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국인 13조 쓸 때 일본은 출국세 3배 올렸다
韓 출국납부금, OECD 평균 4분의 1 수준
일본 출국세 3배 인상 앞두고 한국도 변동 가능성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한국인이 일본에서 쓴 돈 13조 원, 일본인이 한국에서 쓴 돈 4조 원. 대(對)일 여행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이 일본에 관광비를 '퍼주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7월 1일부터 출국세를 1000엔에서 3000엔(약 2만 8500원)으로 3배 올린다. 확보된 재원은 출입국 절차 개선, 관광 인프라 정비, 오버투어리즘 대응 등 관광 현장에 곧바로 재투자된다. 올려서 걷고, 걷어서 쓰고 써서 다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선순환 구조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현재 방일 외국인 1위 시장이 바로 한국이다. 올해 1분기 방일 한국인은 305만 8100명으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4월에도 87만 8600명이 일본을 찾아 전년 대비 21.7% 늘었다. 고유가·고환율·전쟁 등 불안 요소에도 한국인의 일본 여행 수요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이 출국세를 올리면 가장 많이 내는 것도 결국 한국인이다. 한국인이 일본에서 13조 원을 쓰고 거기서 출국세까지 내면 그 돈은 일본 관광 인프라로 돌아간다. 역설적으로 한국 여행객의 지갑이 일본 관광 경쟁력을 키워주는 구조인 셈이다.
한국은 어떤가. 출국납부금은 7000원이다. OECD 평균(2만 9000원)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마저도 2024년 7월 윤석열 정부가 '그림자 조세'라며 1만 1000원에서 3000원 깎은 결과다.
3000원 인하를 체감한 국민은 거의 없었지만,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연간 1350억 원이 증발했다.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2조 4000억 원의 이자만 연 500억 원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다.
다행히 논의는 전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첫 간담회가 열렸고 지난 22일에는 두 번째 토론회가 개최됐다. 관광업계·정부·학계가 한목소리로 현실화를 촉구했고 조계원 의원이 발의한 출국납부금 2만 원 인상안은 국회에 상정돼 있다.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됐다.
다만 올리는 것만으로 끝나선 안 된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내는 사람 따로, 혜택받는 사람 따로"라는 기금 구조의 문제가 지적됐다. 국민이 낸 돈이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 투명하게 공개되고, 그 효과가 체감될 수 있어야 인상에 대한 수용성도 높아진다.
일본이 출국세 재원의 사용처를 명확히 공개하고 관광 현장 편익 개선에 직접 연결하는 구조를 갖춘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리되, 쓰임새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 그것이 인상의 전제 조건이다.
남은 건 속도다. 일본은 인상을 결정하고 시행까지 끝내는 데 일 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한국은 첫 간담회 이후 7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법안 통과 시점이 불투명하다. 연내 통과되면 내년 예산부터 반영할 수 있다. 놓치면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한국인이 일본에서 13조 원을 쓰고 출국세까지 내주는 동안, 정작 한국 관광기금은 빚더미에 앉아 있다. 한국이 같은 판에서 경쟁하려면 최소한의 재원부터 확보해야 한다. 공감대는 이미 만들어졌다. 이제는 투명한 운용 체계와 함께 실행에 옮길 차례다.
seulbi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