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LG 히트펌프, 유럽 단독주택 이어 공동주택도 접수 '비결'은?
'써마브이'·OSO 버퍼탱크 결합…열 저장해 잦은 재가동 줄여
신축 현장 100대 패키지 공급…설계부터 보증까지 일괄 대응
- 황진중 기자
(로테르담=뉴스1) 황진중 기자 = 지난 7일(현지시간) 방문한 네덜란드 로테르담 인근 리더케르크의 아파트 신축 현장 옥상에는 LG전자(066570)의 히트펌프 실외기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한 대가 한 가구의 냉난방과 온수를 맡도록 설계된 장비다. 건물 안 작은 설비 공간에는 열을 저장할 물탱크가 들어섰다. 공기에서 열을 끌어오는 히트펌프와 난방수를 저장하는 탱크를 한 시스템으로 묶어 102가구의 난방을 책임진다.
4개 동, 102가구 규모의 신축 주택 공사 현장은 목재로 마감한 외벽 아래에는 공사용 자재가 놓여 있었다. 건물 앞 땅은 아직 포장되지 않았다. 친환경 건물 건축을 목표로 기존 건물의 기초와 지하 구조를 남겨두고 그 위에 목조 주택을 올리는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됐다. 주택은 가구당 약 62㎡와 68㎡ 두 유형으로 조성된다.
옥상에 설치된 장비는 LG전자의 공기열원 히트펌프 '써마브이'(Therma V)다. 실외기 아래에는 진동을 줄이는 받침이 놓여 있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실외기 한 대가 한 가구에 연결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장을 안내한 로빈 클라우스 LG전자 베네룩스법인 ES사업 리더는 히트펌프의 작동 방식을 냉장고에 비유했다. 냉장고가 내부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듯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에서 열을 끌어와 집 안에 전달한다. 열을 흡수한 냉매를 압축해 온도를 높이고 이 열로 물을 데워 난방과 온수에 활용한다. 냉방 운전까지 지원한다.
LG전자에 따르면 고효율 인버터 스크롤 압축기를 적용한 써마브이는 투입 전력의 약 4~5배에 해당하는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화석연료 보일러와 비교하면 에너지 사용을 약 40~60%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전모를 쓰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마감 전 천장에 나뭇결이 드러났다. 복도에는 배관과 덕트가 노출돼 있었다. LG 로고가 붙은 흰색 장비와 원통형 탱크 위로 여러 배관이 뻗어 있었다.
이 시스템에 적용된 버퍼탱크는 LG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노르웨이 온수 설루션 기업 OSO의 제품이다. 히트펌프가 데운 난방수를 일정량 저장해 난방 수요가 달라져도 물의 온도와 흐름이 급격히 변하지 않도록 돕는다.
일부 방의 난방을 끄면 집에서 필요한 열이 줄어 히트펌프가 짧은 간격으로 켜졌다 꺼질 수 있다. 버퍼탱크는 여분의 열을 난방수에 담아뒀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며 이 같은 운전을 줄인다. 클라우스 리더는 "버퍼탱크를 사용하면 압축기의 가동과 정지 횟수가 줄고 효율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설비 앞에서 이어진 질문은 패키지 공급의 경제성과 유지보수로 옮겨갔다. 클라우스 리더가 내세운 차별점은 히트펌프와 탱크, 제어 방식을 한꺼번에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LG전자는 현장에 맞춰 두 설비의 용량과 배관, 제어 방식을 조율했다. 협력업체와는 펌프와 밸브 등을 미리 조립해 설치하기 쉽도록 준비했다. 건설사와 설치업체가 서로 다른 제품을 골라 연결 방법을 맞추는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보증 범위는 패키지 전체다. 히트펌프와 탱크의 공급사가 다르면 고장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여러 업체에 연락하고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패키지 전체에 대해 보증하고 있다"며 설치업체와 고객이 여러 공급사를 상대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현장은 대규모 공동주택으로 패키지 공급을 넓힌 사례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 주택 개보수 현장에는 패키지를 계속 판매해 왔다며 신축 현장에 100대 이상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건설사에 제시할 대규모 적용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는 2018년 7월부터 신축 건물의 가스망 연결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의 히트펌프 패키지 공급은 난방과 온수를 공급할 대체 설비가 필요한 건설사를 겨냥해 제품 효율과 설치·관리 편의성을 함께 제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현지 설치 인력을 늘리기 위해 10년 넘게 운영한 'LG 아카데미'에서 1만 명 이상의 설치기사를 교육했다고 전했다. 프랑스·스페인 등 남유럽 5개국 10만 가구 이상에 히트펌프를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탱크와 설계·보증까지 묶어 유럽 주택 시장의 수주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클라우스 리더는 "제품을 팔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와 콘셉트를 판다"며 "히트펌프부터 탱크, 제어까지 전체 패키지를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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