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헬릭스 10억달러 투자 '큰 그림'…반도체·공조·배터리 우선권

삼성전자·물산·SDS·SDI, AI 인프라 전방위 참여 가능
헬릭스 지분 확보 가능성 '일석이조' 효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 뉴스1 DB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삼성이 미국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 '헬릭스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에 10억 달러(약 1조 3540억 원)를 투자하면서 AI 인프라 제품·서비스 공급 기회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 계약에 '헬릭스의 투자 대상에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할 우선권 또는 우선 검토권 등 일정한 권리를 보유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만큼 유리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은 창립 투자자로 참여해 헬릭스가 창출하는 수익에 참여하는 동시에 전략적 파트너로서 제품·서비스 공급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 안팎에서 이번 투자가 AI 인프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헬릭스에 10억 달러…지분 투자 넘어 '상품 공급 기회' 확보

6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가 5억 달러, 삼성물산(028260)·삼성SDS(018260)·삼성SDI(006400)·삼성생명보험(032830)·삼성화재해상보험(000810) 등 5개 사가 5억 달러를 출자하는 등 총 10억 달러를 헬릭스에 투자한다.

헬릭스는 미국 글로벌 투자 회사 KKR이 지난 6월 출범을 발표한 기업이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DC) 개발·운영부터 발전(기저·탄력 전원), 송배전 인프라, 광통신망 및 네트워크 인프라 등 AI 관련 인프라를 통합 제공한다.

창립 투자자의 면모도 화려하다. 삼성뿐 아니라 KKR, 엔비디아(NVIDIA), 미국 전력 회사 비스트라(Vistra), 쿠웨이트투자청(KIA) 등 글로벌 AI 인프라 생태계를 이끄는 투자사, 반도체 기업, 전력 회사가 모두 참여한다.

삼성의 투자는 지분 확보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 기회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삼성은 헬릭스 투자를 발표하면서 "향후 헬릭스와의 협력 기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헬릭스 및 파트너들과 함께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원활한 공급에 기여하고 상호 시너지 창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KKR이 별도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선 "쿠웨이트 투자청, 엔비디아, 삼성 및 비스트라는 헬릭스의 투자자이며, 이에 따라 헬릭스가 창출하는 수익에 참여하게 된다"며 "이들 및 기타 투자자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헬릭스의 투자 대상에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할 우선권 또는 우선 검토권 등 일정한 권리를 보유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SDI 등 4개 사가 헬릭스의 투자 대상에 상품 또는 서비스를 우선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 데이터센터 구축부터 관련 제품·설루션 공급자 역할

삼성전자 DS부문은 최첨단 반도체 제품을 공급하고 DX부문은 데이터센터 공조 전문 자회사 플랙트그룹을 통해 공기 냉각 제품군부터 액체 냉각용 냉각분배장치(CDU)까지 데이터센터 냉각 제품·설루션 공급이 예상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데이터센터 구축 및 발전 분야에서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로서 참여하고 삼성SDS는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 사업 외에도 GPU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장치를 공급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사인 삼성생명·삼성화재는 지분 투자 개념으로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헬릭스에 투자한 주요 기업들이 영위하는 사업도 겹치지 않아 투자사들의 역할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에서 헬릭스 투자에 참여하는 관계사들은 반도체, 공조, 건설, 데이터센터 설계·운영, 배터리 등에 있어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공급, 비스트라는 우선 전력 공급자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헬릭스 초기 투자자들이 AI 인프라 투자·구축·운영을 추진하면서 전문 분야를 맡는 구조라 상품 공급을 통한 성장과 시너지 효과 모두 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 안팎에서도 이번 투자가 새로운 먹거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제 시작하는 사업이지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굉장히 중요한 투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계사들의 역량이 밀접하게 관련 있는 사업에서 상품 제공 우선권 등을 확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KB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투자의 의미는 단순한 재무적 지분 투자를 넘어 삼성전자가 AI 데이터센터 수요의 최상단에 직접 진입했다는 점에 있다"고 평했다.

물론 헬릭스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투자 성과가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는 변수다. 또한 투자사들에 대한 공급 권한 역시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아 상황을 조금 더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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