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 외래객 유치 외치지만… '숙박난'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만 멈춘 공유숙박①]숙소 규모 5년째 제자리…강원·전북은 감소
실거주·동의 규제의 벽 등 공유숙박 제도화는 10년째 '멈춤'

9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거리를 지나며 한옥마을을 관람하고 있다. 2025.9.2/뉴스1 ⓒ News1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외래객은 돌아왔지만, 재울 방이 없다. 정부가 2030년까지 '3000만 관광객 시대'를 내세웠지만 숙박 인프라는 팬데믹 이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10년째 멈춘 공유숙박 제도는 여전히 제자리. 그사이 법망을 피해 관리조차 되지 않는 미등록 숙소가 활개를 치며 합법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외래객 늘었는데, 객실은 제자리

24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외래관광객은 5년 전보다 94% 회복했지만, 객실 수는 전국 평균 7% 증가에 그쳤다. 숙박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주요 관광지는 이미 '예약 절벽'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래관광객은 1637만 명으로 전년 대비 48.4%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750만 명) 대비 94% 수준까지 회복했으며 올해는 2000만 명 돌파가 예상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3000만 명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지만, 숙박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숙박업 등록현황'에 따르면 전국 등록 관광숙박시설은 2019년 2454개(객실 20만 6000실)에서 지난해 2731개(22만 414실)로 5년간 7% 증가에 그쳤다.

서울은 5년 전보다 객실 수가 약 1700실(2.9%) 늘었을 뿐이며 제주는 같은 기간 약 2000실로 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부산 역시 9.5% 증가에 머물렀다. 외래관광객 회복 속도를 고려하면 공급 여력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지역 불균형이다. 강원(–3.7%), 인천(–3.9%), 경북(–3.3%), 전북(–5.8%) 등 주요 내륙 관광권은 오히려 객실 수가 줄었다.

평창올림픽 이후 강원권 호텔의 상당수가 폐업했고 경북·전북 등 지방 관광지는 신규 진입이 사실상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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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멈춘 법… 합법으로 하려면 못 하고, 불법은 성행한다

정부가 숙박 인프라 확충의 중요성을 인식한 건 오래전 일이다.

공유숙박 제도 논의는 2014년 정부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외도민업) 제도를 도입하며 시작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내국인 이용은 여전히 '불법'이다.

현재 외도민업은 외국인 관광객만 대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내국인은 이용할 수 없다.

서울과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내국인 대상 시범사업을 허용했으나, 전국 단위의 제도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내 공유숙박 시장은 제도권 안팎이 뒤섞인 기형 구조로 굳어졌다.

합법으로 등록된 외도민업 숙소는 전국 1만 7000여 곳에 불과한 반면, 비등록 숙소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산한다.

숙박공유 플랫폼을 통해 운영되는 미등록 숙소는 정부의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으며 업계는 "불법이 합법을 대신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주민동의'와 '실거주 의무'가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외도민업을 신고하려면 동일 건물 내 주민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운영자가 해당 주소지에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많은 도심에서 "인테리어 공사에도 동의를 안 해주는데 숙박업 동의를 누가 해주겠느냐"는 불만이 이어진다.

호스트가 집에 거주해야만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전할 수 있다는 법적 전제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투숙객들은 오히려 "호스트가 함께 사는 걸 불편해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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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프랑스는 신고만 하면 되는데… 한국은?

전 세계 주요 관광국들은 공유숙박을 '허용하되 관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일본은 2018년 '주택숙박사업법'(신민박법)을 통해 주거·상업지역 모두에서 숙박공유를 합법화했다.

호스트가 직접 거주하지 않아도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하며 연간 180일 영업 제한 규정 외에는 실거주 의무나 주민동의 절차가 없다. 도쿄·오사카 등 일부 지역은 숙소 부족에 대응해 365일 영업을 허용하는 '특구민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디지털공화국법'(ELAN법)에 따라 시청 신고와 세금 납부를 전제로 합법화했으며 파리만 해도 등록 숙소가 6만 곳을 넘어섰다.

독일 베를린은 두 번째 주택만 1년에 90일로 제한하고 주거지 내 일부 공간을 임대할 경우 신고 없이도 가능하다. 미국 시카고는 '공유주택조례'를 통해 등록만 하면 영업일 제한 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반면, 한국은 등록 의무에 더해 '실거주 의무'와 '주민동의 요건'까지 부과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거주·동의 이중 규제는 제도 진입 자체를 가로막고 있으며 결국 합법 숙소는 1만 7000곳 수준에 그친 채 비등록 숙소가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왜곡된 구조로 고착했다.

"조율과 단계적 개방이 해법"

전문가들은 공유숙박 제도화를 '규제 완화'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3000만 명 시대를 대비한 숙박 인프라 재편의 출발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영대 세종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향후 3000만, 나아가 4000만 명의 외래객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 인프라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한 합리적 제도 정비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정부는 기존 숙박업계의 이해관계를 현명하게 조율하고 특히 해외 사례에서도 보기 힘든 '주민동의' 요건은 시급히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주거지역 민원은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민원 발생 시 이를 원만히 제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음성원 국민대학교 스마트경험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공유숙박 제도화 논의가 10년 넘게 제자리인 이유는 현 제도인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이 처음부터 과도한 요건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전국적 완화는 어렵더라도 관광특구나 인구 유입이 시급한 지역부터 완화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