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사파리, 밤에는 좀비…'몰입'에 빠진 에버랜드의 가을 [르포]

도보로 1㎞ 사파리 누비며 기린·코끼리 가까이서 만나
해 지자 좀비떼 등장…관객이 '화이트Z' 대원 돼 미션 수행

15일 에버랜드 '와일드 사바나 익스페디션'에서 만난 코끼리 '코식이' 2026.09.15 ⓒ 뉴스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오른쪽으로 보이는 길은 대형 차량이 다니는 곳입니다. 예전에는 저 길을 따라 차를 타고 동물을 봤다면, 이제는 직접 걸어서 들어가 보겠습니다.

지난 15일 찾은 경기 용인시의 에버랜드. 가을축제를 맞아 새롭게 문을 연 '와일드 사바나 익스페디션'에 들어서자, 그동안 경험해 왔던 사파리와는 조금 다른 풍경이 다가왔다.

와일드 사바나 익스페디션은 기존 '로스트밸리'를 개편해 선보인 도보형 사파리다. 차에 올라타 창문 너머로 동물을 바라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두 발로 사파리 안을 직접 걸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코끼리·기린 가까이서 더 오래…부교 위 산책하며 사바나 체험

출발 전 체험객들은 한 켠에 마련된 탐험 증명서에 도장을 찍으며 본격적인 탐험에 나섰다.

사파리를 걸으며 가장 먼저 만난 동물은 대머리황새였다. 대머리황새를 지나면 단봉낙타와 알파카, 하이에와 같은 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길을 따라 걷자 나타난 한 터널 내부에는 동물의 뿔과 배설물 모형 등이 전시된 공간도 나왔다. 단순히 동물을 구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동물의 생태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가 구성됐다.

터널을 지나자, 이번에는 물 위에 설치된 부교가 나왔다. 흔들리는 부교 위를 걸으며 마치 사바나를 직접 탐험하는 듯한 동선이 이어지자, '동물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 초식동물인 기린과 코끼리가 나타났다.

이날 관객들을 마중 나온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는 1990년생으로, 사람과 함께 40년 가까이 살다 보니 인간의 말을 따라 할 수 있게 됐다고 서정식 주키퍼는 설명했다.

이날 다닌 코스는 약 1㎞ 길이로, 어린아이나 유모차와 함께 온 가족 단위 방문객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는 거리로 구성됐다. 전체 구간을 마치고 나오자 완주한 방문객들은 처음 받은 인증서에 '탐험 인증' 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사파리 투어를 마무리했다.

15일 에버랜드 '와일드 사바나 익스페디션'에 마련된 부교 코스 2026.09.15 ⓒ 뉴스1 정지윤 기자
'판다 가족' 인기 그대로…"슈바오 안정적으로 성장 중"
에버랜드 '판다 세컨드 하우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루이바오, 후이바오 2026.09.15 ⓒ 뉴스1 정지윤 기자

동물원 안에서는 에버랜드의 또 다른 주인공인 판다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만 최근 출산한 엄마 판다 아이바오와 아기 판다 슈바오는 휴식을 취하고 있어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대신 아빠 판다 러바오와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후이바오를 만나볼 수 있다.

슈바오는 올해 6월 3일 태어나 출생 100일을 넘긴 아기 판다다. 언니 '푸바오', '루이바오·후이바오'에 이어 탄생한 넷째 딸이다.

강철원 주키퍼는 "슈바오가 5.7㎏까지 성장했다"며 "위아래 이빨이 나기 시작했고 시력도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강 주키퍼는 "코가 검게 변하면 판다의 외형이 갖춰졌다고 판단하는데, 한 달 반 정도 안에는 코까지 검어져 완전체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되는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강 주키퍼는 "네 발로 걸어 다닐 수 있어야 하는데, 언니들의 사례를 보면 5개월 이상 때부터였기 때문에 연내에는 엄마를 따라 일반 시민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해 지면 분위기 반전…관객이 직접 뛰어드는 '블러드시티 제로'
에버랜드 '블러드시티 제로' 입구의 모습. 2026.09.15 ⓒ 뉴스1 정지윤 기자

해가 기울자 동물 친구들의 활기로 가득 찼던 에버랜드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기 시작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에버랜드의 호러 테마존 '블러드시티 제로'에는 어둠이 깔리면서 좀비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섰다.

블러드시티 제로의 입구에 들어서자 관람객들은 '화이트Z' 대원증을 받고 좀비가 창궐한 도시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대원으로 설정됐다.

입구에서 생존수칙을 안내받은 뒤 안으들어서자 화이트Z 대원 연 대원 연기자들이 곳곳에서 등장해 좀비가 아닌지 식별하기 위한 암구호를 확인했다. 이날 안내받은 암구호는 '오징어 땅콩'으로, 화이트Z 대원이 다가와 '오징어'라고 말하면 관객은 '땅콩'이라고 대답해야 하는 식이다.

에버랜드는 올해 블러드시티에 5개 테마존을 구성했다. '통제 불능 실험실', '서커스', '핏빛교정' 등 공간을 이동할 때마다 관객의 반응에 따라 연기자들이 즉석에서 대응했다.

좀비가 무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 관람객은 직접 좀비 분장을 하고 현장에 들어와 연기자와 함께 사진을 찍거나 말을 걸며 적극적으로 세계관에 뛰어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에버랜드 '블러드시티 제로'에서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는 좀비 연기자의 모습. 2026.09.15 ⓒ 뉴스1 정지윤 기자

블러드시티에는 영화적인 장면도 곳곳에 배치됐다. 영화 '해적', '공조2' 등을 연출한 이석훈 감독과 협업해 블러드시티 전체를 하나의 호러 영화처럼 구성했다.

이 감독은 "관람객들이 스스로 세계관의 일원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생존자이거나 대원이라는 정체성으로 빠져들게 하기 위해 프리쇼에서 세계관과 생존 규칙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머시브 공연의 특성상 저희와 전혀 약속되지 않은 상황이 현장에서 발생하기도 한다"며 "관객과 꾸준히 교감하는 배우들이 만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진 파크기획팀장은 "그간 단편적으로 보여줬던 캐릭터 이야기를 한 세계관에 모아 손님들께 잘 전달할 수 있는 영화 같은 방식으로 변모해 보자고 기획했다"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들이 연기자를 만나 대원이 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