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 보고 휙…한국 다시 찾을 이유 만들어야"[관광은 국가전략]⑥끝

알베르토 몬디 "한류로 방문하지만, 재방문은 부족"
"사찰·서예 등 외국인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자산은 이미 있어"

편집자주 ...세계인이 한국으로 몰려든다. 국민도 세계 곳곳으로 나간다. 관광은 더 이상 부수적 산업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소비나 사치가 아니다.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전략 산업이 관광이다. 저성장, 지역소멸, 인구소멸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문제를 해결할 또 다른 키가 관광이다. <뉴스1>은 기획 인터뷰[관광은 국가전략]을 통해 학계·현장·외국인 시선에서 관광 정책의 현 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차례로 짚는다.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가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K-팝과 K-드라마, 영화 등 한류 콘텐츠가 한국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 결과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서울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본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을 충분히 경험했다고 대부분 생각하는 것인지 '재방문' 의사가 현저히 낮게 나온다. "왜 다시 한국에 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만한 구조가 아직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이런 이유로 나온다.

뉴스1의 기획 인터뷰 <관광은 국가전략>에서 방송인이자 주한이탈리아상공회의소 부회장인 알베르토 몬디는 "요즘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대부분 한류 때문에 온다"면서도 "문제는 그 이후의 여행이 너무 단조롭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외국인'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외국인의 시각에서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몬디 부회장은 "서울에서 남산타워, 홍대, 인사동, 경복궁을 보고 나면 신기하긴 하지만, 다음 동선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수요는 폭발했는데, 다시 올 이유는…

몬디 부회장은 현재 인바운드(외국인 방한) 관광 시장의 핵심 문제로 '재방문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를 꼽았다. 그는 "한류 덕분에 한국에 오고 싶다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늘었지만, 한 번 온 뒤 다시 와야 할 이유는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사들이 준비한 상품은 여전히 서울·부산·제주에 머물러 있다"며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미 본 곳을 다시 찾을 동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서울만 보고 돌아가거나, 비슷한 코스가 반복되면서 체류는 짧고 재방문은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몬디 부회장은 "외국 여행사들 역시 한국을 깊이 알지 못한다"며 "수요는 급증했지만, 이를 장기 체류와 반복 방문으로 연결할 상품과 구조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사실상 여행사의 역량 부족을 꼬집은 것이다.

국내 여행사는 올해 수익이 크게 악화됐다. 3분기 기준으로 하나투어(039130), 모두투어(080160), 노랑풍선(104620) 등 주요 패키지 여행사들은 수익성이 악화했다. 하나투어는 영업이익이 31% 줄었고 모두투어와 노랑풍선은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관광객은 사상최대를 오가는데 여행사는 굶는 현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여행사는 주로 '국내 소비자의 해외여행'에 기대는 구조이다보니 한국 관광이 모처럼 활황을 보여도 이것이 국내 산업의 활황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몬디 부회장은 "관광은 결국 여행사가 만드는 산업"이라며 "외국인이 무엇에 감동하고, 어디에서 돈을 쓰고, 왜 다시 오고 싶은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가 17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지구 반대편까지 와서 커피숍 앉아있길 원하겠어요?"

몬디 부회장은 한국 관광 전략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개념으로 '시장 세분화'를 꼽았다.

그는 "외국인이라는 말로 묶으면 안 된다"며 "인도인이 원하는 한국, 이탈리아인이 원하는 한국, 중국인이 원하는 한국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몬디 부회장이 볼 때 이탈리아 사람에게는 철학, 건축, 문자, 종교 같은 요소가 훨씬 강하게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 관광은 여전히 '모든 외국인을 만족시키는 하나의 상품'을 전제로 설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한계는 제주도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몬디 부회장은 "한국인에게 제주는 특별한 여행지지만, 이탈리아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미 시칠리아, 사르데냐 같은 섬을 경험했다"며 "자연이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제주가 특별한 목적지가 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의 자연은 분명 훌륭하지만, 제주시의 도시 풍경이나 교통 체증,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바다 보이는 카페’는 오히려 실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지구 반대편까지 와서 커피숍에 앉아 있는 경험은 외국인에게 감동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감동하는 건 사찰·서원·서예

몬디 부회장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유럽 관광객, 특히 이탈리아인을 포함한 서구권 관광객이 한국에서 가장 강하게 반응하는 공간으로 사찰과 서원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해인사, 보리암, 조계사 같은 사찰에 가면 외국인들이 사진을 수백 장씩 찍는다"며 "건축물 자체가 유럽에는 없는 형태이고, 자연과 어우러진 구조가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에게 사찰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동양 철학의 판타지'에 가깝다"며 "명상, 고요함, 스님과의 짧은 대화, 종교적 분위기까지 모두 하나의 체험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원 역시 마찬가지다.

알베르토는 "도산서원 같은 곳은 한국인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공간일 수 있지만, 외국인에게는 전혀 다른 경험"이라며 "숲 속에 자리한 건축, 유교 철학, 서예와 문자의 역사까지 모두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몬디 부회장은 '서예'와 '문자'의 가능성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에게 한글과 한자는 문자이자 예술"이라며 "직접 한지를 만들고,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보고, 도장을 만들어 가져가는 경험은 매우 강력한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베네치아의 코레르 박물관(Museo Correr)에서는 한국 서예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현지 반응이 굉장히 뜨겁다"며 "이런 콘텐츠가 해외에서는 예술로 소비되는데, 정작 한국에서는 관광 자산으로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가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지방을 살리는 방법? 이탈리아는 작은 도시를 묶었다

몬디 부회장은 한국 관광이 여전히 '도시 단위'에 머물러 있는 점도 한계로 짚었다. 이탈리아 대표적인 사례로 토스카나를 들었다.

그는 "시에나, 루카, 피사, 몬탈치노 같은 도시는 각각으로 보면 작은 도시"라며 "하지만 '토스카나'라는 이름으로 묶이면서 전 세계 관광객이 찾는 권역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말피 해안이나 친퀘테레도 마찬가지"라며 "한 도시만으로는 목적지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지역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고 말했다.

한국에도 이런 방식이 필요하다는 게 몬디 부회장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경북만 해도 영주(부석사), 안동(유교 문화), 울진·울산(반구대 암각화)을 하나의 루트로 묶으면 2박 3일, 3박 4일 여행이 된다는 것이다. 도시 하나하나를 알리는데 집착하다 보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

그는 "이탈리아에서는 '슬로시티'처럼 이름을 만들어서라도 작은 도시를 알린다"며 "한국도 섬진강, 남해안, 경북 북부 같은 권역 단위 패키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