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립·은둔 청년 약 54만명…취업 실패 누적된 결과"

한경협, 14일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과제' 세미나 개최
고립·은둔 청년 지원 사회적 투자…회복→자립 지원 필요

한경협 표지석.(한경협제공)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노동시장 구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고립·은둔 청년의 단계적 사회진입과 적합한 일자리 기회 확대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고립·은둔 청년, 우리 사회에 연결을 묻다: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과제' 세미나에서 "고립·은둔을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당사자가 다시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립·은둔을 우리 사회의 연결망이 얼마나 촘촘한지를 돌아보게 하는 신호로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희 서울청년기지개센터 센터장은 "고립·은둔 청년을 곧바로 일반 노동시장에 진입시키기보다는 단계적인 사회진입 과정이 필요하다"며 "고립·은둔 청년들을 대상으로 부담이 적은 일 경험과 직무 체험 등을 제공해 사회와의 접점을 점차 넓혀갈 수 있는 노동시장의 중간 지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대기업·정규직 등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이 좌절해 구직을 포기하고 이는 고립·은둔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구조 개선과 함께 고립·은둔 청년을 잠재적 생산 주체로 보고 이들에게 맞는 일자리와의 매칭 기회와 경제활동 유인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의 고립·은둔을 취업·관계 형성 등 청년이 사회에서 자립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누적된 결과로 바라보고 고립·은둔이 장기화되기 전 조기 개입과 회복 이후 자립까지 이어지는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은둔의 주요 이유 중 '취업의 어려움'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청년의 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은둔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기준 '쉬었음' 상태 청년의 은둔 확률은 약 17.8%로 취업 청년(2.7%)보다 약 6.6배 높다는 현황도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청년이 '쉬었음-고립-은둔'으로 이어지는 경로에 진입하기 전에 조기에 개입해 고립·은둔의 장기화를 예방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의 부등교, 히키코모리 등의 사례를 통해 고립·은둔의 장기화는 당사자의 삶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함께 살아갈 구성원의 가능성을 잃는 사회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사점이 제시됐다. 일본에서 부등교는 질병이나 경제적 이유가 아닌, 심리·사회적 요인 등으로 학생이 장기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에 고립·은둔 청년 지원을 단순한 복지비용이 아닌 사회적 투자로 바라보고 회복을 넘어 경제적 자립까지 연결하는 방향으로 지원체계가 설계돼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는 고립·은둔 청년 당사자의 극복 경험을 활용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고립·은둔 청년을 단순히 기존 사회와 노동시장에 복귀시키는 목표를 넘어서야 한다"며 "장기간 경력과 관계가 단절된 청년 모두에게 기존 노동시장 안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는 한계가 있으며 이들이 사회에 복귀하더라도 다시 재고립될 위험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립·은둔 극복의 경험을,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이해하고 지원하는데 바탕이 되는 '인적자본'으로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회복한 청년이 사회적 기업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고립·은둔 청년을 돕는 '피어 서포터'로 활동하면 이를 하나의 일자리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피어 서포터는 자신의 회복 경험과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유사한 어려움을 겪는 다른 당사자의 회복을 지원하는 동료 지원가다. 이런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등이 함께하는 민관 협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세미나는 청년층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살펴보고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한경협이 추진하고 있는 '내 일이 있는 청년 시리즈' 세 번째 사업이다. 최근 심화하는 청년층의 고립·은둔 문제를 조망하고 이들의 회복과 자립을 지원해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과 민·관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한경협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고립·은둔 청년은 약 53만 8000명, 사회·경제적 비용은 약 5조 3000억 원에 달한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