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탕수수 걷어내고 '꿈' 심었다…현대제철, 美 제철소 첫발

인구 7000명 소도시, HPLS 기공식에 들썩…한식당 들어서며 기대감↑

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슨빌에서 열린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HPLS) 기공식 현장의 모습. 굴착기 두 대 사이로 루이지애나주 깃발과 HPLS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6.09.04 ⓒ 뉴스1 양새롬 기자

(루이지애나=뉴스1) 양새롬 기자 = 커다란 포클레인 두 대가 긴 팔을 높이 치켜들고 있었다. 두 굴착기 사이로 펠리컨이 그려진 루이지애나주 깃발과 함께 'HYUNDAI-POSCO LOUISIANA STEEL'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방문자들을 맞이했다.

그 아래로 펼쳐진 것은 거대한 공장도, 철강 설비도 아닌 넓은 빈터였다. 한때 사탕수수가 자라던 땅을 걷어내고 흙과 자갈로 정리한 부지다.

지난 4일(현지 시각) 오후 현대제철(004020)이 미국 첫 전기로 제철소인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HPLS) 기공식이 열린 루이지애나주 도널슨빌의 모습이다.

이곳까지 오는 길도 제철소가 들어설 장소만큼 낯설었다. 뉴올리언스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가량 남쪽으로 달리자 도시의 풍경이 사라지고 평야가 끝없이 이어졌다. 선샤인브리지를 통해 미시시피강을 건넌 뒤 다시 20여분을 달려 인구 7000명 남짓한 도널슨빌에 도착했다.

평소 조용한 소도시인 이곳은 이날만큼은 분위기가 달랐다. 기공식을 찾은 한·미 양국 관계자와 취재진이 몰리면서 행사장 주변은 분주했다. 넓은 빈터 한쪽에는 기공식을 위한 시설까지 마련됐다.

현대제철이 4일(현지시각)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슨빌에서 HPLS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을 개최했다. 다음은 HPLS 전기로 제철소가 지어질 현장 모습. 2026.9.3 ⓒ 뉴스1 양새롬 기자

인근에서도 변화의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기공식 현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KOREA BBQ COMING SOON’이라는 문구가 붙은 건물도 보였다. 현대제철 진출 이후 올해 봄 한식당이 문을 연 데 이어 연내 또 다른 한식당이 들어설 예정이다.

제철소가 아직 착공 전인 상황에서 한국 음식점이 하나둘 생겨나는 모습은 이 작은 도시에서 앞으로 벌어질 변화를 짐작하게 했다.

HPLS에는 총 58억 달러(약 8조 원)가 투입된다. 완공되면 연간 270만 톤의 철강 제품을 생산하며, 이 가운데 자동차용 강판 생산능력은 180만 톤이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생산기지는 물론 현지 완성차 업체에도 자동차 강판을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4분기 착공해 2029년 양산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설 기간에는 최대 48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 도널드슨빌에서 열린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에서 시삽 세리머니에 참여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서강현 현대차그룹 사장, 김광무 포스코 부사장, 르로이 설리번 도널슨빌 시장,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 수전 부르주아 루이지애나 경제개발부 장관, 줄리아 렛로 연방 하원의원, 강경화 주미한국대사,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트로이 카터 연방 하원의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윌리엄 키밋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 클린트 코인트먼트 어센션 패리시 군수, 송호성 기아 사장, 성 김 현대차그룹 사장, 코타즈 존슨 RPCC(River Parishes Community College) 재학생. (현대차그룹 제공)

지금은 흙바닥에 공사 장비 몇 대만 놓여 있지만 곧 이곳에는 현대제철의 미국 첫 제철소가 들어선다. 사탕수수가 자라던 땅에서 생산된 철강이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자동차에 탑재되는 셈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제철소 건설이 아닌 미래 철강산업과 수소 생태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