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걸린 가구·인테리어②]주방·창호·바닥재에 페인트까지 "안 오른 게 없다"

LX하우시스·현대L&C 등 건자재, 삼화·노루 페인트 가격 '줄인상'
지난해 물류비·원부자재비 상승에 우크라 침공 '연이은 악재'

편집자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폭풍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한국에 불어 닥쳤다. 국제유가와 글로벌 원자잿값 폭등은 밥상 물가뿐 아니라 가구·인테리어 물가도 밀어 올렸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기업은 수익성 방어 차원에서라도 소비자 가격을 올려야만 하는 처지에 몰렸다. 가격을 올려도 손실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업도 소비자도 울어야 하는 상황을 짚어봤다.

7일 오전 서울의 한 페인트 판매 대리점에서 관계자가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KCC와 노루·삼화·제비 등 페인트 상위 업체들이 전체 품목 가격을 최대 30% 인상했다. 시장은 페인트 업계도 최근 국제 유가의 급격한 변동성에 따른 원자재비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22.4.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김민석 기자 = 건자재·페인트 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LX하우시스, KCC글라스 등 주방·창호·바닥재 업체가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KCC·삼화페인트·노루페인트를 포함한 페인트 기업도 이같은 행보에 동참했다.

이들 건자재·페인트 기업은 지난해 물류비·원자재비 상승 여파로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 및 원부자재 가격이 폭등하자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고 판단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0일 LX하우시스에 따르면 이달부터 주방가구 세트(싱크볼·수전·수납장·후드)·욕실(욕조·세면대·타일·수납장)·바닥재(마루·시트)·벽지 등 주요제품 전체 가격을 10%가량 일괄적으로 올렸다.

주력 제품인 창호 가격도 5월부로 조정한다. 유리는 약 10%, 프로파일은 약 3~4% 인상될 예정이다. 창호 완제품 인상률은 대략 3~6%로 추정된다.

KCC글라스와 현대L&C는 이달부터 바닥재 가격을 5~10% 정도 올린다. KCC글라스는 이달 1일부터 인상가격을 적용했고 현대L&C는 중순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페인트 업계도 제품 전체 가격을 일괄적으로 인상했다. KCC, 노루페인트, 삼화페인트, 강남제비스코 등 페인트 업체들은 최대 30% 가격을 높였다.

페인트 품목별 평균 인상률은 판매 대리점을 통하는 유통 구조여서 파악하기 쉽지 않다.

취재를 종합하면 건축용(수성·유성) 페인트는 10~13%, 바닥방수·에폭시수지 등은 20~25% 올라 평균 가격 인상률은 17~22%로 추정된다.

가격인상은 노루페인트가 먼저 결정했다. 노루페인트는 지난달 15일 대리점 등 유통점에 가격 인상을 공지했다. 뒤이어 △KCC 20일 △삼화페인트 21일 △강남제비스코 26일 순으로 가격조정이 잇따랐다.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제52회 MBC건축박람회'에서 마스크를 쓴 참관객들이 건축 자재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2020.1.3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들 기업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에 목재, PVC, 유가 등 원부자재비가 폭등하면서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초 유가 상승 추세는 지난해와 달리 큰 변동성을 보였다. 지난해는 상승 국면에도 유가가 배럴당 90달러선을 넘지 않았지만,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하며 지난달 초 배럴당 130달러까지 급등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석유화학 제품인 PVC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PVC는 창호, 바닥재, 파이프, 배관 등 다양한 건자재로 활용된다.

휘발유를 원료로 쓰는 페인트도 국제 유가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글로벌 컨테이너 화물 적체 현상으로 예상 범위를 뛰어넘은 물류비와 지속 상승한 인건비도 제품 가격 인상을 압박했다.

건자재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원자재, 물류비 인상까지 더해져 지난해 기대 이하의 실적을 받은 바 있다.

페인트 주력 업체들도 지난해 상·하반기 두 차례 가격인상으로 대응했지만 어닝쇼크를 비껴가지 못했다.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원자재 비용부담이 급격하게 커지면 한계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 결국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의 원유 관세 인하나 해외자원개발 지원 등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처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PVC가격이 전년 대비 평균 60% 올랐는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올해도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물류비도 함께 오르는 등 원가 상승 요인이 산적한 가운데 제품 가격을 지금처럼 올린다고 해도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되거나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니 정부에서 기업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