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美 이어 英으로…K-컬처 세계화 힘 보탰다

美 19.5만명 관람…영국박물관, 대규모 韓 미술 특별전 42년만
국보 10건·보물 13건 등 100건의 작품 출품…韓 문화 특별 '조명'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앤 공주, 앤 공주의 남편 티머시 로런스 경이 KH컬렉션 순회전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미국에서 19만 5000명이 관람한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이 영국에서 마지막 해외 순회전을 이어간다. 문화예술계에선 K-컬처의 뿌리를 소개하면서 세계화를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9월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특별전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Korea: 2,000 years of Creativity)' 개막을 기념하는 갈라 디너를 개최했다고 1일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KH컬렉션 순회전 갈라 디너에 참석한 6·25 참전용사 피터 풀러브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42년 만에 열린 영국박물관 대규모 韓 미술 특별전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이 모두 참석하는 등 삼성에서 특별하게 공을 들이는 행사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영국박물관이 공동 기획한 이번 특별전은 영국박물관에서 1984년 이후 42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한국 미술 특별전이다.

2021년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2만 3000여 점의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주요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미국 워싱턴D.C.와 시카고에 이어 세계적인 문화도시 런던으로 무대를 옮겨, 이건희 컬렉션을 통해 한국 문화의 깊이와 예술적 가치를 세계에 알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고대 금속공예와 불교미술부터 고려청자, 조선시대 회화·공예, 근현대 미술까지 시대별 작품을 통해 한국 예술이 오랜 시간 변화하고 발전해 온 과정을 보여준다.

이번 영국박물관 전시에는 총 100건의 작품이 출품되며, 이 가운데 국보 10건과 보물 13건이 포함됐다.

특히 대구 비산동 청동기 일괄, 전(傳) 덕산 청동방울 일괄과 까치와 호랑이, 이중섭의 '묶인 사람들' 등 미국 순회전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도 새롭게 선보여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미국 순회전에서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던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김홍도의 '추성부도', 백남순의 '낙원' 등 주요 작품들도 영국박물관에서 다시 관람객을 만난다.

이번 특별전은 이 같은 교류의 역사를 바탕으로 42년 만에 한국 미술을 다시 대규모로 조명하는 자리다. 영국박물관은 특별전에 맞춰 한국 미술 2000여 년을 다룬 공식 도록도 선보이는 등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 미술을 보다 깊이 있게 소개할 예정이다.

세계 각국의 문명과 예술을 소개해 온 영국박물관에서 한국 미술을 대규모로 조명해 전 세계로 확산한 K-컬처에 대한 관심을 한국의 전통문화와 미술로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월 30일(현지시간) 영국박물관에서 열린 KH컬렉션 순회전 갈라 디너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韓 2000년 문화 저력 소개…K-컬처 외연 확장 무대

이건희 컬렉션의 첫 해외 순회전은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시작됐다.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 무대 중 하나인 미국에서 한국 문화의 뿌리와 2000년에 걸친 미술의 저력을 소개하며 K-컬처의 외연을 넓히는 무대가 됐다.

2025년 11월 15일부터 2026년 2월 1일까지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 전시는 박물관 개관 이후 최대 규모의 한국 미술전으로 마련됐다.

백제 금동불상부터 조선시대 회화와 도자, 근현대 미술까지 1500년에 걸친 한국 미술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며,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돼 온 한국 고유의 미감과 예술적 성취를 미국 관람객들에게 폭넓게 소개했다.

현지 반응도 뜨거웠다. 전시 기간 약 8만 명이 찾으며 최근 10년간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가운데 가장 많은 관람객을 기록했다.

관람객 만족도 조사에서도 최근 15년간 열린 전시 가운데 최고 평가를 받았으며, 담당 큐레이터가 주요 작품과 전시 의미를 소개한 영상은 조회수 100만 회를 넘어서며 최근 10년간 박물관이 제작한 영상 가운데 최다 시청 기록을 세웠다.

올해 3월 미국 중서부를 대표하는 문화도시 시카고에서 두 번째 순회전이 진행되면서 열기가 확산했다. 3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시카고미술관에서 열린 '한국의 국보: 한국미술 2000년(Korean National Treasures: 2,000 Years of Art)' 전시는 이곳에서 46년 만에 열린 대규모 한국 미술전이다.

국보 7건과 보물 15건을 비롯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문화유산과 박수근·김환기 등 근현대 주요 작가의 작품까지 총 140건 257점을 선보이며 한국 미술 2000년의 흐름을 폭넓게 소개했다.

시카고 전시에는 약 11만 5000명이 방문해 워싱턴D.C.의 8만 명보다 관람객이 40% 이상 증가했다. 미국의 두 도시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관람한 인원은 총 19만 5000명에 달한다.

미국에서 열린 첫 해외 순회전은 이건희 컬렉션을 해외에 처음 선보이는 것을 넘어 K팝과 영화·드라마를 통해 형성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전통문화와 미술로 넓히는 역할을 했다.

또한 이건희 컬렉션은 기부 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지난 2021년 이 선대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 3000여 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 천문학적인 상속세 마련을 위해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을 뒤로하고 고인의 유지에 따라 기부를 결정했다.

국보 14건, 보물만 46건 등 가치를 환산하기조차 어려운 국보급 문화재가 국립중앙박물관(2만 1600점), 국립현대미술관(1600여점)을 비롯해 전국 미술관에 골고루 기증됐다. 국내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감상하려는 인파가 줄을 이었고 지난해부터 세계 주요 박물관에 작품을 전시하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은 앞으로도 한국 문화의 가치와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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