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된 압력밥솥·보온도시락, 환경변화에 역사 속으로
압력밥솥, 편리한 전기압력밥솥으로 대체
집집마다 2~3개 있던 보온도시락, 학교 급식에 명맥만 유지
- 진희정 기자
(서울=뉴스1) 진희정 기자 =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 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더라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하지 못해 설 자리를 잃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의 생활패턴과 소비 환경 등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우리 가정에서 필수품으로 여겨졌던 제품들이 조금 더 편리하고, 빠르고, 간편한 제품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밥맛 좋은 압력솥에서 다재다능 스마트한 전기압력밥솥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식인 밥을 가장 맛있게 만드는 압력밥솥은 1990년대 후반까지 가정마다 있는 필수품이었다. 1976년 출시된 최초의 알루미늄 압력솥인 '풍년 압력밥솥'은 밥 짓는 압력솥의 대명사가 되었고, 사명까지 세광알미늄공업에서 '풍년'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러나 1998년 성광전자가 '쿠쿠'(CUCKOO)라는 독자 브랜드와 함께 전기압력밥솥을 출시했다. 쿠쿠 밥솥은 1년 만에 밥솥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2002년 사명까지 '쿠쿠전자'로 바꾸며 국내 밥솥 시장의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대다수의 가정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전기압력밥솥이 가스 불 위에 있던 압력솥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현재 압력밥솥은 전기압력밥솥과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30% 미만이다. 전기압력밥솥은 밥 짓는 과정에서 필요한 세밀한 불 조정이 필요 없다. 버튼 하나만으로 압력솥만큼 빠르게 갓 지은 맛있는 밥과 각종 다양한 요리까지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올해로 100만대 규모까지 성장해 '필수 가전' 대열 합류가 예상되는 '전기레인지'와 인덕션도 압력솥 인기하락 요인이 되고 있다. 압력밥솥은 인덕션에 반응하지 않는 재질이거나 밑부분이 볼록한 형태로 사용이 불편하다.
국내서는 여전히 '풍년 압력솥'이 생산, 판매되고 있다. 풍년은 지난 2009년에 사명을 PN풍년으로 변경하며 종합주방용품전문기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 멀티쿠커, 냄비류 등의 주방용품 제조 판매와 함께 지난 5월부터는 전기레인지를 포함한 렌탈사업을 시작했다.
◇급식 세대의 등장으로 추억이 된 보온 도시락
'보온 도시락'은 1990년대 후반 학교 급식 후 빠르게 사라져가는 제품 중 하나다. 1999년 전국 고등학교에서, 그리고 2002년부터 중학교에서, 2005년부터는 초등학생까지 전면 급식을 시작했다. 덕분에 학교 갈 때 보온 도시락을 들고 가지 않아도 따뜻한 밥과 국, 반찬을 먹을 수 있게 됐다. 또 야간자율학습까지 있는 경우 도시락을 2개씩 들고 다니던 모습은 2000년 이후 찾아볼 수 없다.
최근 도시락은 학교 소풍이나 체육대회, 또는 수능을 보는 등의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에만 사용한다. 20대에겐 평생 한 두번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낯선 물건이다.
국내 대표 주방용품 브랜드 락앤락과 세계적인 텀블러 브랜드 써모스는 보온병과 텀블러 외에 보온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지만, 수능 보온 도시락 등의 메시지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프리미엄 스틱 형 무선청소기에 자리 내준 유선청소기
가정마다 한 두 대씩 보유하고 있는 청소기도 대세가 바뀌고 있다. 1960년대 국내 처음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이후 1990년대까지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용 청소기는 커다란 본체에 흡입기가 호스로 이어져 있는 유선 진공청소기 대부분이었다. 본체를 힘겹게 끌면서 청소를 해야했고 방을 옮길 때마다 플러그를 뽑고 다시 연결해야 했다. 유선청소기의 대표는 LG전자의 동글이, 1992년 금성사 시절 처음 만들어진 후 2015년까지 존속했다. 2001년 동글이의 상위 버전인 ‘싸이킹’이 만들어졌고, 현재까지도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선청소기는 무선청소기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실제 롯데하이마트에서 2017년 38% 였던 유선 청소기 판매 비중이 2018년 19%, 올해 4월까지는 15%로 감소했다. 이처럼 대세로 자리잡은 무선청소기는 국내에서 2004년 일렉트로룩스가 에르고라피도 1세대를 출시하면서부터 본격화했다. 당시만해도 10만원대 가격에 사용시간이 10분 정도로 짧고, 흡입력이 약해 유선청소기를 둔 가정에서 추가로 구입해 보조용으로 사용하는 정도였다. 2010년대에는 일렉트로룩스와 함께 테팔의 에어포스 등 30만원대 제품들이 홈쇼핑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며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 후 2016년 다이슨 무선청소기가 국내에 등장하면서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시장은 급격히 변화했다. 사용 편리성을 기본으로 유선 청소기 수준의 강력한 흡입력과 충분한 지속력을 갖춘 무선청소기가 가정용 청소기의 중심 제품이 됐다. 현재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무선청소기 다이슨을 비롯해, LG전자의 코드제로 시리즈, 삼성전자의 제트 시리즈 등 100만원대의 프리미엄 제품들이다. 비싸더라도 좀더 편리한 제품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 때문이다.
hj_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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