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한 지붕 두 회사' 17년…DS·DX 분리·보상 체계 시험대

21일 DX노조 대규모 집회 예정…노태문 '성과주의 원칙' 재확인
부문제·분리 보상 갑론을박…"AI 시대 맞는 조직·보상체계 재설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모습. 2020.6.11 ⓒ 뉴스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삼성전자가 2009년 부문제 도입 이후 17년간 유지해 온 반도체(DS·디바이스설루션)와 완제품(DX·디바이스경험) 간 독립채산·분리 보상 원칙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DS 부문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메모리를 구매해 사용하는 DX 부문은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DX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조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8조원) 대비 4분의 1에 그쳤다.

특히 성과급을 둘러싼 노노 갈등은 더 심각하다. DS 부문과 DX 부문의 성과급 격차가 10배 가까이 벌어지면서 DX부문 노조는 추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DX 부문 노조는 21일 서초 삼성타운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X 부문장은 지난 19일 임직원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한다'는 성과주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사실상 DX 부문에 대한 추가 보상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삼성전자, DS·DX 분리 원칙 왜 나왔나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DS와 DX 부문을 별도 회사처럼 보고 보상 체계를 달리하는 '한 지붕 두 회사' 구조에 대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독립 채산과 성과 분리가 글로벌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DS 부문과 DX 부문의 성과를 분리할 수 없는 만큼 성과도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휴대전화, 생활가전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DX 부문(구 DMC)과 반도체 등 부품 사업을 영위하는 DS 부문으로 사업부를 분리·운영해 왔다.

사업부 분리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고객사들 요구에서 비롯됐다. 당시 일부 글로벌 고객사들은 자신들이 삼성전자에 주문한 맞춤형 부품 사양이 경쟁 사업부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고객사 요구를 받아들여 '차이니즈 월'(Chinese Wall)을 제조업 조직 운영에 이식했다. 차이니즈 월은 본래 금융권에서 이해 상충을 막기 위해 부서 간 정보 교류를 차단하는 장치다.

부품 고객사의 기밀 정보가 완제품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는 통로를 제도적으로 차단해 고객이 안심하고 부품 주문을 맡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그러면서 인사, 재무, 회계 등 경영지원 기능까지 완전히 분리했다.

삼성전자가 영국 런던 피카딜리 광장에서 진행중인 '마이크로 RGB' TV 옥외광고.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14 ⓒ 뉴스1 유승관 기자
DS·DX 분리 원칙 무너지면 '미래' 없다…DX서 벌어 DS 투자한 것 잊었나

삼성전자는 '부문별 독립채산'과 '철저한 성과 연동 보상'을 완제품과 부품 양쪽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비결로 보고 있다.

2009년 부문제 도입 이후 특정 부문의 성과급 재원이 남는다고 해서 다른 부문과 공유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아무리 같은 회사라도 한 부문이 다른 부문의 자금 지원을 받을 경우 이자까지 쳐서 갚게 했다.

예컨대 DS 부문은 지난해까지 3~4년간 반도체 불황으로 자금난을 겪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DX 부문 산하 MX사업부가 벌어들인 돈을 반도체에 투자했다. 이후 DS 부문은 해당 투자 자금에 이자를 더해 MX사업부에 변제했다고 한다.

실제 최근 MX사업부가 받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중 약 20%는 DS 부문에서 받은 이자 등 영업 외 수익 기여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DX·DS 부문으로 사업을 분리함으로써 부품 고객사들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며 "부문 분리가 안 됐다면 고객사들 견제를 받아 글로벌 메모리 1위를 차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두 부문이 성과급 재원을 공유해 실적이 부진한 부문에도 보너스를 지급했다면, 성과와 무관한 보상이 반복되면서 성과주의 원칙 자체가 훼손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성과와 보상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면 조직 내 무임승차와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성과를 낸 조직의 사기와 동기부여까지 무너뜨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과 분리는 각 부문이 스스로 생존과 성장을 책임지는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DS 부문의 이익을 온전히 자체 성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DS가 생산하는 핵심 부품 가격이 상승하면 DS 이익이 증가하지만, DS 부품을 사용하는 DX 완제품 생산 비용 역시 늘어나게 되는 사업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DX라는 큰 축 아래 성장해 왔다"며 "여태껏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DX가 만들어왔고 그 실적이 바탕이 돼 반도체 사업에 투자한 것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반도체·디바이스·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기존 부문제와 성과 분리 제도를 AI 시대에 맞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조직경영 전문가는 "DS와 DX 실적과 보상을 분리할 경우 DS는 반도체 가격과 수익성 극대화, DX는 원가 절감과 완제품 가격 경쟁력 확보 등 각각 최적화(optimization)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 경우 삼성전자 전체와 부문별 최적화가 충돌할 수 있다"며 "AI 시대에 맞는 조직 형태와 성과 보상 체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