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봉 옴부즈만 "장관·시장님, 현장에서 규제 한번 해결해 보시죠"

'중소기업 옴부즈만 2.0' 선언…관련 부처와 함께 현장 출동
덤브트럭 한 대로 시작한 사업, 매출 1.5조원 중견기업으로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대담=서명훈 부장 조현기 기자 = "장관님, 이 자리에서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규제 없애봅시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차관급)이 지난 2019년 1월 서울 강서구 마곡 사이언스파크에서 5G 상생간담회에 참석한 장관들에게 한 하소연이다.

당시 현장에는 박 옴부즈만을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유영민 과학정보통신기술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우리나라 주요 경제 부처 장관들이 함께 했다.

사연은 이랬다. LG와 스타트업들은 LG사이언스파크에서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함께 의기 투합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당시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서울 마곡산업단지 관리기본계획 고시에 따라 입주를 조성한 기업만이 입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LG 계열사가 아니었던 스타트업들에게 사무실을 임대해 줄 수가 없던 것. 함께 머리를 맞대기로 결의를 다졌지만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박 옴부즈만은 직감적으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선 장관들이 규제로 발목 잡힌 현장에 온 순간 꺼내야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의 판단 적중했다. 간담회 직후 옴부즈만을 중심으로 실무자들이 바로 모여서 해결책을 고민했다. 그 결과 서울시 고시에 예외 조항을 만드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박 옴부즈만은 인천 남동공단 문제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고심중이다. 인천 남동공단은 매일 아침 주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입주한 기업은 7000개이지만, 주차장 설계는 2500개 규모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입주 기업들은 여러 차례 주차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계속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박 옴부즈만은 행정안전부, 국토부, 인천남구청을 비롯한 6~7개 부처와 약속 잡았다. 그리고 곧 전해철 행안부 장관을 포함한 규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실무자들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할 계획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해법까지 도출할 예정이다.

지난 22일 만난 박 옴부즈만이 구상하고 있는 '옴부즈만 2.0'의 모습은 바로 '현장 해결'이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 ⓒ News1 이승배 기자

◇ 박주봉 "옴부즈만 2.0…현장에서 답을 찾아 바로 규제 철폐"

최근 재임에 성공한 박주봉 옴부즈만은 지난 3년 동안은 많은 규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했다면, 앞으로 3년은 현장에서 답을 찾아 바로 규제를 철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는 "앞으로 현장에 장관, 기관장, 지자체랑 함께 나가서 그 자리에서 규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정부 부처, 18개 시도지사와 관련 내용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료들이 현장에서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부터 시작해볼 계획"이라며 "원스톱으로 규제를 철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옴부즈만은 지난 3년 동안 제4대 옴부즈만으로서 임기를 완료했고, 연임이 확정됐다. 그는 지난달 27일부터 제5대 옴부즈만으로 3년 임기를 시작했다.

박 옴부즈만은 지난 3년 동안 많은 양의 규제를 철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옴부즈만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다 실적을 기록했다.

그와 옴부즈만 직원들은 지난해 현장 소통 157회를 실시했고, 불합리한 규제애로 2103건을 철폐했다. 소통 횟수는 전년대비 2.1배, 규제애로 철폐는 2.7배 늘어난 수치다. 규제애로 철폐 건수(1년 기준)로는 이명박 정부 8배, 박근혜 정부보다 2배 많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이름 자체가 생소하다. 쉽게 말해, 옴부즈만은 중소기업·소상공인·벤처기업들이 겪고 있는 규제를 찾아서 해결해 주는 공직자다. 일종의 '규제 해결사'인 셈이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중소기업기본법 제22조에 의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천과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무총리가 위촉한다. 직위는 차관급이며 '기존 규제 정비 및 중소기업 애로사항 해결'이 주된 업무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22일 서울 종로구 중소기업 옴부즈만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1.3.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덤프트럭 한 대로 시작해 매출 1.5조원 중견기업 키워낸 비결도 '현장'

박 옴부즈만이 현장을 강조하는 것은 그가 걸어온 길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옴부즈만 이전에 중소·중견기업계에서 손꼽히는 입지전적 기업가다. 25년 전 덤프트럭 한 대로 시작해 매출 1조원이 넘는 대주·KC그룹을 성장시켰다.

지난 1978년 8톤 덤프트럭 1대로 인천항에서 수입한 무연탄을 서울의 연탄공장으로 배송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는 "무연탄을 싣기 위해 하루에 500대 가량의 차가 몰린다. 1등과 500등 차이는 4시간에 달했다"며 "4시간이면 서울에 배송하고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이니 남들보다 1번 더 배송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부분의 차주들은 먼지 날리는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박 옴부즈만은 트럭 조수석에서 동고동락했다. 8톤 트럭 한대였지만 2~3대 효율을 발휘했던 셈이다.

그는 "현장에서 1등을 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판단했다. 새벽 3시에 나와서 줄을 서면서 항상 1등을 놓치지 않았다"며 "이후 다른 사업군으로 진출한 것 역시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3년이 흐른 뒤 철근을 운송하는 카고트럭을 포함해 약 50대를 보유하게 됐다.

박 옴부즈만이 규제 해소에 집중하는 것 역시 과거 경험 때문이다. 과거 공장을 신설할 때 일이다. 전기를 100% 수입 원료를 통해 생산하던 시절이다 보니 전기를 적게 쓰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던 시절이었다.

"공장 지붕에 투명창을 내면 낮에는 조명을 켜지 않아도 될 것이란 생각에 추진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자체에서 가지고 있던 규정이 공장 지붕은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차단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투명창을 내지 못했죠. 물론 지금은 바뀐 걸로 압니다"

그가 옴부즈만에 도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후배들이 좀 더 편하게 기업을 경영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가 지난 2대 옴주즈만 공고 때부터 세 차례나 옴부즈만에 지원했던 이유도 이런 간절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러 부처에 걸쳐 실태래처럼 얽혀 있는 규제를 풀기 위해서는 끈기 또한 필수다. 그에게 끈기는 '성실'과 함께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또 다른 키워드다.

박 옴부즈만은 중학교 시절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거처 공간도 없이 홀로 상경을 하게 됐다. 교실에서 먹고 자거나 친구나 선후배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지냈다. 학비도 스스로 벌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전국학생달리기 대회에서 1등을 하면 학비가 면제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3~4개월 죽도록 연습했죠. 아마 용문중학교에서 처음으로 1등을 한 겁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달리기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탔고 나중엔 육상부가 생겼습니다"

5대 옴부즈만 임기를 막 시작한 그에게 더 큰 기대를 갖게 되는 또 다른 이유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 ⓒ News1 이승배 기자

choh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