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섬, 울릉도]② 수제맥주·프리다이빙까지…청년들이 바꾸는 울릉도

독도 거쳐 가던 섬에서 '머무는 섬'으로 변화
독도 굿즈·야시장·로컬 브랜드…청년사업가 주도

울릉도 프리다이빙 체험객들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울릉도=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울릉도에서 수제맥주를 마시고, 독도 강치가 그려진 굿즈를 사고, 먹물 아이스크림을 먹은 뒤 투명한 바다에서 프리다이빙을 배운다.

독도로 향하는 길목에 머물던 울릉도가 달라지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이 섬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청년 사업가들이 있다. 수제맥주 양조장부터 디자인 문구점, 천연 아이스크림 카페, 프리다이빙 센터까지. 이들은 울릉도를 '지나가는 섬'에서 '머무는 섬'으로 바꾸고 있다.

울릉브루어리에서 판매하는 용출수로 만든 맥주 4종ⓒ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수제맥주 한잔에 담은 울릉도

울릉도 추산마을 해발 350m에 자리한 울릉브루어리는 울릉도 최초의 수제맥주 양조장이다. 천연기념물 제189호 성인봉 원시림 화산 암반에서 솟아오르는 용출수로 맥주를 빚는다. 나리분지에 내린 눈과 빗물이 30여 년의 자연정화를 거쳐 솟아오르는 물이다.

현재 울릉 스위밍 라거, 울릉 캠핑 바이젠, 울릉 하이킹 페일에일, 울릉 다이빙 스타우트 등 4종의 수제맥주를 생산하며 이름에도 울릉도의 바다와 산, 캠핑 문화를 담았다.

정성훈 울릉브루어리 대표ⓒ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최근에는 울릉도에 도착하자마자 찾는 명소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고, 위스키와 증류주도 개발 중이다.

대표 정성훈 씨는 울릉도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에서 전시기획을 전공한 뒤 고향으로 돌아와 20년 이상 경력의 양조사와 함께 양조장을 열었다.

정 대표는 "기존에는 울릉도에서만 만날 수 있던 맥주를 서울, 강릉, 묵호, 포항 등 울릉도와 연결된 도시의 호텔·카페·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아웃포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판로를 넓히겠다"고 말했다.

독도문방구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독도도 디자인이 된다

울릉브루어리만이 아니다. 울릉도 곳곳에서는 청년 사업가들이 섬의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가고 있다.

독도문방구는 '독도'를 구호가 아닌 일상 속 디자인으로 풀어낸 공간이다. 김민정 대표는 "왜 독도를 이야기할 때면 태극기를 움켜쥔 거센 구호만 떠올릴까. 천편일률적인 독도 이야기를 벗어나고 싶었다"며 "우리 모두의 책상 위에 독도와 강치가 자연스럽게 놓이는 날을 꿈꾼다"고 말했다.

독도문방구는 강치와 독도의 부속 섬, 희귀 동식물 등을 문구와 굿즈에 담아내고 있다.

독도문방구에서 지역의 감성을 살린 굿즈를 만나볼 수 있다.ⓒ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저동커피의 먹물 아이스크림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저동커피기안장은 방탄소년단(BTS) 진이 방문해 화제가 된 카페다.

대표 메뉴는 호박 아이스크림과 먹물 아이스크림이다. 천연 재료를 사용하며 울릉도 출신 디자이너들의 굿즈와 로컬 식품도 함께 판매한다.

보트펀다이빙(캄인블루 제공)
프리다이버들이 울릉도로 향하는 이유

울릉도의 새 얼굴 가운데 가장 강렬한 체험은 캄인블루에서 만났다.

2022년 문을 연 프리다이빙 전문 교육센터다. AIDA 국제 인증 강사들이 초보자부터 전문가 과정까지 운영한다.

지성훈 대표는 이집트 다합에서 프리다이빙을 경험한 뒤 한국에서 '다합 같은 바다'를 찾아 전국을 돌았다.

그는 "제주도를 포함해 국내 바다를 다 다녀봤지만 마지막으로 찾은 울릉도에서 물에 들어가는 순간 다합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후 1년간 시장조사를 거쳐 울릉도에 정착했다.

실제 울릉도 바다는 수중 시야가 최대 25m까지 확보될 정도로 투명하다. 제주도가 시야가 좋을 때 15m 정도라면 울릉도는 좋지 않은 날도 15m를 유지한다.

지 대표는 "물속이 맑으면 거부감과 두려움이 줄어들어 환경 자체가 다이빙 난이도를 낮춰준다"고 설명했다. 6월에는 모자반이 사라지면서 시야가 가장 좋고, 여름이 깊어질수록 어군도 더욱 풍성해진다.

울릉도 바다는 수중 시야가 최대 25m까지 확보될 정도로 투명하다.
초보자도 쉽게 프리다이빙을 경험해볼 수 있다.(캄인블루 제공)

기자도 직접 체험했다. 제주에서 여러 차례 스노클링과 체험 다이빙을 했지만 울릉도 바다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모자반 군락 사이를 지나며 물속에서 탄성이 나왔고, 돌돔과 부시리 등 울릉도 바다를 대표하는 어종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용객의 약 70%는 자격증을 보유한 펀다이버들이다. 코끼리바위와 관음쌍굴, 관음도, 죽도 등 주요 포인트를 보트 다이빙으로 찾는다.

지 대표는 "다합이 프리다이빙 성지인 이유는 바다뿐 아니라 명상하고, 다이빙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함께 러닝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며 "울릉도도 그런 건강한 해양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울라 웰컴하우스 ⓒ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청년들이 만드는 '머무는 울릉도'

청년 사업가들은 개인 창업을 넘어 조직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올해 3월 출범한 울릉군소상공인연합회에는 식당과 카페, 숙박업, 수제맥주, 다이빙, 렌터카, 특산물 제조업체 등 82곳이 참여하고 있다.

정성훈 대표는 "교통 인프라 발전 속도보다 관광 콘텐츠와 서비스가 훨씬 부족한 상황"이라며 "크루즈 취항이나 공항 개항을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먼저 울릉도를 찾을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의 첫 프로젝트는 울릉도를 대표할 야시장이다. 전통시장이 없는 섬에서 상인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야시장을 통해 관광객에게는 새로운 즐길 거리를, 지역 소상공인에게는 새로운 판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울라 웰컴하우스에서 나만의 울릉도 여행 코스를 만들고 있는 여행객의 모습ⓒ 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민간의 움직임에 민관 협력도 더해지고 있다. 저동에 자리한 '울라 웰컴하우스'는 코오롱이 2021년 한국관광공사·울릉군과 체결한 업무협약의 첫 결과물이다. 울릉도 특산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상품을 개발하고 계절별 특산품을 배송하는 '울라 사계'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며 생산자 판로 확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함께 꾀하고 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