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암행어사의 약속 "보름안에 꼭 피드백하겠습니다"
"끝까지 듣겠습니다"…점심 빵으로 떼우며 현장 목소리 경청
박주봉 차관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 조현기 기자
(화성·대전=뉴스1) 조현기 기자 = "약속합니다. 꼭 알아보고 답변드리겠습니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차관급)이 지난 6일 경기 화성 중소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환경 당국 규제로 인해 다이캐스트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시화반월 공단 기업인 A씨의 절박한 호소에 답한 말이다.
A씨는 현장에서 "박주봉 차관님은 수십년 동안 기업을 하셨으니까 누구보다도 잘 아시지 않겠습니까?"라며 "저희 절박합니다. 암행어사님께서 좀 해결해주십쇼"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후 그는 10분 동안 박 차관을 향해 관련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박 차관은 10분 넘게 이어지는 기업인의 호소를 묵묵히 경청한 후 "저희가 환경부랑 바로 협의해서 알아보겠다"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2~3주 안에는 꼭 피드백해 드리겠다"고 두 손을 맞잡았다.
◇ 현대판 암행어사, 기업인들의 절박함에 화답
그가 이런 약속을 하는 것은 기업인들의 절박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서다. 박 차관은 옴부즈만 이전에 중소·중견기업계에서 손꼽히는 입지전적 기업가다. 25년 전 덤프트럭 한 대로 시작해 매출 1조원이 넘는 대주·KC그룹을 성장시켰다.
박 차관은 수십 년 동안 기업을 경영하면서 정부에 수많은 건의를 했지만,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공허함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이에 그는 지난 옴부즈만으로 4년 동안 활동하면서 2~3주 이내는 기업인의 민원에 대해 100% 피드백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
그는 "우리 옴부즈만은 2~3주 이내는 꼭 피드백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직원들에게도 항상 피드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며 "모든 민원에 대해 100% 피드백을 꼭 한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중소기업에겐 '암행어사'로 불린다. 왕에게 권한을 부여 받아 은밀하게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암행어사와 같기 때문이다.
실제 옴부즈만은 국무총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중소기업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손톱 밑 가시로 꼽히는 규제들을 찾아낸다. 이후 옴부즈만은 각 부처에 관련 문제를 해결할 것을 건의하고, 부당한 규제는 부처와 조율해 없애고 있다. 1년에 약 2000개에 달하는 규제를 해결 중이다. '21세기 현대판 암행어사'로 불리는 이유다.
박 옴부즈만은 지난 3년 동안 제4대 옴부즈만으로서 임기를 완료했고, 연임이 확정됐다. 그는 지난 2월 27일부터 제5대 옴부즈만으로 3년 임기를 시작했다. 박 옴부즈만은 지난 3년 동안 많은 양의 규제를 철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옴부즈만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다 실적을 기록했다.
그와 옴부즈만 직원들은 지난해 현장 소통 157회를 실시했고, 불합리한 규제애로 2103건을 철폐했다.규제애로 철폐 건수(1년 기준)로는 이명박 정부 8배, 박근혜 정부보다 2배 많다.
이날도 어김없이 박 차관은 경기 화성과 대전 현장을 돌면서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는 규제를 찾아다녔다. <뉴스1>은 이날 박 차관의 출근부터 퇴근까지 하루를 직접 동행 취재해보면서 규제를 찾고 해결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 박주봉 차관 "하루에 중소기업 한 곳은 꼭 만난다…고충 해결위해 정부에 쓴소리낼 것"
박 차관 하루는 기상부터 취침까지 온통 머릿 속에 '중소기업'·'민원'이라는 두 글자가 가득했다. 특히 박 차관은 "하루에 중소기업 한 곳은 꼭 만난다"는 각오로 일을 하고 있다며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전 8시, 박 차관은 옴주즈만 회의실에서 주요 관계자 3~4명만 모아 10분 내외로 짧게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를 지켜본 결과, 군더더기 없이 핵심적인 내용들만 빠르게 오고갔다. 박 차관은 "회의는 짧고 굵게 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방긋 웃었다.
물론 '짧고 굵은 회의'가 그냥 되는 것은 아니다. 박 차관은 "사업할 때부터 매일 새벽 4시에 기상한다"며 "머리가 안 되면, 몸이 부지런해야 한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기상 후 4시간 동안 이날 현안에 대해 미리 파악하고 출근하고 있는 셈이다.
회의를 마친 박 차관은 넥쏘 수소차(관용차)로 발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그는 엘레베이터로 뛰어가면서 "현장에 가서 목소리를 더 들으려면 시간이 없다. 얼른가자"고 손을 이끌었다.
차에서도 박 차관은 열공 모드였다. 그는 서울에서 화성까지 가는 1시간 반 동안 계속 자료를 들어다봤다. 10분 간격으로 쉴새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서 여러 현안들을 동시에 처리했다.
오전 10시. 화성에 도착한 옴부즈만은 이날 현장에서 약 2시간 동안 기업인의 민원을 청취했다. 당초 예상시간보다 1시간 길어지면서 점심을 건너뛰게 됐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기업인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였다.
박 차관은 "저도 기업을 해봐서 안다"며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많은 응어리가 해소 된다. 앞으로도 제가 점심을 먹지 못하더라도 현장 목소리는 꼭 끝까지 들을 것"이라고 웃었다.
이어 "오늘 나온 이야기 중 화성에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기숙사 설립은 실현 가능성 있을 것 같다"며 "기업에 대해 잘 아시는 서철모 화성시장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바로 이야기를 나눠볼 것"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앞서 기업인 B씨는 이날 간담회에서 박 차관을 향해 화성지역에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기숙사 설치를 제안했다. 그는 화성이 교통이 좋지 않고, 정주여건도 아직 미비한 상황이라며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선 산업단지 근처에 근로자를 위한 주거 단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떡이며 공감을 표했다.
실제 박 차관은 화성에서 대전으로 가는 길에 화성 기숙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직원과 바로 통화하며 방법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박 차관은 "이런 좋은 아이디어는 즉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만일 화성에서 시범적으로 잘 정착된다면, 제조 중소기업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는 길에 잠시 빵집에 들려 소보로빵·카스테라로 점심을 간단히 떼운 박 차관은 곧바로 대전지역 중소기업인들과의 만나러 발걸음을 옮겼다. 이 현장에서도 오전에 이어 주52시간·최저임금·외국인노동자 등 예민한 현안들이 터져나왔다. 현장에선 정부를 향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박 차관은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주52시간·최저임금·외국인노동자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많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여기서는 듣는 입장이지만, 정부 회의에선 우리가 현장을 대변해 쓴소리를 토하는 입장이 된다. 국무총리·장관급 회의 때 강하게 중소기업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간담회가 끝나자 대전 지역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박 차관은 폭우를 뚫고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박 차관은 현장을 돌아보면서 중소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스마트 공장'에서 로봇이 할 수 있는 역할과 관련한 질문을 쏟아냈다.
현장을 둘러본 후 대전역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박 차관은 "우리는 항상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국회, 정부 부처, 지자체까지 갔다가 이곳에 마지막 희망을 갖고 찾아오시는 중소기업인들이 많다"며 "우리는 꼭 어떻게든 답변을 드릴테니 항상 옴부즈만을 기억하고 찾아달라"고 기업인들에게 부탁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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