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보다 AI 활용 능력, 취업 팝업스토어까지…대기업 채용 바뀐다
대기업, 스펙보다 실무 능력에 초점…'자기소개서' 폐지 확산
채용 설명회 캠퍼스 떠나 팝업스토어와 지역 거점서 진행
- 신현우 기자,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신현우 황진중 기자 = 대기업 채용 문법이 바뀌고 있다. 학점·어학 점수 같은 정형화된 스펙 대신 '직무를 실제로 해봤는가, 인공지능(AI)과 협업해 문제 해결이 가능한가'를 검증하는 실무형 평가가 전형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채용 설명회조차 대학 캠퍼스를 떠나 팝업스토어와 지역 거점으로 옮겨가는 등 지원자와 만나는 방식부터 달라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이달 중순부터 다음 달 초 사이 하반기 신입·경력 공채 지원서를 받는다. 특히 신입 채용에 업계 최초로 'AI 문제 해결력' 검증 단계를 도입해 지원자가 AI를 활용해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직접 평가한다.
기아 관계자는 "AI와 인간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에 단순히 AI를 다루는 인재를 넘어 AI와 협업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낼 인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오는 13일까지 생활가전·TV·전장·냉난방공조 사업본부와 생산기술원 등에서 로봇·생산기술 등 12개 직군을 모집한다. 자기소개서에 '데이터·AI 등 디지털 도구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묻는 문항을 새로 넣었다. 로봇 직무 지원자는 필요에 따라 추가 SW 코딩테스트를 치르도록 했다.
이달 채용을 진행 중인 HD현대는 AI 활용 역량 검사를 도입한다. 지원자가 생성형 AI를 활용해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전형이다. AI를 업무에 전략적으로 적용하는 능력과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재구성하는 역량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삼성은 오는 15일까지 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SDI·삼성중공업 등 19개 관계사의 하반기 신입 공채 지원서를 받는다. 반도체·AI·바이오·배터리·디스플레이 등 미래 산업 인재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채용 절차는 9월 직무적합성 평가, 10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11월 면접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소프트웨어(SW) 직군 지원자는 GSAT 대신 실기 방식의 SW 역량 테스트를 치르고 디자인 직군은 포트폴리오 심사로 선발한다.
직군별로 평가 방식을 달리해 지원자가 실제 구현할 수 있는 기술과 결과물을 확인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삼성은 1995년 지원 자격에서 학력 요건을 없앴다.
지난달 신입사원 수시채용 접수를 마감한 SK하이닉스는 기존 20~30분 안팎이던 면접을 과제 수행과 인터뷰를 병행하는 '반나절 심층면접'으로 확대 진행한다. 지원자의 직무 전문성은 물론 AI 응용력, 인문학적 소양, 논리적 사고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지원 자격에서 학력 제한을 없애고 기존 자기소개서 항목 대신 AI 활용 역량과 반도체 직무 전문성을 기술하는 신규 서식을 도입했다. 서류에 제시한 경험을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과제와 토론을 통해 문제 해결 과정을 살피는 구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한 '생각 근육'이 평가 기준에 포함된 셈이다.
포스코그룹은 하반기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과 포스코·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이앤씨·포스코DX·RIST 등 6개사에서 60여개 직무 채용을 진행한다. 이 중 포스코의 경우 현장 자동화와 업무 혁신을 이끌 AI 엔지니어 직무를 신설했다. 기존 자기소개서 항목을 폐지하고 실제 수행 활동을 적는 '학내외활동' 항목이 추가됐다.
구직자와의 거리 좁히기에도 나섰다. 기아는 이날부터 11일까지 서울 성수동 코사이어티에서 국내 채용 행사 최초로 Z세대 트렌드와 브랜드 경험을 결합한 채용 팝업스토어를 개최한다. 이곳에서는 DJ 음악과 무알코올 음료를 곁들이는 '모닝 레이브' 콘셉트 설명회, 합격자 자기소개서 전시, 현직자 그룹 상담, 직무 토크 등이 진행된다.
SK하이닉스는 채용 설명회를 특정 대학이 아닌 서울·청주·대구·광주 거점형 개최로 전환했고, 올해 4분기 AI 해커톤 우수자에게는 서류 전형 면제 '패스트트랙' 혜택을 준다.
업계에서는 범용 인재보다 첨단기술 직무 인력에 무게가 실리면서 '스펙 평가에서 실무 역량 검증'으로 채용 흐름 변화가 더 뚜렷해진 것으로 평가했다. 기업이 신입사원에게 요구하는 즉시 전력화 기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이 잇따라 인공지능 전환(AX)에 나서면서 지원자는 정략 스펙에 더해 AI를 활용한 업무 혁신 능력까지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주관적 평가 요소를 줄이고 데이터로 역량을 측정하는 AI 역량 검사를 전형에 넣는 기업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hwsh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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