 신윤하 기자

◇"오염동과 청결동?"…위생 위한 '분리'가 핵심인 의료세탁 공장

이날 방문한 크린토피아 의료세탁 공장의 전체적인 공정은 '수거→분류→세탁→건조→다림질→폴딩 및 검수→포장→출고' 등의 과정으로 진행됐다.

공장의 전체 공정에서 핵심은 위생을 위한 '분리'였다. 공장 전체가 오염구역과 비오염구역으로 분리돼 있다. 세탁물 배송차량과 카트도 수거용과 납품용이 각각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나눠 운영됐다. 의사와 간호사 가운·직원 유니폼을 취급하는 곳은 별도의 건물에서 처리하고 있었다.

원준 크린토피아 리넨사업부 공장장은 "세탁물에 묻어있는 병원균으로 인한 2차 감염 발생을 완벽 차단하기 위해선 오염구역과 비오염구역을 완전 분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직원들끼리는 '오염동'과 '청결동'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31일 경기 안성시 크린토피아 의료세탁 공장의 모노레일 BAG에서 세탁물들이 세탁기로 들어가고 있다. ⓒ 뉴스1 신윤하 기자

'오염동'이라고 불리는 공장 내부에선 세탁물을 분류하고 세탁하는 과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직원들이 노란색 수거전용차량에서 세탁물들을 꺼내 카트로 운반하면, 세탁물들은 'Sorting Bay' 시스템에서 오염도와 종류에 따라 일반·기타 세탁물과 오염·재세탁물로 나뉜다.

분류와 동시에 병원균을 없애는 소독 과정이 이뤄지면 멸균 상태가 된다. 본격적인 세탁이 시작되기 전 2차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다음 단계에서는 분류된 세탁물들을 각각 적합한 방법으로 세탁하기 시작했다. 성인 환복 같은 '일반 세탁물'은 17개 단으로 구성된 연속세탁기에 들어가 세탁과 탈수 등의 일반적인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아동용 환복이나 동물실험용 의류 같은 오염·재세탁물들은 세탁세제의 양과 종류의 다르게 해야 하므로 개별 세탁기에 넣는 식으로 따로 처리되고 있었다.

원 공장장은 "수술복은 핏자국이 묻어있어 특수오염 제거가 필요하고, 아동용 환복은 아이의 피부를 위해 세제를 최소량만 넣고 섬유유연제는 사용하지 않는 등 세탁 방침이 다 따로 정해져 있다"며 "환자들은 회복에, 의료진은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맞춤형 위생 세탁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크린토피아 의료세탁 공장에서 직원이 카트를 배송 차량에 넣고 있다. (크린토피아 제공)ⓒ 뉴스1

◇"크린토피아 뭐가 다르길래"…종류에 따라 공정 '맞춤형' 세밀화

오염동에서 나와 청결동으로 들어가니 건조, 다림질, 폴딩, 포장 등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앞선 공정과 마찬가지로 건조와 다림질, 폴딩 등도 옷의 종류에 따라서 각각 다른 기계에서 이뤄졌다.

오염동과 청결동 등 공장에서 인상적인 것은 자동화 수준이었다. 크린토피아 의료세탁 공장은 하루 50톤, 14만벌의 세탁물을 취급하고 있다. 많은 양의 의류를 종류마다 세세하게 다른 방법으로 세탁함에도 불구하고 '당일 수거 익일 배송'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것은 고도로 발달한 자동화 시스템 때문이다.

주요 세탁 공정 사이 이동은 모노레일 BAG 시스템으로 빠르게 처리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세탁물들은 종류에 따라 각각의 가방에 담겨 천장에 달린 줄을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쉽게 생각하면 관광지에서 짚라인(zip line)을 탔을때 경사를 이용해서 순식간에 바다를 건너는 것과 비슷하다. 빠르게 이동하되 세탁물이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해 크린토피아가 고안한 방법이다.

크린토피아 의료세탁 공장 분류 기기 위로 모노레일 BAG이 이동하고 있다.(크린토피아 제공)ⓒ 뉴스1

세탁기뿐만 아니라 세탁 과정에 필요한 전반적인 기계 설비들은 고도로 첨단화된 모습이었다. 이를테면 다림질 과정에서는 단순히 옷만 펴는 게 아니라, 화상검수시스템을 통해 옷에 하자가 있는지도 확인한다. 분류 과정에서는 금속 검출기를 통해 의류 안에 이물질이 있는지도 꼼꼼히 살핀다.

물론 기계가 완성하지 못하는 '디테일'도 있기 마련이다. 단추가 있는지, 끈이 달렸는지, 상의인지, 하의인지 등에 따라 옷을 개는 방법이 다르다. 크린토피아는 대다수의 폴딩을 자동화했지만, 기계에 끈 등이 걸려 멈출 수 있는 의류 등은 직원들이 직접 개고 있었다.

원 공장장은 "의류 세탁물은 하나부터 열까지 그 종류에 따라서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며 "각 병원마다 환복과 가운의 형태, 재질 등이 다른데, 이 모든 것을 맞춰줄 수 있는 고객 맞춤형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31일 경기 안성시 크린토피아 의료세탁 공장에서 폴딩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 ⓒ 뉴스1 신윤하 기자

◇"의료 세탁 NO.1 되겠다"…리넨 구독 서비스·제2 리넨 센터 '공개'

크린토피아는 공장 공정을 공개하면서 국내 최고의 의료 세탁 서비스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 바탕에는 30년간의 세탁 기술력뿐만 아니라 일 650톤을 처리할 수 있는 대용량 폐수처리시설 등 세탁을 위한 모든 설비를 구축한 것이다.

크린토피아는 의료 세탁 공장을 토대로 세탁뿐만 아니라 의료 리넨의 통합적인 관리와 공급까지 책임지는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

리넨 구독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세탁 검수 과정에서 찢어지거나 해져서 사용할 수 없는 훼손된 리넨의 품목과 수량을 파악 후 해당 품목과 수량의 새 제품을 세탁까지 마친 깨끗한 상태로 보급하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병원은 매번 세탁, 폐기, 재구매 물량을 따로 확인하지 않아도 크린토피아를 통해 편리하게 리넨 관리와 세탁까지 해결할 수 있다. 현재 리넨 구독서비스는 수도권 내 종합병원 두 곳과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중이고 올해 3~4개 병원에서 추가적인 테스트를 진행한 뒤, 2023년 본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크린토피아 의료세탁 공장에서 직원들이 아이러너에 천을 넣고 있다.(크린토피아 제공)ⓒ 뉴스1

크린토피아는 '제2 리넨 센터'를 통해 더 신속한 의료 세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세탁물을 진공으로 이동시켜 더 빠른 처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세탁기계와 건조기의 배치를 효율적으로 배치해 일 세탁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일 65톤의 세탁물을 처리, 기존 대비 약 30%가 증가한 세탁물을 처리할 수 있다. 올해 11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크린토피아 관계자는 "메르스가 끝나고 1공장을 준비하면서 감염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서 공장을 설계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병균과 바이러스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의료기관 세탁물 관리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크린토피아는 각 병원의 니즈에 맞게 의료세탁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크린토피아 의료세탁 공장에서 다림질 과정이 이뤄지고 있다. (크린토피아 제공)ⓒ 뉴스1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