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를 예술로 바꾼 작가 조엘 메슬러, 첫 내한 전시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서 내년 2월까지 24점 신작 공개
상처와 중독의 시간을 예술로 승화…밝은 색채와 유머로 공감 전해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인천=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유년기의 상처와 중독의 시간을 지나 밝은 색채와 유머로 세계 미술계를 사로잡은 인물. 뉴욕에서 가장 주목받는 팝아트 작가 조엘 메슬러(Joel Mesler)가 인천에 상륙했다.
1일 오전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국내 첫 개인전 '파라다이스 파운드'(Paradise Found) 기자간담회 현장은 그의 파란만장한 삶처럼 진지함과 유쾌함이 교차했다.
메슬러는 유년기 부모의 이혼을 겪으며 깊은 트라우마가 남았다. 이후 알코올과 약물 중독에 빠져 힘든 시간도 보냈다. 하지만 트라우마와 중독의 시간을 예술로 승화해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밝고 경쾌한 색채와 유머로 풀어낸 작품은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이번 전시는 2일부터 2026년 2월 22일까지 6개월간 진행하며 회화와 입체작품 24점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회화 19점은 모두 신작이다.
전시는 작가의 삶과 예술 세계를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어스(Earth), 워터(Water), 스카이(Sky) 3개 테마로 구성했다.
1층 '어스'에서는 생명의 시작을 상징하는 설치작품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와 대형 회화 '플래이 더 힛츠'(Play The Hits)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어지는 '워터' 공간에는 회화 '선샤인 데이드림'(Sunshine Daydream), 물결 패턴의 벽지와 대형 비치볼 작품이 배치돼 감정의 유연한 흐름을 표현했다.
2층 '스카이'에서는 존재의 의미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금박 풍선 작품 '파라다이스 위드 블러썸즈'(Paradise with Blossoms)와 안락의자를 전시했다.
메슬러는 "모든 작품은 결국 어머니로 귀결된다"며 "특히 어머니가 '교정기를 뗀 날', '고등학교 졸업한 날' 등 때마다 수영장에서 풀 파티를 열어준 덕분에 '물'과 '수영장'은 내 상상력과 창의성이 자라난 원천이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서 메슬러는 특유의 유머와 진정성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는 작품 제작 기간을 묻는 질문에 "항상 51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내가 51세이기 때문"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전시를 처음 기획할 때 만든 작품들을 모두 내려놓고 새로운 여정을 출발했다"며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 20점은 결국 내 인생 전체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의 작품에는 가족과 일상의 흔적도 짙게 배어 있다.
메슬러는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이들과의 시간을 작업에 반영했다"며 "사탕과 롤리팝 모티프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생활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어머니와의 기억을 작품 세계의 중요한 축으로 꼽으며 "'맘 러브 미'(Mom Love Me)라는 깃발이나 벽지 패턴, 향기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말과 냄새에서 비롯됐다"며 "나를 따뜻하게 감싸던 순간을 작품으로 남겼다"고 설명했다.
특히 메슬러 작가는 앞으로의 작가들에게 "자신말의 스토리를 솔직하게 담아내야 한다"며 "잔인할 만큼 특별한 이야기를 정직하게 드러낼 때 세상도 비로소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솔직해졌을 때 세상이 내 작품을 받아들였다"며 "관람객과의 진정한 연결은 거기서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파라다이스시티가 글로벌 문화 플랫폼을 표방하며 마련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파라다이스시티는 2023년 뱅크시·키스 해링전을 비롯해 조시 스펄링 전시, 지드래곤·퍼렐 윌리엄스 협업 아트 옥션 등을 잇달아 열며 '아트테인먼트'(Art-tainment)라는 개념을 구축해 왔다.
최종환 파라다이스시티 대표는 "파라다이스시티는 개장 당시부터 '세계 최초 아트테인먼트 리조트'를 표방하며 아트를 통해 고객에게 치유와 힐링을 제공하고자 했다"며 "메슬러 작가의 테마가 바로 치유와 회복이라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세계적인 작가뿐만 아니라 국내 신진 작가들에게도 무대를 제공해 한국이 문화예술 중심지로 성장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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