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털고 매출 잡자"…10조 상조업계, 여행판 '큰손' 됐다
장례 치러야 '매출' 잡히는 구조…"여행 보내면 즉시 실적"
'빅4' 지난해 매출 일제히 상승…소노171%·웅진 20%↑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상조회사는 더 이상 장례회사가 아니다. 막대한 현금(선수금)을 쥔 거대 '여행 유통 채널'이자, 기존 여행사를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다.
28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조업계 '빅4'(교원라이프·보람상조·소노스테이션·웅진프리드라이프)가 1200만 명의 가입자와 10조 원에 달하는 선수금을 무기로 여행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조업계가 여행 사업 확장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재무적 판단이 깔려 있다.
상조회사가 고객에게 매달 받는 선수금은 회계상 회사의 수익이 아닌 부채(미리 받은 돈)로 잡힌다. 고객이 사망해 장례를 치르거나 만기가 되어야 비로소 '매출'로 인식되는 구조다. 장기간 부채를 안고 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여행은 다르다. 고객이 상조 상품을 여행 상품으로 바꾸는(전환 서비스) 순간, 장부에 쌓여있던 부채가 즉시 매출로 실현된다. 상조사 입장에선 누적된 부채를 해소하고 당장의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이러한 전략은 재무제표상의 뚜렷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조업체들의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소노스테이션(소노아임레디)의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다. 2024년 매출액은 약 2559억 원으로 전년(약 942억 원) 대비 171.5% 급증했다.
업계는 이를 부동산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결합 상품 판매 호조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한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력은 모기업(소노인터내셔널)의 티웨이항공 지분 확보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
업계 1위 웅진프리드라이프 역시 매출 276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4% 성장했다. 2조 원이 넘는 선수금과 3조 원에 육박하는 자산 규모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교원라이프는 매출 204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7% 증가하며 2000억 원 고지를 밟았다. 보람상조 역시 보람상조개발 등 7개 계열사 합산 매출액이 약 1995억 원을 기록하며 2000억 원대에 육박하는 외형을 과시했다.
교원라이프는 그룹 내 여행 계열사인 교원투어의 대표 브랜드 여행이지와의 시너지를 통해 가장 높은 효율을 내고 있다.
교원라이프에 따르면 전환 서비스 이용 고객 중 여행 상품을 선택한 비중은 2022년 17%, 2023년 50%에 이어 2024년 75%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58%를 기록하며 여전히 절반 이상의 고객이 여행을 선택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결은 여행이지의 상품 경쟁력이다. 타 상조사가 크루즈 등 특정 고가 상품에 주력할 때, 교원라이프는 '여행이지'가 보유한 전 세계 패키지 상품을 그대로 연동했다. '동남아 패키지'부터 최근 선호도가 높은 '치앙마이 한 달 살기'까지 선택의 폭을 넓혀 상조 회원을 자사 여행 브랜드로 자연스럽게 유입시켰다.
소노스테이션은 모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해 여행 사업의 단위를 키우고 있다. 이미 국내 최대 규모의 리조트 인프라(소노호텔앤리조트)를 보유한 상황에서, 모기업의 티웨이항공 지분 확보 시도는 여행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항공(티웨이)~숙박(소노)~상조(모객)'가 연결되는 거대 여행 밸류체인이 형성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상품 전략 역시 차별화했다. 일본 등 단거리 위주에서 벗어나 '아라비아·중남미 크루즈' 등 고가의 장거리 여행 상품을 확대하며 구매력 높은 하이엔드 고객층을 공략하고 있다.
전통의 강호 보람상조는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웠다.
최근 여행 전문 기업 아름여행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보람할렐루야 탁구단과 연계한 '스포츠 투어', 산업 시찰 등 특수목적관광(SIT) 상품을 개발 중이다. 획일화된 패키지 대신 취미와 테마를 중시하는 '액티브 시니어'(활동적인 중장년층)의 수요를 정조준했다.
웅진프리드라이프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제휴와 직영의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 하나투어(039130), 모두투어네트워크(080160) 등 주요 여행사들과 제휴해 상품 구색을 갖추는 동시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크루즈 전세선(통대관)' 운영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상조회사가 여행사의 단순한 판매 채널이었다면, 이제는 막강한 자본을 무기로 직접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경쟁자가 됐다"며 "특히 할부 금융(분납)이라는 결제 수단까지 갖춰, 고물가 시대 여행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seulbi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