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결산-관광]1.68초마다 "헬로 코리아"…방한객 1900만 고지 밟는다
6년 만에 역대 최대…K-컬처·무비자 업고 '관광 호황기'
무안항공참사·대형산불·캄보디아 납치에 수요 위축되기도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2025년은 대한민국 관광산업이 팬데믹 이후 가장 가파른 '외형적 성장'을 이뤄낸 해다.
방한 외래관광객 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관광 2000만 시대'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내부적으로는 APEC 정상회의가 지방 관광의 가능성을 열었고, 대외적으로는 한·중 상호 무비자 시대가 개막하며 활기를 더했다.
다만 탄탄대로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대형 산불과 항공 안전 사고 등 예기치 못한 악재들이 발생해, 역대급 호황 속에서도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25년은 대한민국 관광산업이 '마의 벽'으로 여겨지던 2019년의 기록(1750만 명)을 훌쩍 뛰어넘은 해다.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 23일 기준 1850만 명을 돌파하며 일찌감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입국 러시가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최종 성적표는 사상 첫 '1900만 명' 고지를 밟거나 이에 육박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단순 계산해도 1.68초마다 1명의 외국인이 한국 땅을 밟은 셈이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세는 'K-콘텐츠의 세대교체'와 '관광의 질적 전환'이 맞물린 결과다.
과거 방탄소년단(BTS)나 '오징어게임'이 방한 관광의 문을 열었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OTT 히트작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전 세계 팬덤을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특히 단순 관람을 넘어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구매하는 '목적형 소비'가 시장을 주도했다. 한국관광공사의 외국인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뷰티·건강 제품 소비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9.1% 성장한 데 이어, 올해(1~9월)는 전년 동기 대비 40.4%나 급증했다.
정부는 올해의 성과를 발판 삼아 내년에는 '외래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열고, 2030년 목표인 3000만 명 조기 달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올해 11월 경주에서 열린 'APEC 2025' 정상회의는 한국 관광의 고질적 난제였던 '서울 쏠림'을 해소하고 지방 관광 인프라를 단기간에 혁신한 결정적 '터닝포인트'가 됐다.
한국관광공사가 행사 전후 글로벌 소셜 데이터 23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경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급변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가 APEC을 계기로 낙후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전방위적으로 뜯어고친 덕분이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숙박 인프라의 고급화'다. 정부는 보문단지 내 12개 숙박시설을 정상급 숙소로 지정해 개보스를 단행, 국빈을 위한 35개의 프레지덴셜스위트(PRS) 객실과 글로벌 기업인을 위한 230여개 전용 객실을 확보했다.
지역 민박업 운영자 250명을 대상으로 위생·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경주 특별 누리살핌단'을 가동해 주요 시설을 세 차례 정밀 점검하는 등 서비스 품질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언어와 결제의 장벽'도 허물었다. 경북권 2만여개 업소에 표준 QR결제 인프라와 NFC 기반 간편결제 시스템을 보급해 외국인이 지갑 없이도 여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또 주요 식당과 카페 등 124개소에는 다국어(영·중·일) 메뉴판을 설치하고 관광통합플랫폼 '비짓코리아'와 연동된 QR코드를 배치해 스마트 관광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2025년은 한·중 양국이 나란히 빗장을 풀며 관광 교류의 '슈퍼 사이클'을 맞이한 해다. 신호탄은 중국이 먼저 쏘아 올렸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한국인 대상 비자 면제 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올해 11월 이를 2026년 말까지 연장했다.
이에 우리 정부 역시 올해 9월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며 인바운드 시장의 마지막 진입 장벽을 허물었다.
양방향 '비자 프리' 시대가 열리자 여객 수요는 즉각 폭발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중국 노선 탑승객은 지난 1월 3만 1412명에서 10월 5만 6345명으로 79.4% 급증했고 대한항공 역시 10월 기준 여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5.3% 늘었다.
인천공항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1년(2024년 11월~2025년 10월)간 중국 노선 여객 수는 1193만 4642명으로 전년 대비 24.3% 성장했다.
이 같은 온기는 카지노업계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비자 발급의 번거로움이 사라지자 마카오 등으로 향하던 중국인 VIP와 대중(Mass) 고객이 한국으로 복귀하며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아웃바운드(해외여행) 시장에서는 '세대교체'가 일어났다.
그간 장자제 등 '실버 관광' 위주였던 중국 여행이 상하이·칭다오 미식 기행을 즐기는 '2030 MZ세대' 중심으로 재편되며 중국이 일본을 위협하는 근거리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2025년 관광시장은 역대급 호황 속에서도 '안전'이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각종 재난과 사건·사고가 잇따르며 여행 심리를 위축시키는 악재로 작용한 탓이다.
항공업계는 지난해 말 제주항공 안전사고 여파로 홍역을 치렀다. 기체 결함 논란이 저비용항공사(LCC)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며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대형 항공사(FSC)를 택하는 '안전 회귀' 현상이 뚜렷해졌다.
국내에서는 강원도 대형 산불이 봄철 성수기 관광 시장을 덮쳤다. 반복되는 화마가 주요 관광 거점을 위협하면서 숙박 예약 취소가 줄이었고, 기후 위기가 지역 관광 생태계를 흔드는 구조적 리스크로 자리 잡았다는 지적이다.
해외여행 시장에서는 '캄보디아 한국인 사건' 등 강력 범죄가 부각되면서 여행지 선택의 기준이 '가성비'에서 '치안'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특히 이 사건의 여파로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동남아 여행 수요 전반이 동반 하락하는 등 시장이 크게 휘청였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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