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몸집 키우는 K-뷰티…"포장 규제에 제품 기획 단계부터 대응"

지난달 12일부터 포장·포장폐기물규정(PPWR) 시행
"사후 대응에서 제품 개발부터 용기 재질·포장 구조 검토"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코스메틱스 코리아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6.7.1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유럽연합(EU)의 포장·포장폐기물규정(PPWR)에 맞춰 제품과 포장 전략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당장 현지 바이어들의 서류 요청이 급증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강화될 기준에 맞춰 이미 완성된 제품을 손보는 대신 개발 단계부터 용기 재질과 포장 구조를 따져보는 식으로 대응 시점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EU의 포장·포장폐기물규정은 지난달 12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기존에도 포장의 무게와 부피를 줄이고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할 것을 요구해 온 가운데 더욱 구체적인 기준과 기업의 입증 의무로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기업은 포장이 규정상 요건을 충족하는지 평가하고 이를 뒷받침할 기술문서와 EU 적합성 선언서를 갖춰야 한다.

다만 PPWR의 모든 세부 요건이 이번에 한꺼번에 적용된 것은 아니다. 2030년부터 재활용성 기준과 플라스틱 포장의 재생 원료 함량, 포장 최소화 등의 요건이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미리 대응에 나서는 것은 포장이 한번 결정되면 뒤늦게 바꾸기 쉽지 않아서다. 특히 여러 소재와 부품을 조합하는 화장품 용기는 구조나 재질을 변경할 경우 용기 개발과 금형, 내용물과의 적합성 등을 다시 검토해야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기준이 본격화된 뒤 기존 제품을 한꺼번에 손보기보다 새로 개발하는 제품부터 재활용하기 쉬운 구조나 단일재질 적용, 포장 최소화 등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도 규정 시행 전부터 관련 준비를 이어왔다. 대한화장품협회는 지난 7월 '화장품 산업 EU PPWR 대응 설명회'를 열어 기술문서와 EU 적합성 선언서 작성 방법, 포장재 공급망별 역할 등을 안내했다.

PPWR 적용을 이틀 앞둔 지난달 10일에는 '화장품 산업의 EU PPWR 대응과 문서화 준비' 보고서를 발간해 단계별 규제 일정과 기업이 준비해야 할 사항을 정리했다.

유럽서 몸집 키우는 K-뷰티…제품 기획 단계부터 규제 대응

K-뷰티 수출에서 유럽 시장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에이피알의 경우 올해 2분기 유럽 매출은 1451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0.3% 증가했다.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주요 시장에서 아마존과 틱톡샵 등 온라인 판매 채널을 확대하면서 유럽이 새로운 해외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조선미녀·스킨1004·티르티르·라운드랩 등을 거느린 구다이글로벌도 유럽 노출도가 높은 대표적인 K뷰티 기업이다. 증권가에서는 구다이글로벌의 유럽 매출 비중을 2025년 기준 약 19%로 추산하고 있으며 대표 브랜드 조선미녀 역시 미국과 함께 유럽을 주요 시장으로 두고 있다.

달바글로벌도 올해 상반기 유럽 매출이 3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0% 증가했다. 2024년 연간 65억 원이었던 유럽 매출은 지난해 265억 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 매출이 늘고 판매 제품이 다양해질수록 현지 규제에 맞춘 포장 관리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과 유통망을 넓히는 데서 나아가 개발 초기부터 현지 규제를 고려해 포장을 설계하는 능력까지 유럽 시장 공략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PPWR 적용은 현재 시행 초기여서 현지 바이어의 서류 요청이 폭증하는 등의 급격한 변화는 아직 없다"며 "다만 포장은 한번 정하면 바꾸는 데 시간과 비용이 큰 영역이라 요건이 본격화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개발 중인 제품부터 재활용 용이성과 단일재질 적용, 포장 최소화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대응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후 대응이 아니라 제품 기획 단계로 규제 대응 시점이 앞당겨진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