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넘어 플랫폼으로"…LG '엑사원' 챗GPT·제미나이와 '다른 길'
범용 대신 특정 분야 '전문가 AI' 개발…계열사서 검증, B2B 주력
제조 넘어 로봇으로…자율형 공장 구현도 추진
- 양새롬 기자,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정윤미 기자 = LG가 제조·과학·금융 분야 '전문가 AI'를 공개한 것은 챗GPT와 제미나이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범용 AI로 경쟁이 불가능하지만 특화된 전문가 AI로는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범용 AI로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힘들지만 전문가 AI로는 가능하다. 공장과 실험실 등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고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체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을 분야별 전문가 AI로 파생시켜 엑사원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키우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LG AI연구원은 14일 'LG AI 토크 콘서트 2026'에서 제조·과학·금융 분야에 적용한 '전문가 AI' 사례를 공개했다.
LG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AI 자체의 성능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이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이날 범용 AI가 뛰어난 답변을 생성하는 것과 산업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수많은 변수와 예외적인 상황까지 이해하고 판단해야 하며, AI 도입의 최종 목적도 업무 효율과 비용 절감, 생산성·품질 개선 등 실질적인 성과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LG는 계열사 현장을 AI 적용의 시험대로 활용해 왔다. 제조 분야의 엑사원 태뷸러가 대표적이다. 공정 조건과 품질검사 등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숫자 데이터를 분석해 품질 이상을 감지하거나 공정 조건을 예측하는 모델이다.
제조 현장에서는 제품이나 공정이 바뀔 때마다 AI 모델을 새로 학습시키는 데 상당한 시간과 데이터가 필요했는데, 태뷸러는 소량의 데이터만으로도 새로운 조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LG이노텍에서는 기존 방식으로 모델을 재학습하는 데 약 300시간이 필요했던 작업을 태뷸러를 활용해 최대 50시간 내 변화된 조건에 반영할 수 있었다. 리드타임을 약 85% 줄인 셈이다. 단순한 AI 모델의 성능을 넘어 실제 생산공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다.
이처럼 LG가 계열사 현장에서 AI를 적용하는 이유는 기술 검증과 사업화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화영 LG AI연구원 AI사업개발부문장은 LG가 가진 도메인에서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이를 다른 도메인으로 옮겨 상품화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제약사와 병원, 에너지 기업 등에서도 태뷸러에 대한 외부 수요가 있었으며, 기업 내부 설치형과 클라우드 기반 API 방식 등으로 외부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엑사원의 적용 영역은 제조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 분야에서는 엑사원 BI가 수천개 기업의 뉴스·공시 등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주가 흐름을 예측하고 판단 근거까지 설명한다. 과학 분야에서는 엑사원 디스커버리를 기반으로 AI가 다음 실험을 결정하고 결과를 다시 학습하는 'AI 자율실험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AI가 각 산업 의사결정과 업무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방향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LG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통해 AI를 실제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하는 구상도 제시했다.
이는 LG가 보유한 산업 현장과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전자·LG이노텍·LG에너지솔루션 등의 제조·제품·센서·배터리 역량과 LG CNS의 플랫폼 역량을 결합해 현장에서 AI를 검증하고, 이를 다른 산업과 외부 고객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도 기업용 AI에서는 모델 성능뿐 아니라 비용과 맞춤화, 보안·통제 가능성 등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핵심은 하나의 AI 모델을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LG가 가진 산업 경쟁력을 AI와 결합해 얼마나 다양한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있다.
계열사 현장에서 검증한 AI를 외부 기업에 공급하고, 제조에서 금융·과학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 뒤 로봇과 자율형 공장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엑사원을 단순한 생성형 AI 모델을 넘어 LG의 산업 AI 사업을 연결하는 기반으로 키우려는 전략인 셈이다.
이와 관련 대신증권은 "사외 매출이 발생하면 내년(2027년)을 기점으로 사업 방향이 구체화하며, 현재 밸류에이션에 반영되지 않은 LG AI연구원 가치가 시장에서 인식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flyhighro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