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은 이미 초대형 산업…국가만 아직 모른다"[관광은 국가전략]①
이훈 한양대 교수 "관광을 작게 정의하면 호황도 의미 없다"
"여행업에 갇힌 관광 정책, 산업은 이미 그 밖에 있어"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관광객 숫자는 늘고 있다.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모두 사상 최대치를 향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 관광은 외형상 '호황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하지만, 산업의 무게는 여전히 가볍다. 관광을 바라보는 국가의 인식과 제도는 성장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1의 기획 인터뷰 [관광은 국가 전략]를 통해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금의 관광 호황을 "산업이 커진 것이 아니라,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게 다뤄지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인바운드 사상 최대를 앞둔 지금이야말로 "관광을 다시 정의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한국 관광이 구조적으로 저평가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산업 정의 자체의 문제를 지목했다. 관광이 현실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달리, 법과 통계, 행정 체계에서는 여전히 지나치게 좁게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관광산업은 관광진흥법과 기존 산업 분류 체계 안에 갇혀 있다"며 "현실에서는 음식, 교통, 결제, 유통, 플랫폼, 제조 현장까지 관광과 연결돼 있지만 제도상 관광으로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을 작게 정의하니 통계도 작아지고 통계가 작으니 정치적 관심과 예산, 인력까지 함께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행 산업분류 기준으로 집계되는 관광산업의 GDP 기여도는 3~4% 수준에 머문다.
이 교수는 "제주의 경우 체감상 관광이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느끼지만, 공식 통계로는 10% 남짓"이라며 "이 괴리가 바로 한국 관광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관광을 전통적인 여행업이나 숙박업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광은 이동, 숙박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음식, 쇼핑, 체험, 결제까지 같이 움직이는 산업"이라며 "이미 금융이나 플랫폼 영역까지 관광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결제 불편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이 교수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불편해하는 것 중 하나가 결제"라며 "교통카드, 지역 결제, 간편결제가 서로 연결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제가 불편하면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관광의 경제 효과도 줄어든다"며 "그런데 이런 문제를 관광 정책 차원에서 관리하는 구조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관광을 여전히 여행업 중심으로만 관리하다 보니, 이미 관광과 얽혀 있는 금융·플랫폼 문제들이 제도 밖에 놓여 있다"며 "관광을 산업 하나로 묶어 보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관광 정책이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국가 차원의 조정 구조 부재를 꼽았다. 대통령과 총리 차원에서 관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이를 실질 정책으로 연결할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관광의 중요성을 언급해도 이를 뒷받침할 실무 조직이 없다"며 "문체부는 행정기관이고, 대통령실과 여러 부처를 연결해 조율할 주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은 문체부만의 일이 아니라 국토부, 산업부, 해수부, 농림부까지 아우르는 영역"이라며 "이를 총괄하고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한국 관광 산업의 가장 심각한 위기로 인력 붕괴를 꼽았다. 코로나19 이후 관광 관련 학과와 산업 전반에서 인재 유입이 급감했지만, 이를 보완할 국가 차원의 인력 정책은 사실상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관광은 임금이 아주 높은 산업은 아니지만, 안정성과 숙련이 축적되는 직업이었다"며 "코로나를 거치며 그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특히 관광 인재 양성에 대한 정책이 없다"며 "과기부나 해수부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있는데 문체부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이 떠난 산업은 결국 성장할 수 없다"며 "관광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보려면 인재를 전략적으로 키우는 정책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지금의 관광 호황을 '마지막으로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구간'으로 봤다. 다만,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훈 한양대 교수는 "관광은 소비가 아니라 고용을 만들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산업"이라며 "지금처럼 작게 정의된 상태로는 산업도, 인재도, 정책도 따라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관광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다시 설계하지 않으면 지금의 호황은 숫자로만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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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인이 한국으로 몰려든다. 국민도 세계 곳곳으로 나간다. 관광은 더 이상 부수적 산업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소비나 사치가 아니다.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전략 산업이 관광이다. 저성장, 지역소멸, 인구소멸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문제를 해결할 또 다른 키가 관광이다. <뉴스1>은 기획 인터뷰[관광은 국가전략]을 통해 학계·현장·외국인 시선에서 관광 정책의 현 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차례로 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