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의료관광 1조 돌파…·성형 대신 피부과 '보·필·레' 줄 섰다

1~5월 외국인 의료소비액 9423억원…전년보다 54.9% 급증
피부과 비중 55%·약국 2배 늘어 11%…시술+뷰티 쇼핑 대세

서울 종로구 창덕궁에서 열린 2025 창덕궁 약다방 행사에서 외국인 여성들이 궁중 다과를 체험하고 있다. 2025.5.12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의료·뷰티 인프라에서 쓰는 소비 규모가 올해 상반기 만에 사실상 '1조 원' 고지를 돌파하며 역대급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폭발적인 팽창 속에서 정작 돈이 몰리는 곳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 한국 의료관광의 대명사였던 '성형외과'가 뒷걸음치는 사이, 피부과와 약국이 그 자리를 빠르게 꿰차며 새로운 대세로 부상하고 있다.

5월 의료 소비 2512억 역대 최고…성장세 갈수록 가팔라져

26일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 분석에 따르면 올해 1~5월 외국인 의료 소비액은 9423억원으로 전년 동기(6085억원) 대비 54.9% 급증했다. 소비 건수도 222만건으로 전년(132만건) 대비 68.6% 늘었다.

성장세는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1월 1273억원이던 월간 소비액은 3월 2044억원으로 뛰어오른 뒤 4월 2499억원, 5월 251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연달아 경신했다. 5월 소비액은 전년 동월(1439억원) 대비 74.6% 폭증한 수치다. K-뷰티 열풍과 원화 약세, 방한 관광객 급증이 맞물리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의료관광 수요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것이다.

지서울 동대문구 서울한방진흥센터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족욕 체험을 하고 있다. 2025.9.5 ⓒ 뉴스1 김진환 기자
피부과 55%, 성형외과는 20%로 후퇴…"칼 대신 레이저"

전체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그 안의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올해 1~5월 외국인 의료 소비액 가운데 피부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55.5%로 전년(52.9%)보다 2.6%포인트 상승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쓰는 의료비의 절반 이상이 피부과 한 곳에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성형외과 비중은 25.8%에서 20.1%로 5.7%포인트 하락했다. 보톡스·필러·레이저 토닝 등 비교적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빠른 비수술 피부 시술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합친 비중은 2025년 78.7%에서 올해 75.6%로 소폭 줄었지만, 무게추는 확연히 피부과 쪽으로 기울었다.

대학·종합병원의 소비 비중도 7.8%에서 6.3%로, 치과는 4.2%에서 3.8%로 각각 줄었다. 전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와중에도 건강검진·중증질환 치료 등 고부가 의료관광은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더딘 모습이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약국 소비 1년 새 2배…'피부 시술+K-뷰티 쇼핑' 한 세트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약국이다. 전체 의료 소비액에서 약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5.7%에서 올해 11.7%로 1년 새 2배 이상 뛰었다.

약국은 소비 건수 기준으로는 전체의 67.7%를 차지해 압도적 1위다. 건수는 많지만, 건당 금액이 적었던 약국의 소비 비중이 금액 기준으로도 급등했다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이 약국에서 쓰는 단가 자체가 올라가고 있다는 뜻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올리브영 등 한국 드러그스토어에서 K-뷰티 스킨케어 제품을 대량 구매하는 현상이 의료 소비 통계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고 약국·드러그스토어에서 관련 제품을 사가는 '시술+쇼핑' 패키지 소비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국 의료관광이 '수술실'에서 '피부과+약국'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높은 의료 수준,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 K-뷰티의 인기 등 다양한 요인으로 한국 의료웰니스관광이 각광받고 있다"며 "한국 피부과 전문의의 높은 기술력과 최신 장비 투자 등으로 피부과 방문을 위한 방한이 늘고 있고, 안과·치과 등 심미치료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방한 시장별 의료관광객의 행동 패턴이 다른 만큼 해외마케팅 국가를 다각화해 의료관광객 유치 확대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