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초기업노조, 녹취록 파장…내부 감사 요구에 "광주 가세요"

위원장·부위원장 노조 운영 두고 공방…'타임오프' 놓고 충돌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총파업 예고시점을 하루 앞둔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사협상 결렬에 따른 총파업 강행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 2026.5.20 ⓒ 뉴스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삼성전자(005930) 초기업노동조합 지도부의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앞서 최승호 위원장의 장인 업체와 노조 물품을 수의계약한 사실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이를 둘러싼 내부 감사 요구 과정에서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정면으로 충돌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지도부 대화 녹취록에는 최 위원장과 이송이 부위원장이 노조 회계와 운영 문제 등을 놓고 격하게 대립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 위원장은 노조가 집회 등에 사용하는 물품을 장인 업체와 수의계약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최 위원장은 해당 업체가 가격과 납품 일정 등을 고려해 선정됐으며 개인적인 금전적 이익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 내부에서는 위원장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은 만큼 계약 과정과 조합비 집행의 적절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은 이 같은 문제 제기를 둘러싸고 지도부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나온 대화다.

녹취록에서 이 부위원장이 회계 문제를 지적하며 "내부 감사할 겁니다"라고 말하자 최 위원장은 "총회는 위원장 직권"이라며 위원장의 권한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최 위원장은 이 부위원장에게 "위원장 권한으로 근로 면제 빼드릴 테니 광주로 가셔서 대응하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노조 안팎에서는 내부 문제를 제기한 간부에게 타임오프를 박탈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려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부별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도 녹취록에서 드러났다.

이 부위원장은 최 위원장을 향해 "반도체 성과급을 위해서 DX를 버린 거잖아요", "'DS 노조'라는 말을 꺼낸 순간부터 상처받기 시작한 거예요"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최 위원장은 DX 조합원들이 별도 조합을 설립하는 방안을 언급하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업노조는 당초 디바이스설루션(DS·반도체)과 디바이스경험(DX·완제품)을 아우르는 통합 노조를 표방했지만, 성과급 배분 등을 둘러싸고 두 부문 간 갈등이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내년 교섭을 앞두고 조합원 가입 자격을 DS부문으로 제한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결국 녹취록을 통해 기존에 사업부 간 갈등으로 표면화됐던 초기업노조 내부 문제가 지도부 간 정면충돌로까지 번진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노조 지도부가 내년 교섭 전략과 조직 개편 등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내부 갈등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계 관계자는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최 위원장의 발언은 조합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라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외부 회계법인 등을 포함한 독립적인 진상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