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다 밑줄 그은 문장, 바로 링크 걸어 SNS에 공유한다"

[미디어 판도 바꾸는 콘텐츠 스타트업]북이오

강민수 북이오 대표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오승주 기자 = 오래전 봤던 '어린왕자'를 다시 읽는다. 예전에는 몰랐던 구절들이 눈에 새롭게 들어온다.

'꽃들은 연약해. 순진하고. 꽃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거야. 가시가 있으면 무서운 존재가 되는 줄로 믿는 거야.'('어린왕자' 中)

마음에 와 닿은 이 구절을 내 페이스북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다. 방법은? 지금까지는 해당 책 페이지 사진을 찍거나 글자를 직접 키보드로 쳐서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방법 밖엔 없었다.

그런데 뉴스나 이미지, 영상 등 다른 콘텐츠는 웹상에서 링크를 통해 콘텐츠 원본으로 바로 이동한다. 링크만 걸면 되니 공유도 간편하다. 하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 웹상에서는 책 소개 페이지로만 연결될 뿐, 책 안으로 파고들어 내용을 직접 보여주는 링크는 없었다.

왜 책만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할 수 없을까. 비비디부에서 만든 '북이오'(buk.io) 서비스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 책 속의 모든 문장을 하나하나 링크할 수 있게 만든 전자책 플랫폼이다. 불편했지만 아무도 큰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서비스를 만든 비비디부의 강민수 대표(44)를 경기 성남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났다. "책 내용을 웹 주소로 변환시켜 링크할 수 있다"는게 핵심이라는데, 이게 어떤 변화를 뜻하는 걸까.

-'북이오'는 어떤 서비스인가.

▶북이오는 전자책에 웹 주소가 만들어지도록 변환하는 서비스다. 원하는 책 안의 모든 글자와 문장마다 웹 주소를 따로 생성하는 게 가능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웹 주소를 웹상의 어느 곳에든 입력하면 링크가 걸린다.

전자책은 웹 주소가 따로 없다. 전자책은 워드(docx) 파일 같은 문서 파일 형태인 e펍(국제 표준 전자책 파일 형식) 파일 하나로 만들어져 있어서 웹상에 책 일부만 링크를 걸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조금 더 쉽게 설명해준다면?

▶북이오 플랫폼에서 '어린왕자'를 읽다가 '꽃들은 연약해. 순진하고…' 이 구절이 마음에 든다고 하자. 먼저 해당 구절을 마우스 혹은 손으로 드래그 한다. 그리고 페이지 아래에 있는 '공유' 버튼을 클릭하면 그 구절에만 해당하는 웹 주소가 생성된다. 책 내용의 어떤 부분이든 자유롭게 웹 주소를 만들 수 있다. 생성된 웹 주소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웹 브라우저 어느 곳에든 넣으면 링크가 걸려 쉽게 공유할 수 있다.

북이오 '어린왕자' 서비스 예시 ⓒ News1
북이오 '어린왕자' 서비스 예시 ⓒ News1
북이오 '어린왕자' 페이스북 링크 예시 ⓒ News1

이 링크를 클릭하면, 드래그 했던 문장이 포함된 책 페이지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 페이지를 기준으로 앞뒤 페이지 한 장씩도 더 볼 수 있다. 어린왕자가 왜 "꽃들은 연약해"라고 이야기했는지, 어떠한 상황에서 나온 말인지를 문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출판사가 설정한 공개 범위에 따라 서문 등 책의 일부 페이지를 볼 수 있으며, 전자책 구매도 북이오 플랫폼에서 바로 가능하다.

이러한 링크를 활용해 책에서 책으로 상호 참조(크로스 레퍼런스)를 자유롭게 넘나들도록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백문이 불여일견. 서비스를 직접 보면 이해가 훨씬 쉽다.

북이오 구경은 이곳에서→'꽃들은 연약해. 순진하고. 꽃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거야. 가시가 있으면 무서운 존재가 되는 줄로 믿는 거야.'

