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밑 추격 당한 모두투어…야놀자 지분 확장에 여행업계 '지각변동'

단 4일 만에 171만 주 매수…야놀자, 창업주 제치고 단일 1대 주주
자사주 배당이 부른 방어막 균열…격차 1.9%p 차 아슬아슬한 ‘불안한 동거’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국내 여행업계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전통의 대형 강자 모두투어(080160)가 공룡 여행 플랫폼 야놀자의 '안방 침공'에 직면했다. 야놀자가 단 4일 만에 모두투어 창업주 지분을 뛰어넘으며 단일 1대 주주 자리에 등극한 것이다.

야놀자 측은 "실질적 최대주주는 여전히 우종웅 회장"이라며 경영권 탈취 의혹을 일축하고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양측의 지분 격차가 2%p 미만으로 좁혀진 만큼 모두투어의 지배구조가 언제든 요동칠 수 있는 '불안한 동거' 체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간 171만 주 '폭풍 매집'…창업주 개인 지분 넘어선 야놀자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야놀자는 최근 4거래일(2~5일) 동안 모두투어 주식 171만 2525주를 집중적으로 장내 매수하며 지분율을 14.44%(272만 9903주)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기존 최대 주주인 우종웅 회장의 개인 지분(10.92%)을 가뿐히 추월한 수치다.

단일 법인이 14%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며 창업주를 제치고 주주 명부 맨 윗자리에 올라선 것은 모두투어 창립 이래 유례없는 사건이다.

특히 이번 매집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모두투어의 '방어력 상실'이다.

모두투어는 최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 대신 '자기주식 현물배당'을 결정했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일 기회를 놓치게 만들고 야놀자에는 저가 매집의 길을 열어준 꼴이 됐다.

야놀자는 이 틈을 타 단기간에 막대한 물량을 확보하며 사실상 모두투어의 지배구조를 단숨에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2024년 3자 동맹까지…치밀한 인수 빌드업?

야놀자와 모두투어의 파트너십은 이미 2023년부터 시작하며 수면 아래에서 예열됐다. 당시 양사는 야놀자의 IT 인프라에 모두투어의 패키지 상품을 공급하는 'ODM 고도화'를 추진하며 전략적 신뢰를 쌓아왔다.

이러한 물밑 협의는 2024년 3월 11일, 야놀자·인터파크트리플·모두투어의 '3자 패키지여행 활성화 MOU'로 이어지며 공식화됐다.

하지만, 이러한 협력 뒤에는 언제나 '인수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인터파크와 트리플을 잇달아 인수한 야놀자가 오프라인 인프라가 강한 모두투어까지 품어 여행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투자은행(IB)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탓이다.

야놀자 측은 이번 지분 확보에 대해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라며 선을 긋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과거의 완만한 협력이 이제 사실상의 실행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4년 3월 11일 모두투어와 인터파크트리플·야놀자 패키지여행 상품 판매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모두투어 제공)
1.94%p 차이의 아슬아슬한 구도…향후 경영권 향배는

현재 구도는 야놀자의 '예우' 속에 숨겨진 팽팽한 수싸움 양상이다. 야놀자 측은 "우종웅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8인의 합산 지분인 16.38%와 비교하면 여전히 우 회장 측이 경영 주체"라며 최대 주주 지위를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야놀자(14.44%)와 우 회장 측 방어선(16.38%)의 격차는 불과 1.94%p 내외에 불과하다. 이는 향후 주주총회나 이사회 구성 과정에서 야놀자의 목소리가 창업주를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결국 향후 판세는 네이버 등 우종웅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외부 주주들의 행보와 모두투어가 보유한 3.64%의 자사주 활용 방식에 달려 있다.

익명의 여행업계 관계자는 "14%대의 지분은 향후 이사회 진입이나 핵심 의사결정 시 거부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규모"라며 "단순한 파트너를 넘어 여행 시장의 주권을 쥐기 위한 두 기업의 불편한 동거가 본격적인 경영권 수싸움으로 번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