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역량 키우려고 '열공'…과감히 진료 1시간 포기한 동물병원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 수의사 교육 강화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평일 오후 2시, 진료가 한창일 시간에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 수의사들이 세미나실에 모여들었다. 자료를 펼쳐놓고 한 수의사의 발표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무슨 자리인지 물었더니 매주 정해진 시간에 진행하는 수의사들의 '북스터디'라고 했다.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는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동안 진료 일정을 비워 수의사들이 임상 서적과 최신 연구를 공부하고 토론할 시간을 보장하고 있었다.
당장의 진료시간을 줄이더라도 수의사들의 전문성과 임상 역량을 높이는 데 투자하는 것이 결국 더 나은 의료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7일 동물병원 그룹 벳아너스 회원 병원인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에 따르면 최근 진행한 북스터디 주제는 '발작 관리'였다. 허성미 인턴 수의사가 발작 치료에 사용하는 약물의 작용 기전부터 약물 선택과 용량 조절, 치료약물농도 모니터링, 부작용 등을 조사해 발표했다.
페노바르비탈, 레베티라세탐, 조니사마이드 등 여러 항경련제의 특징과 장단점을 비교했다. 기존 컨센서스(전문가 합의지침) 이후 발표된 최신 연구도 함께 살폈다.
특히 같은 약을 사용해도 환자(환견·환묘)마다 치료 반응과 혈중 약물 농도가 다를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약물 농도와 발작 여부를 살펴 용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약물을 추가하는 기준, 부작용 관리 방법 등을 다뤘다. 약물 치료 외에 미주신경자극과 사료 등 비약물적 발작 관리에 관한 연구도 함께 검토했다.
북스터디는 인턴 수의사의 발표로 끝나지 않았다. 발표가 끝나자 선배 수의사의 질문과 코멘트가 이어졌다.
정국일 내과 부장은 실제 환자의 약물 반응과 처방 사례를 공유하며 수의학적 근거와 임상 지침을 개별 환자에게 어떻게 적용할지 설명했다. 약물 선택과 용량 조절, 부작용 발생 시 대처 등을 놓고 질문과 토론도 이어졌다.
정 부장은 "컨센서스가 2015년 자료라 10년이 넘었는데 이후 내용을 잘 보충했다"며 "케이스 정리도 잘했다"고 평가했다. 추가로 살펴볼 자료도 제안했다.
인턴이 최신 연구와 증례를 공부해 발표하고 선배 수의사가 임상 경험을 더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처방할지'에서 나아가 '왜 이런 판단을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방식이다.
북스터디는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가 운영하는 수의사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다.
병원은 인턴 1년을 단순히 진료를 보조하는 기간이 아닌 임상수의사로서 기본기와 실제 진료 역량을 갖추는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매일 한 시간씩 입원·중환자 증례를 함께 살펴보는 회진을 진행하고 인턴들은 내과·외과·영상의학과를 돌며 각 진료과의 업무와 진료 흐름을 익힌다.
매주 최신 논문을 검토하는 저널클럽과 북스터디도 진행한다. 2주 간격 토요일 오전에는 송우진 원장(전 제주대 수의과대학 내과 교수)이 인턴들을 대상으로 내과 교육을 진행한다.
벳아너스 회원병원으로서 매주 금요일 '벳아너스 프로페셔널' 교육에도 참여한다. 인턴 과정 마지막에는 1년 동안 직접 경험하고 공부한 증례를 정리해 발표하는 증례발표회를 연다.
매일 증례 회진에서 시작해 진료과 로테이션, 저널·북스터디, 내과 강의, 증례발표까지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태호 시그니처동물의료센터 대표원장은 "인턴 1년을 단순히 진료를 보조하는 기간이 아니라 임상수의사로서 기본기를 만들고 실제 진료 역량을 키우는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수의사들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최신 지견을 습득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완성형'보다 환자와 수의학에 몰입해 스스로 질문하고 동료의 피드백을 흡수하며 발전하는 '성장형' 수의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배움의 과정에 진심인 수의사들과 함께 성장하며 더 단단한 병원을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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