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을 수출 2위로 키운 일본…한국은 왜 못 하나"[관광은 국가전략]②

최규완 경희대 교수 "성장 엔진이 꺼진 한국, 관광만이 남아"
"자동차는 지역을 살리지 못한다…관광 소비, 골목으로 이어져"

편집자주 ...세계인이 한국으로 몰려든다. 국민도 세계 곳곳으로 나간다. 관광은 더 이상 부수적 산업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소비나 사치가 아니다.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전략 산업이 관광이다. 저성장, 지역소멸, 인구소멸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문제를 해결할 또 다른 키가 관광이다. <뉴스1>은 기획 인터뷰 [관광은 국가전략]을 통해 학계·현장·외국인 시선에서 관광 정책의 현 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차례로 짚는다.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가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1%대에 갇혀 있다. 제조업은 고용을 만들지 못하고 지역은 빠르게 비어간다. 인구는 줄고, 자영업은 과잉 상태다. 최규완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이 구조를 두고 "이미 대부분의 성장 엔진이 꺼진 상태"라고 말했다.

뉴스1의 기획 인터뷰 <관광은 국가전략>에서 그는 관광을 "분위기 좋으면 키우는 산업"이 아니라 지금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성장 수단으로 규정했다.

최 교수는 "관광은 GDP를 직접 건드리고 지역과 고용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산업"이라고 말했다.

"日처럼 관광을 수출 2위로 끌어올려야"

최 교수의 비교 축은 일본이었다. 그는 "일본은 제조업이 성장 한계를 느끼자, 국가 차원에서 관광을 경제 전략산업으로 끌어올렸다"며 "결국 관광이 일본에선 자동차 다음가는 '수출 2위' 산업으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한국도 외국인이 국내에서 결제한 금액은 외화 유입이자 수출로 잡히는 만큼 '관광=서비스 소비'가 아니라 '관광=수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가 특히 강조한 건 리더십의 위치였다.

그는 "대통령이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가져야 한다"며 "아베가 관광을 직접 '관리'하며 산업 구조를 바꿔놓았듯 한국도 목표 3000만 달성만 외칠 게 아니라 경제 성장률·민간소비·지역경제까지 연결되는 국가 KPI로 끌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관광은 GDP 구성요소(C+I+G+X-M) 중 특히 민간소비(C)를 바로 건드린다"며 "관광으로 성장기여도를 매년 0.3%포인트만 올려도 체감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했다.

"관광이 서비스업 생산성을 올린다"

왜 관광이 '최고의 카드'냐는 질문에 최 교수는 거시경제 구조로 답했다.

노동 투입은 줄고 자본 수익률도 약해졌고 제조업 생산성은 이미 상단에 가까워 더 끌어올리기 어렵다. 남는 건 서비스업 생산성인데 한국 서비스업의 약한 고리(도소매·음식·숙박·운수 같은 영세 자영업)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외부 충격이 인바운드 관광수요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관광객이 오면 쇼핑하고, 먹고, 자고, 이동한다"며 "그게 바로 영세 자영업의 매출·회전율·생산성을 올리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동차를 많이 판다고 해서 제천의 식당이 살아나진 않지만, 관광 소비는 지역 골목으로 바로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가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여기서 일본이 쓴 방식이 '시장침투'(마켓 페니트레이션) 전략이라고 했다.

초기에 가격을 낮춰 '라인(습관)을 만든 뒤' 시장을 키우는 전략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항공·교통 비용을 낮추고 프로모션을 붙여 '관광객의 코스트를 줄여주는 정책'을 깔았고 그 지출의 승수효과가 자영업·지역경제로 번지며 체질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우리는 소비쿠폰에 1~2조를 쓰는데 인바운드 유치에 같은 규모로 쓰면 효과가 더 크다는 걸 '에비던스'(증거)로 설득해야 한다"며 "KPI도 객수보다 객단가, 더 나아가 목표는 관광수지(적자 축소)로 가야 한다"고 못 박았다.

못 오는 게 아니라, 못 움직이게 돼 있다

정책의 디테일로 들어가면 최 교수의 메시지는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한국은 관광자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들어오고(공항) 움직이는(연결) 구조가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광권 조성'의 핵심을 외항사 유치와 관문도시(허브) 선정→스포크(연결도시) 구축을 들었다.

최 교수는 "허브는 관광지로서의 자격이 있고 스포크는 허브가 갖지 못한 자원을 가져야 한다"며 "부산이 경주(역사문화)를 붙이고, 거제·통영(자연)을 붙이는 식의 '조합'이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경주가 지금처럼 대중교통으로 3~4시간 걸리면 외국인은 이동 자체를 포기한다"며 "관광은 '정기성'이 생명이기에 1시간마다 한 대만 약속돼도 외국인은 믿고 움직인다"고 했다. 대만의 근교 투어처럼, 하루 코스가 표준화되면 스스로 시장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지역공항 활용도 반복해서 강조했다. 최 교수는 "강원도가 산과 바다를 동시에 가진 세계적 자원인데, 양양공항이 사실상 비어 있다"며 "공항에 내려도 속초·강릉으로 가는 교통이 불확실하면 여행 시간은 이동으로 증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동 시간을 줄이면 그 시간에 쇼핑하고 먹고 체험한다"며 "결국 GDP로 환산되는 소비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가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고부가 상품'의 빈칸도 짚었다.

일본은 료칸(전통 여관)처럼 숙박 자체가 고부가 경험으로 설계돼 체류·지출을 끌어올리는데 한국은 이를 아직 '브랜딩'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다만, 해법도 함께 제시했다.

최규완 경희대 교수는 "한국의 의식주와 같은 문화를 담은 숙박상품 개발 역시 필요하다"며 "관광객의 객단가가 높은 의료관광을 웰니스, K-뷰티 등과 연계하여 관광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이번 APEC정상회의 유치와 같은 회의 개최 및 방한인센티브 강화를 통해 동북아의 글로벌 마이스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