-창업 과정이 궁금하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실리콘밸리에 취업, 시스코 등에서 일하다 2005년 한국에 돌아와 삼성전자 카메라 사업부에서 일했다. 2009년부터 개인 회사를 차려서 출판도 해보고 전자책도 팔아보고 타임라인 한국사·타임라인 미술관 등 콘텐츠 앱도 개발했다. 그렇게 콘텐츠 관련 사업을 해오다 전자책이 웹에서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해 북이오를 기획했다. 3년 전 혼자서 미국 책 50권을 바탕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이것으로 당시 SK 앱 공모전에서 3등을 했다.

2014년 10월 비비디부 법인을 설립하여 현재는 대표 1명, 개발자 2명, 디자이너 1명 등 총 4명이 함께 일한다. 북이오의 핵심인 웹 주소를 클릭해서 책의 특정 페이지로 넘어가는 서비스는 특허로 등록되어 있다.

-지금 북이오 플랫폼에서는 어떤 책을 이용할 수 있나.

▶현재 우리나라 출판사 90곳의 책 총 2000권을 서비스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내용과 '프로젝트 구텐베르크'(저작권자 허락을 받았거나 저작권이 소멸된 서양 고전 무료 전자책) 4만5000권의 책도 이용할 수 있다. 상용서비스의 정식 오픈은 3월 1일로 예정되어 있다.

◇ 웹 브라우저는 최적의 독서 환경

-출판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서비스다. 소셜 미디어에서 적극적인 홍보가 가능할 것 같다.

▶만나는 출판사마다 환영하는 분위기다. 소셜 미디어의 링크는 자유롭게 공유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재공유되는 행위가 반복되므로 홍보 생명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출판사에서 북이오 서비스를 이용할 때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않도록 기획했다. 우리에게 e펍 파일만 보내주면 웹 주소 생성 가능하도록 자동으로 변환시켜준다. 챕터 별로 어떤 부분은 공개하고 어떤 부분은 비공개할지 출판사가 모두 자유롭게 결정한다. 해당 링크를 통해 이용자가 얼마나 유입됐는지도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독자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소셜 미디어에서 책 내용을 쉽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 관리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사람에게는 누구나 과시하고 싶은 허영심이 있는데, 이를 충족시켜준다. 나쁜 의미의 허영심이 아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심리와 유사하다. 책 읽은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건드린다.

-짬짬이 책 읽을 때 북이오 플랫폼이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웹 브라우저에서 책 보는 것에 익숙지 않다. 흔히들 아이패드나 킨들로 읽는 게 더 편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기기들을 사면 잘 안 쓰게 된다. 전자책에 쓰이는 e잉크의 기술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페이지 넘김이 어지럽고 화면이 조악하다. 눈 건강에도 좋지 않다. 이러한 전용 단말기는 시간이 지나면 점점 손에서 멀어진다.

선입견이 무섭다. 웹 브라우저에서 책을 읽는 경험은 이제까지 없었다.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잘 맞지 않을 것이라 지레 짐작하는데, PC, 노트북으로 책을 읽는 환경은 생각보다 훨씬 좋다. 외부 이동 시에는 북이오 모바일 앱을 통해 볼 수 있다.

강민수 북이오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와 북이오 직원들 ⓒ News1 임세영 기자

◇ 전 세계 출판시장의 고민 '책 노출'

-책 내용 전체가 노출될 가능성은 없나.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보호하는지.

▶누군가 공유한 웹 주소로만 링크 연결이 가능하다. 웹 주소를 보고 '다음 페이지는 숫자를 조금 바꾸면 되지 않을까'라는 조작은 불가능하다. 공유할 때마다 웹 주소가 다르게 설정되고, 이 기술 또한 특허로 등록되어 있다. 문장마다 생성된 웹 주소를 모두 얻어내 책 한 권을 완성하는 수고는 책의 모든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전체를 공개하는 일보다 어렵다.

-'위키피디아'처럼 책이 아닌 다른 웹사이트 구절 인용도 가능한가.

▶그렇다. 콘텐츠 전부가 우리 서버 안에 있을 필요는 없다. 현재 북이오 플랫폼에서 위키피디아 검색을 이용할 수 있는데, 이 콘텐츠 또한 웹 주소 생성이 가능하다.

콘텐츠 간 상호 참조(크로스 레퍼런스) 링크 기능이 가장 필요한 곳 중 하나는 학술 논문 시장이다. 인용이 매우 많이 쓰이는 곳인데, 기존 인용 시스템으로는 해당 논문의 '입구'까지만 도달할 수 있다. 논문 내부의 몇 페이지, 몇째 줄로 바로 이동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러한 한계를 북이오 서비스가 해결할 수 있다.

