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망막, 실명질환 극복할까…당장 수술비 2억은 숙제

현재는 망막세포 살아있는 500여명만 수술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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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국내 첫 인공망막 이식수술이 성공하면서 적어도 500여명의 실명 환자들이 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눈앞에 강한 빛만 구분하는 완전실명 상태로 혼자 걷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망막색소변성 환자들이 인공망막을 이식하면 큰 글씨를 읽고 일상생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윤영희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인공망막을 이식한 망막색소변성 환자 이화정씨(54·여)는 30대인 1997년부터 어두운 곳에서 길이 잘 보이지 않는 야맹증으로 고생했다. 망막색소변성은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어려워 이씨는 갈수록 시력을 잃어갔고 2007년에는 혼자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완전실명 상태에 빠졌다.

그래도 이씨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망막신경세포가 살아있는 덕에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안과연구소 소속 마크 후마윤(Mark Humayun) 박사가 개발한 '아르구스2'란 인공망막을 이식할 수 있었다.

의료진에 따르면 현재 이씨는 흙백 이미지로 시력판의 큰 글씨를 읽을 정도로 시력을 회복했고 6개월 뒤에는 예후가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남편 도움 없이 홀로 걷고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의료진은 판단하고 있다.

'아르구스2'는 안구와 망막 위에 시각정보 수신기와 백금칩을 이식하고 안경에 부착된 외부카메라와 특수 휴대용 컴퓨터 기기를 연동해 시각중추에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사물을 식별한다. 이 인공망막은 망막신경세포가 살아있는 환자에게만 이식할 수 있어 국내 망막색소변성 환자 1만여명 중 500여명만 대상자로 추정되고 있다.

윤영희 교수는 "망막색소변성은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기 때문에 환자들의 심리적인 고통과 좌절감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완전실명 상태인 환자가 시력을 되찾은 것은 의학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의학계에선 앞으로 인공망막 기기와 수술 기술이 발달하면 유전질환인 망막색소변성 외에도 신경질환인 황반변성 환자들까지 실명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반변성은 노화와 흡연, 자외선 노출 등 여러 원인으로 글씨가 휘어져 보이다가 결국 시력을 잃는 질환으로 환자 수가 국내에서만 2014년 기준 15만3000명에 달한다. 이 실명질환은 유럽 연구진을 중심으로 시력을 되찾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번 시력을 잃으면 영원히 앞을 보지 못할 것이란 통념을 깬 의학적 시도가 많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 대학병원 한 안과 교수는 "현재는 일부 망막색소변성 환자에 한해 인공망막 이식이 가능하지만 유럽에선 다른 실명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연구가 많다"며 "장기적으로 황반변성이나 다른 안과질환 환자들도 앞을 보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망막을 통해 완전실명 환자가 앞을 보는 길이 열렸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는 평가도 많다. 우선 이 이식수술은 인공망막 가격이 대당 1억8000만원에 달하고 수술비를 포함하면 환자 1명이 부담하는 비용이 2억원에 달한다.

웬만한 중산층 가정도 부담하기 어려운 금액으로 수술 시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 국내 첫 인공망막 이식수술도 병원측이 기금을 지원받아 집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가 인공망막으로 사물을 식별하는 이미지가 흑백이기 때문에 향후 삶의 질을 높이려면 컬러로 업그레이드하는 기술발전도 필요하다.

윤영희 교수는 "인공망막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어 실명을 극복하는 길이 열리고 있다"면서도 "2억원에 이르는 수술비 부담은 건강보험에서 해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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