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유행이라고?"…위기라던 K-스키장 '화려한' 부활

"평일도 붐빈다" 비발디·용평·강촌 등 외국인 '북적북적'
'눈 테마파크'로 체질 개선…모나용평 매출 20% 쑥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인구 감소와 레저 트렌드 변화로 '성장의 벽'에 부딪힌 국내 대형 스키장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해법을 찾고 있다. 눈 내리지 않는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정체된 내수 시장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다.

비발디파크, 모나용평 등 주요 리조트들은 단순한 슬로프 운영을 넘어 기도실과 할랄 푸드까지 갖추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300만 명대로 쪼그라든 국내 스키 시장의 빈틈을 '인바운드'(방한 관광) 수요로 메우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내수 부진, 외래객으로 만회"…주요 리조트 성장세 뚜렷

16일 스키장업계에 따르면 주요 스키장들의 이번 시즌 외국인 방문객 지표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접근성이 뛰어난 강원 홍천의 비발디파크는 2025/26 시즌 외국인 입장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급증했다.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중화권 및 동남아 국가가 주축이다. 내국인 입장객 수가 최근 3년간 정체 수준인 것과 대조적이다.

강원 평창의 모나용평은 '질적 성장'에 성공했다. 엔데믹 직후 수요가 폭발했던 지난 시즌(23/24)에 비해 전체 외국인 방문객 수는 조정기를 거치며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매출은 오히려 전년 대비 20%가량 늘었다.

모나용평 관계자는 "단순 방문객보다는 리조트에 체류하며 식음, 렌탈, 체험 상품을 복합적으로 이용하는 고부가가치 고객이 늘어난 결과"라며 "외국인 관광 수요가 단기적 반짝 유행을 넘어 구조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휘닉스파크 역시 '외국인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 시즌(24/25) 외국인 입장객이 전년 대비 70% 폭증한 데 이어 이번 시즌에도 10%의 추가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서울에서 전철로 이동 가능한 춘천 엘리시안 강촌 역시 외국인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난 시즌 약 10만 명의 외국인을 유치한 데 이어, 올해는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시안 관계자는 "내국인 방문이 저조한 평일 낮 시간을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채워주며 가동률을 방어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일인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강원도 춘천의 엘리시안강촌 스키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스키장서 스키만 타나?"…'눈(Snow) 테마파크'로 진화

인바운드 시장의 확대는 스키장의 풍경과 수익 모델도 바꿔놓았다. '전투적으로' 스키를 타는 내국인과 달리, 동남아 관광객들은 '눈 경험' 자체에 지갑을 연다.

실제로 모나용평의 지난해 12월 발왕산 케이블카 외국인 탑승객은 약 4300명으로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발디파크 역시 스키 리프트보다 눈 테마파크인 '스노위랜드'를 찾는 외국인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다.

스키 실력이 필요한 슬로프 이용보다는, 안전하게 눈을 즐길 수 있는 썰매나 관광 곤돌라,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포토존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고객의 90%는 눈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라며 "이들을 위해 리프트권 판매에만 목매는 것이 아니라, 의류 렌탈, 입문형 강습, 관광 곤돌라 등 진입 장벽이 낮은 상품 구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리시안 강촌의 외국인 스키학교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할랄 푸드에 기도실까지…서비스 인프라 '환골탈태'

리조트들의 수용 태세도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슬로프만 빌려주던 과거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언어, 종교, 식문화까지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도입 중이다.

비발디파크는 무슬림 관광객 비중이 높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시장을 겨냥해 리조트 내 기도실을 운영하고 할랄 푸드 메뉴를 판매한다.

엘리시안 강촌은 15명의 외국어 가능 강사를 상주시켜 언어 장벽을 없앴고 초급자와 중급자 슬로프를 완전히 분리해 안전사고 우려를 낮췄다. 모나용평은 전 세계 스키장을 이용할 수 있는 '아이콘 패스'(Ikon Pass)를 도입해 북미·유럽 등 글로벌 스키어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국내 스키장 이용객은 2011~2012시즌 686만 명 정점에서 최근 300만 명대로 급감했다.

오정학 백석대 교수는 "내국인 이탈은 스키장이 '고비용 저효율'의 구태의연한 공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며 뼈아픈 지적을 내놨다. 그는 "결국 생존의 열쇠는 콘텐츠"라며 "단순 활강을 넘어 XR(확장현실)과 같은 신기술을 접목해 고객에게 '멀티 체험'을 제공하는 사계절 복합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