-돈은 어떻게 벌어들이나. 서비스 이용값이 따로 있는지.

▶출판사와 독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용은 공짜다. 북이오 플랫폼을 통해 책 구매가 이뤄질 경우 출판사에서 전자책 수익의 30%를 받는다.

우리나라 출판 시장은 매우 작기 때문에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 미국 전자책 시장은 10조 원, 우리나라는 1000억 원. 100분의 1이다. 미국 시장의 1%만 차지해도 우리나라 시장 전체를 차지하는 것과 같다. 미국과 영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장르소설, 만화책, 힐링 에세이 등 가벼운 읽을거리 혹은 베스트셀러 몇권을 제외하고는 책이 거의 안 팔린다. 최근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랑'은 출시되자마자 일주일 만에 10만 권 팔렸는데, 이런 책들의 특징은 독자 스스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미리 다 생각해서 쉽게 알려주기만 한다. 가장 좋은 책은 독자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처럼 저자가 생각을 다 해서 알려주는 책만 있어서 아쉽다.

-해외 시장에는 언제 진출하나.

▶3월 미국 뉴욕 '디지털 북월드'와 4월 영국 '런던 도서전'에 참가한다. 이번에 가서 현지 출판사를 직접 만나보려고 한다. 미국 출판사 1, 2곳과 엮어지면 서비스가 많이 퍼질 수 있지 않을까. 많이 기대 된다.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참가했는데, 당시 도서전의 최대 화두는 책이 노출되지 않는 문제점(Book discoverability)이었다. 책은 계속해서 출판되는데, 아무도 출판된 사실을 모른다. 언론사 '새 책 코너'에 소개되기 위해 아직도 수많은 출판사들이 언론사에 수시로 책을 보낸다. 막상 출판 담당 기자 책상에는 뜯지도 않은 책들이 가득한데도 말이다.

현재 다른 산업의 모든 광고는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집행된다. 책만 소셜 미디어에서 노출되는 방법이 적었다. 소셜 미디어와 대중에게 책을 노출시키는 방법은 전 세계적 출판 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북이오 서비스가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전자책 퍼스트' 시대에서 중요한 것? 온라인 마케팅

-전자책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

▶'전자책 퍼스트(first)' 시대로 옮겨갈 것이다. 종이책을 먼저 출판하는 게 아니라, 맨 처음 전자책을 내고, 이것이 잘 팔리면 이후에 종이책을 만든다. 영화 '마션'도 처음에는 전자책으로 나온 콘텐츠다. 그러다 인기가 있어서 종이책으로 만들어졌고, 이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전자책은 저자 누구나 출판사의 도움 없이 개인이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다. 마치 음반사가 없어지는 것처럼 출판사 입지도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출판사는 출판 그 자체보다는 마케팅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온라인 마케팅. 이 능력이 사라지는 순간, 출판사의 역할은 아예 사라진다. 온라인 마케팅에 큰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북이오의 다음 서비스는 무엇인가.

▶책 서평(리뷰) 서비스가 추가될 예정이다. 책 리뷰가 모이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책 판매도 이뤄진다. 그래서 아마존이 그토록 책 리뷰 시장을 독점하려 애쓰는 것이다. 굿리즈(goodreads)라는 도서 서평 사이트가 있었는데, 이곳이 미국 책 리뷰 시장의 3%를 차지하자 아마존이 이 기업을 아예 사들였다. 리뷰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서다. 북이오도 전자책 페이지 안에서 리뷰를 쓰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기능이 가능하도록 만들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소셜 미디어에서 책 링크가 어느 정도 퍼지면, 어떠한 수준 밑으로는 링크 수가 떨어지지 않는 임계점이 발생한다. 그 임계 수치가 어디인지 굉장히 궁금하다. 올해 안에 알게 되면 좋을 것 같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콘텐츠 10개 중 북이오 링크가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면 아마 아마존에서 우리를 찾지 않을까.(웃음) 난 천성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전 세계 사람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게 꿈인데, 북이오로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강민수 북이오 대표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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