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권·경영권 분리…최진식 회장 "부 대물림 막고 100년기업 키워야"
[인터뷰]취임 2달 만에 중견기업 싱크탱크 발족, 중견련 신임 회장
공익재단 설립 목표…대금지급 강화 등 건전한 문화로 중소기업 '동반성장'
- 대담=임해중 차장,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대담=임해중 차장 신윤하 기자 = "부의 대물림이 이뤄지는 건 건전한 경영환경으로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단단한 100년 기업을 키우려면 책임경영이 필요하죠. 부의 대물림이 없는 경영권 승계는 재산권과 경영권을 분리하는데 답이 있습니다."
국가경제 성장의 한축은 기업이 담당한다. 산업 허리를 떠받치는 강소기업이 커가는 과정에서 고용이 확대되고 이는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기업과 경제, 일자리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나친 반기업 정서는 국가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심팩빌딩에서 인터뷰를 가진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역시 반기업 정서를 경계했다.
최 회장은 반기업 정서를 경계하면서도 원인은 그동안 부의 대물림을 이어온 기업가들이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부의 승계가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줬고 건전한 기업가 정신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려면 경영인이 먼저 자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른바 결자해지다.
결자해지를 위해 내린 결론은 공익 재단 설립이다. 최 회장은 "기업가가 재산 즉 지분을 재단에 기부해 공익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고 경영권의 안정적인 승계를 보장받는다면 책임경영과 강소기업 육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익재단을 이용하면 가업승계를 놓고 상속세 부담을 호소했던 경영인들 불만과 부의 대물림을 곱지 않게 보던 여론의 시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식은 이렇다. 가업승계를 꺼리는 기업인들이 재단에 지분을 기부하면 재단은 경영권을 보호하는 우호군 역할을 한다. 이 경우 기업인은 부의 대물림이 아닌 경영권 승계에 집중할 수 있다. 이 방안이 산업계에 안착 가능한지 예단할 수 없으나 건전한 경영환경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면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최 회장은 중견기업 500여개의 오너가 지분을 1%만 내도 5조~10조원의 자금을 재단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렇게 모인 자금은 사회공헌에 쓰인다.
사전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최 회장은 2월24일 제11대 중견련 회장에 취임한 후 두 달만에 중견기업 혁신성장 정책포럼을 출범시켰다. 상임위 구성 이후 6월에 열릴 제2회 중견기업 혁신성장 정책포럼부터는 본격적으로 국회의원, 학회, 기업과 3자 협업할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중견기업계 과제를 해결하는 싱크탱크 및 공익재단 설립이다.
그는 "혁신성장 정책포럼이 10년 후에는 한국의 헤리티지재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과제로는 2024년 일몰 예정인 중견기업특별법의 상시법 전환을 꼽았다. 중견기업특별법은 3년 평균 매출이 400억~1500억원을 넘어가는 기업을 중견기업으로 분류한다. 공제 확대 등 중견기업에 대한 다양한 법적 지원이 가능해 기업 육성의 디딤돌 역할을 해왔다.
중견련은 이 법이 일몰되면 중소기업이 스스로 성장을 철회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위원회를 구성해 상시법 전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무엇보다 중견·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이 산업허리를 떠받치는 강소기업 육성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이들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서로가 떠밀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중견, 중소기업이 국가 R&D(연구개발) 지원 체계를 함께 수행하되 서로의 역량을 보완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라며 "대신 현행 나눠주기식 분배보다 적합한 프로젝트를 역량 있는 기업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거래관계를 맺으면 대금 현금지급 등에 중견기업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중소기업이 유동성 문제를 겪지 않도록 대금결제를 진행하는 등의 기업 문화가 정착돼야 서로가 기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동반성장에 대한 강조는 중견기업인으로서 원청인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 등을 직접 목격한 경험과 비판의식이 묻었다.
벤처기업과의 협업 전략 역시 동반성장과 중견기업 역량 강화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중견련은 3월14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와 '중소·벤처기업의 스케일업과 중견기업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중견련은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중견기업 주도의 민간 모태펀드를 조성한다.
최 회장은 "규모와는 상관없이 성장할 의지가 있는 기업과는 협력하고 관성에 젖은 기업 문화는 타개해야 한다"며 "바른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기업 대표단체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한편 최 회장은 1982년 현대건설 금융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동양증권과 한누리투자증권을 거쳐 2001년 7월부터 심팩홀딩스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그해 10월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심팩은 합금철 전문 기업이자 국내 프레스업계의 대표 중견기업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6130억원가량이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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