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이렇게 감성적이라니"…아날로그 감성 '시네마 서울여행'

서울관광재단, 클래식 영화·LP 사운드·시네필 서점 포함 4곳 선정
디지털 시대에 되살아난 취향 공간들…조용한 위로를

서울아트시네마 라운지(서울관광재단 제공)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겨울로 접어든 서울 곳곳에서는 아날로그 감성이 깃든 공간들이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디지털 시대에도 느린 호흡의 감상과 취향을 존중하는 영화관, 음악 숍, 독립서점이 시민과 여행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최근 서울관광재단은 겨울철 실내 여행 코스로 '시네마 서울'을 선정하고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네 곳의 공간을 소개했다.

서울아트시네마 외관(서울관광재단 제공)
서울 영화 예술의 중심 '서울아트시네마'

서울 종로의 서울아트시네마는 클래식 영화 공간을 찾는 관객들의 대표적인 선택지다.

필름 상영, 회고전, 작가주의 영화 등 '영화사 자체를 경험하는 상영'에 중점을 둔 이곳은 디지털 환경에서도 아날로그적 감상을 지켜온 장소로 평가받는다.

2002년 소격동에서 국내 최초 시네마테크 전용관으로 개관해 2022년 정동으로 이전한 뒤, 고전 영화 보존·상영을 꾸준히 이어오며 OTT 중심 환경 속에서도 '영화를 문화로 바라보는 시선'을 확장해 왔다.

서울아트시네마 로비(서울관광재단 제공)

단순 상영관을 넘어 영화문화 아카이브 기능도 수행하며 고전영화 복원 상영, 국내외 연구자 초청 프로그램 등 전문적인 큐레이션을 지속하고 있다.

관객 참여형 행사도 활발하다.

박찬욱·김지운·류승완 등 국내 감독은 물론 로버트 알드리치, 피에르 멜빌 등 해외 거장들의 회고전을 열어 비주류 영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

12월에는 일본 스릴러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회고전을 이달 21일까지 연다. 이 밖에도 희귀 포스터 전시, 소규모 GV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라이카시네마 입구(서울관광재단 제공)
대안적 영화 문화를 선도하는 '라이카 시네마'

2021년 문을 연 라이카 시네마는 서울에서 드문 단관 극장으로 독립영화·실험영화·해외 예술영화를 중심으로 소개하는 큐레이션 상영관이다.

감각적 공간 설계와 몰입도 높은 상영 환경으로 '작은 영화관의 미학'을 실천하는 대표적 공간으로 꼽힌다.

상업 블록버스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스크린 본연의 서사와 감정, 미장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객과의 거리를 최적화했다. 37석 규모지만 고품질 사운드·영상 환경을 갖췄다. 옥상 루프탑 가든도 마련해 영화 관람 전후 휴식을 누릴 수 있다.

라이카시네마 객석(서울관광재단 제공)

큐레이션 역시 폭넓다. 신진 감독 특별전, 배급사 협업 프로그램, 국가별·장르별 특별전 등으로 구성하며 프로그램 노트와 상영 코멘터리를 통해 작품의 맥락을 깊이 있게 전달한다.

12월에는 국내 영화 '허들', '멀고도 가까운', '고당도', 해외 영화 '행복한 라짜로', '사운드 오브 폴링' 등을 상영한다.

마이페이보릿 입구(서울관광재단 제공)
아날로그 정취를 품은 LP 편집숍 '마이 페이보릿'

마포구에 자리한 '마이 페이보릿'은 아날로그 사운드가 흐르는 독립 음악 편집숍으로, 겨울 정취와 잘 어울리는 감성적인 공간이다. LP·영화 OST·컬렉터블 굿즈를 중심으로 큐레이션하며 '음악을 고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된다.

마이페이보릿 내부(서울관광재단 제공)
마이페이보릿 테이프와 코멘트(서울관광재단 제공)

음반의 질감, 재킷 디자인, 턴테이블에서 흐르는 따뜻한 사운드가 디지털 스트리밍과는 다른 감성을 선사한다. 겨울철에는 고전 영화 OST와 재즈, 포크 음악 중심의 큐레이션을 선보이며, 영화 관련 소품·포스터·인터뷰집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대표가 남긴 영화평 메모도 공간의 매력 포인트다. 전문 평론보다 친근하고 섬세한 글로 방문객에게 또 다른 감상을 선사한다.

코프키노 외관(서울관광재단 제공)
영화 텍스트와 사색이 머무는 독립서점 '코프키노 시네필'

중랑구 중화동의 독립서점 '코프키노 시네필'은 영화 전문 서적을 중심으로 큐레이션하는 소규모 서점으로 조용한 겨울 감성과 잘 어울린다. 비평서, 감독론, 시나리오 북, 해외 영화 잡지 등 영화 텍스트 전반을 다루며 지역 내 독립영화 창작자·영상 학생들의 문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서점은 '영화를 인쇄물로 재해석한 갤러리'처럼 기획해 스티븐 스필버그 친필 사인이 담긴 'E.T' 포스터를 비롯해 톰 크루즈·봉준호·탕웨이 등 배우·감독의 사인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다.

코프키노 내부(서울관광재단 제공)

독서 모임, 영화 글쓰기 모임, 영화제 후기 모임 등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하다.

영화의 '제작-배급-상영-담론'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일상에 풀어내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