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할증료도 못 막는 효심"…단체 깃발 대신 '맞춤형 효도여행' 뜬다
노옵션·소규모 대세…5성급·전세기·크루즈 수요 확대
조부모·손주 함께 떠나는 '3대 가족여행' 확산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역대 최고 수준(33단계)의 유류할증료 폭탄도 '효심'은 꺾지 못했다. 전체 해외여행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부모님 동반 여행만큼은 비용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다.
8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어버이날을 맞아 깐깐하게 고른 '맞춤형 효도여행'이 대세 선물로 떠올랐다. 가이드의 깃발만 쫓던 고된 단체 관광 대신, 부모님의 체력과 취향을 철저히 배려한 소규모 패키지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효도여행 시장에서 가장 뚜렷한 변화는 상품의 질적 진화다. 과거 대형 단체 패키지 중심에서 소규모·맞춤형·노팁·노옵션 상품으로 수요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참좋은여행(094850)의 프리미엄 상품군 '라르고'가 대표적이다. 하루 최대 2개 도시까지만 방문하고, 주요 관광지에서 2시간 이상 자유시간을 보장하며 하루 이동 시간을 5시간 이내로 제한한다. 전체 상품의 약 20%를 차지하면서 매출의 30% 이상을 올릴 만큼 60대 이상 시니어의 예약이 집중된다.
동남아 상품에서는 노팁·노옵션을 기본으로 쇼핑센터 방문도 1회로 제한하는 '안심효도여행'도 인기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일본 패키지도 대부분 노팁·노옵션으로 구성돼 60대 이상 여성 고객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교원투어도 대형항공사 이용, 직항 노선, 5성급 호텔 숙박, VIP 버스, 미슐랭 가이드 선정 식당 포함 등 이동과 체류 편의성을 강화한 고급형 상품 판매 비중이 높다.
교원투어 관계자는 "노팁·노옵션·노쇼핑 형태의 패키지 선호도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중남미 일주나 크루즈가 포함된 북유럽 상품처럼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고가 상품을 자녀 세대가 선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관광 관계자는 "대도시 중심의 복잡한 관광보다 이동 번거로움을 줄이면서 품격 있는 휴식을 제공하는 전세기 상품이 효도여행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일본 소도시 도야마·구시로 전세기 상품을 대표 효도여행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도여행 수요는 고유가 여파에도 비교적 탄탄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교원투어 관계자는 "유류할증료 급등으로 수요가 위축되는 건 개별 여행이나 자녀 동반 가족여행 쪽이 더 많다"며 "효도여행은 비용을 아끼는 형태의 소비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하다"고 말했다.
다만, 출발 시점을 조율하는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다.
한진관광 관계자는 "올해는 고물가·고환율 영향으로 자녀 세대가 가격 조건에 훨씬 민감해졌다"며 "여행지 수준을 낮추기보다 유류할증료 부담이 덜한 8월 이후로 시점을 조율하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단거리로의 수요 이동도 뚜렷하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유럽에 관심을 두던 고객층이 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일본 상품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랑풍선(104620) 5월 예약 데이터에서도 일본(27%)·중국(25%)·베트남(11%) 순으로 단거리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부모님 건강 상태와 이동 피로도를 고려한 단거리·단기 일정 선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하나투어(039130)도 중국 장자제(장가계)·태항산, 태국 방콕·파타야, 베트남 하노이·하롱베이 등 단거리 인기 여행지 중심으로 효도여행 상품을 운영하며, 장자제에서는 매년 어버이날 트로트 디너 콘서트도 개최한다.
효도여행의 형태도 넓어지고 있다. 부모님만 모시는 여행을 넘어 조부모부터 손주까지 함께 떠나는 3대 가족여행이 새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자녀가 부모님과 함께 예약하거나 조부모·손주가 함께 떠나는 3대 가족여행도 늘고 있는 추세"라며 "일본 규슈 3일 베스트 가족여행'은 조부모를 위한 벳푸 지옥 온천 관광과 아이들을 위한 아프리칸 사파리 정글 버스 투어를 한 일정에 담아 세대를 아우르는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투어의 경우 조부모와 손자·손녀가 함께 떠나는 '스킵젠'(Skip-Gen) 투어를 선보인다. 스킵젠이라는 말은 중간 세대(부모)를 건너뛴다는 의미에서 유래됐다.
예약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교원투어 관계자는 "홈쇼핑을 통해 부모님이 여행상품을 먼저 접한 뒤 자녀에게 예약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고, 자녀가 직접 온라인에서 비교·예약하는 형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부모 세대의 해외여행 경험이 많아지면서 단순 가격보다 일정 구성·숙소 수준·이동 편의성을 꼼꼼히 비교해 예약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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