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퓨처엠·엘앤에프, LFP 전환 속도…K 배터리, 美 ESS 양산 본격화
LFP 양극재 수주, 라인 전환·공장 증설 가속
美 생산 세액공제 韓에 中 반격 기회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국내 배터리 소재사들이 리튬인산철(LFP) 생산 체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006400)와 SK온이 미국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양산에 착수하면서 보조를 맞추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배터리 소재사들은 그동안 전기차용 삼원계 양극재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ESS용 LFP 양극재 공급 계약을 잇달아 확보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LFP 소재 시장은 중국 기업이 사실상 독점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반(反)중국 공급망 규제가 국내 소재사들에 새로운 기회가 됐다.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셀 업체들이 세액공제 요건에 맞는 소재 확보에 나서면서 비(非)중국 공급망을 갖춘 소재사들의 역할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6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003670)은 지난달 22일 SK온과 약 1조 1000억 원 규모의 LFP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SK온의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ESS용 배터리에 투입될 물량으로, 공급 기간은 2027년부터 2029년까지다. 양 사 합의에 따라 2년 연장할 수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앞서 지난 8월에도 국내 배터리업체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총 19만 톤 이상의 ESS용 LFP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기존 삼원계 양극재를 넘어 LFP 양극재 시장에 처음 진출한 것이다. 양사는 구체적 조건을 논의한 뒤 정식 공급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연이은 물량 확보에 맞춰 포스코퓨처엠은 포항 공장의 삼원계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라인 일부를 LFP용으로 전환해 올해 말 양산 공급을 시작한다. 추가 수주에 따라 라인 전환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 양산을 목표로 LFP 양극재 전용 합작 공장을 포항에 짓고 있다. 완공 시 연간 최대 5만 톤 규모의 LFP 양극재를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엘앤에프(066970)도 지난달 17일 SK온과 약 1600억 원 규모의 ESS용 LFP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은 2028년 말까지다. 지난 3월에는 삼성SDI와 약 1조 6000억 원 규모의 ESS용 LFP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삼성SDI에는 2027년부터 2029년까지 공급하며, 이후 3년간 추가 공급할 수 있는 옵션도 포함됐다.
생산 기반도 확충하고 있다. 엘앤에프의 LFP 전문 자회사 엘앤에프플러스는 지난 5월 대구에 전용 공장을 준공하고 지난 7월 시생산품을 출하했다. 연산 3만 톤 규모로 LFP 양극재 양산에 착수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 생산능력을 6만 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소재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셀 업체들의 미국 ESS 사업 본격화와 맞물려 있다. 삼성SDI는 이달부터 미국에서 ESS용 LFP 배터리를 처음으로 양산한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공장이 생산거점이다. 이를 위해 기존 전기차용 삼원계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전환 완료했다. 연내 일체형 ESS 제품인 '삼성배터리박스(SBB) 2.0' 형태로 고객사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ESS 수주도 이미 확보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12월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운영업체와 2조 원을 넘는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부터 약 3년간 공급하는 계약이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에너지업체와 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해당 계약은 2026~2029년 삼원계인 NCA와 LFP 배터리를 순차 공급하는 내용이다.
SK온은 연내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기존 전기차용 삼원계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전환해 현지 수요에 대응한다. 지난해 9월 미국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첫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1GWh 규모로 발표한 데 이어 올해 8월에는 네오볼타파워와 내년부터 2031년까지 총 9GWh 규모의 LFP 공급 계약을 확보했다. 네오볼타파워와는 9GWh 규모의 추가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 대비 출력은 낮지만, 가격 경쟁력과 긴 수명이 강점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등에 따른 ESS 수요 급증과 전기차 보급형 모델 확대에 힘입어 채택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이 진입하는 LFP 소재 시장은 중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세계 LFP 양극재의 약 98%를 생산했다.
특히 미국 세액공제 요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업체들이 비 중국산 소재를 늘려야 한다. 한국 배터리 소재사들 입장에서는 큰 기회인 셈이다. 지난해 7월 제정된 미국 감세법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에 따라 미국 생산 배터리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받으려면 실질적지원비용비율(MACR)을 충족해야 한다. MACR은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양극재, 음극재와 같은 직접 재료 비용 중 중국 등 금지외국단체(PFE)로부터 조달하지 않은 재료 비용 비중을 의미한다.
MACR은 올해 60%를 시작으로 매년 5%포인트(p)씩, 2028년에는 10%p 높아져 2030년부터는 85%가 된다. 중국 배터리 소재사들로부터 공급받았던 각종 소재를 비중국산으로 대체하지 않으면 AMPC를 받기 점점 어려워지는 구조다. 전 세계에서 중국산 대체제는 사실상 한국산이 유일하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 전문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AMPC를 받지 않으면 미국 사업이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 PFE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비중국 소재사를 선택하고 있다"면서도 "매년 MACR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국내 배터리 소재사들도 원료 단계에서부터 중국산 비중을 줄여 나가는 한편 폭발하는 미국 내 ESS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LFP 양극재 생산 역량을 빠르게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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