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성분 동물약까지 판매…수의사회, 불법 유통에 칼 뺐다

동물병원 공급 의약품 비정상 유통 경로 추적
회원 전매 확인시 법적 대응…제약사 관리 촉구

창고형 동물약국에 동물용 심장병 치료제 등 동물용의약품이 진열된 모습(대한수의사회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사람에게는 처방전이 필요한 '비아그라'와 동일한 성분의 동물용의약품이 창고형 약국에서 별도 처방 없이 판매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동물용의약품의 오·남용과 비정상 유통 우려가 커지자 대한수의사회가 칼을 빼 들었다.

11일 대한수의사회는 '동물병원 공급 동물의료용약품의 비정상 유통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비정상적인 의약품 유통 정황을 철저히 확인해 위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비아그라'와 같은 성분인데…처방 없이 구매

최근 수의계에서는 수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전제로 동물병원에 공급돼 온 일부 동물용의약품이 약국에서 대량 판매되는 사례가 확인되면서 유통경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의사 처방대상인 피모벤단과 실데나필 등 심혈관계 질환 치료제까지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개의 폐동맥고혈압에 의한 심부전 치료에 사용되는 동물용의약품 '실리정'이 대표적이다. 이 약의 주성분은 인체용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와 같은 실데나필이다. 실리정 1정에는 실데나필 100㎎이 들어 있다.

실데나필은 사람이 복용하려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성분이다. 하지만 동물용 실리정은 창고형 약국 등에서 수의사의 진료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어 사람이 다른 목적으로 오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 문제는 2024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당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약국에서 구입한 실리정을 제시하며 실제 동물을 키우는지 확인하지 않고도 구매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된 지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개선 없이 창고형 약국으로까지 판매가 확대되면서 문제가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확산하고 있다.

우 회장은 "동물병원의 진료와 처방 아래 사용돼야 할 동물의료용약품이 정상적인 경로를 벗어나 약국이나 중간유통상 등 제삼자에게 전매·유출됐다면 의약품의 안전한 유통질서와 수의사의 진료·처방을 기반으로 한 동물의료체계를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진료 과정과 분리된 의약품 유통은 오·남용 위험을 높이고 동물복지와 올바른 동물의료체계는 물론 공중보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물병원 공급 약이 창고형 약국에…유통경로 추적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회장이 2026 시도지부장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대한수의사회가 주목하는 또 다른 문제는 이들 의약품이 창고형 약국까지 흘러간 경로다.

제약회사가 동물병원에 한정해 공급한 제품이라면 중간 과정에서 동물병원이나 다른 유통단계를 거쳐 약국으로 전매·유출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약사법과 '동물용 의약품등 취급규칙'에 따라 동물병원은 의약품 유통·판매질서와 관련한 의무를 지켜야 한다. 진료를 위해 공급받은 의약품을 실제 동물 진료와 관계없이 약국이나 중간유통상, 온라인 판매자 등 제삼자에게 넘겨 재판매한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한수의사회는 회원들에게 동물병원 진료를 위해 공급받은 의약품을 약국이나 중간유통상, 온라인 판매자 등에게 양도하거나 전매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비정상적인 대량 구매나 재판매 목적의 거래를 제안받거나 관련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대한수의사회에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우 회장은 "병원으로 유통된 약품을 재판매하는 동물병원과 이와 연관된 모든 행위는 불법"이라며 "위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동물의료체계와 전체 회원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제약사에 "자사 제품 어디로 갔는지 확인해야"

제약·유통업계에도 공급망을 철저히 관리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대한수의사회 지부장협의회는 관련 업체에 공문을 보내 동물용의약품의 공급·유통경로 확인과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우 회장은 "영업상 이익이나 유통 편의를 이유로 회원에게 비정상적인 거래를 제안하거나 이를 묵인해 대한수의사회가 결국 회원을 신고·고발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현장의 문제 제기에 의문이 있다면 직접 창고형 약국을 방문해 자사 제품이 어떠한 경로로 판매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비정상적인 대량 주문이나 우회 공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거래처와 유통망을 관리할 것을 촉구했다.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기관에는 동물용의약품의 유통 실태 점검과 공급경로 추적관리 강화, 제도적 사각지대 해소를 요구했다.

우 회장은 "비정상적인 유통 정황은 철저히 확인하고 위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예외 없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동물복지와 공중보건, 지속 가능한 동물의료의 미래를 위해 회원과 업계, 정부 모두의 책임 있는 동참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