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생필품값 올라 살기 힘는데…하반기 더 큰 파도 온다

尹정부 긴급 민생안정 대책에도…경기 전망은 흐림
공급망 차질·원자잿값 폭등, 각국 물가·금리인상과 악순환 위기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에서 한 시민이 고기를 고르고 있다. . 2022.5.24/뉴스1 ⓒ News1 김영훈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삼겹살, 식용유, 밀가루, 계란, 채소까지 안 오른 게 없어요. 심지어 찌개용 돼지고기마저 가격이 올라 발길을 돌렸네요. 치약, 화장지 같은 생활필수품도 많이 올랐어요."

윤석열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글로벌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전 방위적 물가인상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원자재 가격 인상이 세계 각국 물가상승과 맞물려 하반기엔 더 큰 파도가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8%대로 치솟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 회원국) 5월 물가상승률도 8.1%를 기록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가격동향에 따르면 최근 소매가격 기준 돼지고기(1㎏)는 2만8500원으로 평년동기(2만1900원) 대비 30% 뛰었다. 전년 동기(2만5230원)와 전월동기(2만8088원) 대비로도 각각 13.0%, 12.9% 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료 가격 부담이 커진 결과다. 대표 곡물인 밀과 식용유도 가격 폭등이 이어지며 외식업계뿐 아니라 빵, 라면, 과자 등 밀이 주원료인 가공식품에 대한 가격인상 압박도 커지고 있다.

쌈 채소 가격도 오름세다. 청상추의 경우 100g당 980원대로 평년동기(740원대) 대비 33% 뛰었다. 깻잎(100g)은 2390원으로 평년동기(1690원)와 비교해 41% 올랐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삼겹살에 상추쌈 싸먹기도 부담스러워졌다.

깨끗한나라 밀롤창고 내부 전경 (깨끗한나라 제공) ⓒ 뉴스1

화장지, 샴푸, 치약 등 생필품과 가구·인테리어 등 소비재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가격이 오르지 않은 분야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화장지 경우 깨끗한나라는 지난달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 공급하는 화장지류(깨끗한나라·촉앤감) 가격을 평균 7~10% 올렸다. 유한킴벌리도 4월15일부터 화장실용 화장지·미용티슈·종이타월 등 화장지류(크리넥스 브랜드) 가격을 8% 내외로 조정했다.

가구·인테리어는 최근 2개월 사이 1위 한샘을 시작으로 2위 현대리바트, 3위 퍼시스그룹, 4위 이케아, 5위 에넥스 등 상위 브랜드 모두가 주요제품 가격을 올렸다. 스토케코리아도 유아의자 트립트랩의 5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을 44만원에 판매하며 가격을 기존보다 25.7% 올려 책정했다.

최근 인건비 인상과 맞물려 결혼정보·택배 등 서비스 산업군 물가 인상폭도 매섭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은 지난달 23일부터 가입회비를 최대 20%까지 올렸다. 앞서 듀오도 3월부터 서비스 등급별 가입회비를 최대 17% 인상했다.

택배비도 다시 오를 조짐이다. 업계 4위 로젠택배는 지난달 1일부로 기업고객 택배비를 최대 15% 인상했다.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도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택배비를 연이어 인상한 바 있다.

육아용품과 유아교육비 등도 줄줄이 올라 육아부담 역시 계속 커지고 있다. 눈높이 학습, 구몬학습, 밀크T초등, 몬테소리, 프뢰벨, 신기한 한글나라 등은 올해 상반기 월 회비와 교재 등 가격을 줄인상했다.

심지어 암웨이, 뉴스킨, 허벌라이프 등 글로벌 직접판매(다단계) 업체들도 모든 국가에서 주요 제품 가격을 일괄적으로 올리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2.5.31/뉴스1

정부는 제1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 민생 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이다. 정권 초기 서민물가 부담이 커질 경우 민심 이탈이 가속할 수 있어서다.

민생 안정 프로젝트엔 모두 3조1000억원 수준의 지원이 담겼다. 2차 추경 사업 2조2000억원에 각종 세제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 6000억원,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3000억원 등이다.

문제는 윤 정부의 민생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물가 전망은 어둡다는 점이다.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월별물가를 0.1%포인트(p) 낮춘다는 정부의 목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과도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촉발한 원자재 가격 상승 문제가 있다"면서 "당분간 5%대 물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현재 쓸 수 있는 수단을 우선 동원해 민생대책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