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복'에 탄소세 '물거품'? …K조선, 연말 본회의에 '촉각'
찬반 구도 그대로…"벌금 대신 분담금·목표 연기" 제안
12월 초 MEPC 논의 이목 집중…"선박 개조 활성화" 가능성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운 탄소세' 도입 논의가 국가 간 첨예한 입장차를 줄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지난해 도입이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주요 산유국과 미국의 반발로 연기된 데 이어, 이달 실무 회의에서도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최종 윤곽은 연말 본회의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글로벌 친환경 규제 강도에 따라 글로벌 선주사들의 선박 발주 및 교체 주기 전략이 직결되는 만큼,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을 앞세운 국내 조선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IMO는 지난주 실무 회의를 열어 해운 탈탄소화 접근법과 '넷 제로 프레임워크(NZF)' 이행 방안을 논의했으나 찬성국과 반대국 간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구체적으로 NZF에 대해 38개 회원국은 찬성했지만 17개국은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IMO는 올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 열리는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5차 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IMO의 넷 제로 프레임워크는 5000톤급 이상 대형 선박이 배출하는 탄소량에 따라 1톤당 최대 380달러의 세금을 부과하는 '해운 탄소세' 제도를 골자로 한다. 연간 탄소세 규모만 약 100억 달러(약 13조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거대 규제안이다.
찬성 회원국이 다수임에도 NZF 도입의 불확실성이 높은 이유로는 국제적 영향력이 막강한 미국의 반대가 결정적이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입항 차단, 비자 제한, 수수료 부과 등 다양한 방안을 동원해 NZF에 찬성한 국가를 보복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지난해 10월 MEPC 회의에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회원국들은 NZF 도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시 논의를 연기하자는 사우디 제안에 과반이 찬성하면서 NZF 도입 찬반 표결이 불발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수 회원국의 반발에 직면하면서 이번 회의에선 기존에 논의하던 규제 방안을 완화하자는 제안도 다수 제시됐다. 세계 1위 기국(선박의 국적 국가)인 라이베리아는 온실가스 집약도 규제 강도에 친환경 연료의 실제 공급 가능 여부를 반영하자고 주장했다. 친환경 연료가 시장에 충분히 공급될 때 규제를 가동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일본은 강제적 벌금 대신 선주 주도 분담금으로 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IMO는 탄소세를 거둬 마련한 기금을 친환경 기술 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을 세운 상태인데 이를 자발적인 기부금 형태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탄소 감축 연도별 목표치를 완화하자는 제안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회원국 사이에서 미국 눈치를 보는 기류가 확산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친환경 패러다임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IMO 논의의 향방을 예단하기 어려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세 부과 등 규제 도입 시기가 계속해서 미뤄지거나 규제 수위가 대폭 낮아질 경우 선주사들의 발주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HD한국조선해양(009540), 한화오션(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국내 조선업계의 중장기 영업전략 및 친환경 R&D 투자 계획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선박 개조 시장은 보다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민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IMO 규제 결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저탄소 연료 가격과 공급망 안정화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존 선박의 연료 소비부터 줄이는 개조 투자의 경제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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