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기 1대로 냉난방에 온수까지…'삼성 EHS 올인원' 실증 현장 가보니
삼성전자, 제주 일반 주택 내 '히트펌프 필드 테스트 랩' 설치
유럽향 기준 그대로 적용 고효율·저소음…정부 보조금 지원 과제
- 정윤미 기자
(제주=뉴스1) 정윤미 기자
기존에는 기름보일러를 썼는데 수시로 지하실에서 기름탱크에 기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확인해야 해서 불편했다.안방에 온도조절기가 하나 있는데 평상시에 꺼뒀다가 화장실 갈 때마다 켰다 끄고 했는데…삼성 EHS 올인원은 알아서 다 해주니까 편하다.
제주 도남동에 거주하는 양창희 씨(74)는 지난 6월 말부터 삼성전자의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 'EHS(Eco Heating System) 올인원'을 사용 중이다.
히트펌프 설루션은 액화석유가스(LPG), 등유 등 화석연료 중심의 난방을 공기 중 열을 활용해 전기 기반으로 전환하는 '난방 전기화' 핵심 기술로 꼽힌다. 기존 히트펌프 보일러가 난방과 온수(급탕) 중심이었다면 삼성전자의 'EHS 올인원'은 실외기 1대로 난방과 온수는 물론 공기 냉방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탈탄소 정책과 에너지 안보 강화 기조가 강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히트펌프 보급이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유럽은 전 세계 히트펌프 매출의 약 5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으로 영국은 오는 2028년까지 연간 60만 대, 독일은 2030년까지 누적 600만 대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부터 경기 양평, 충북 충주, 경남 남해 3곳에 권역별 히트펌프 보일러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제주에선 히트펌프 보일러뿐만 아니라 'EHS 올인원'에 대해 실질적인 성능과 에너지 비용, 사용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EHS 올인원은 에어컨과 보일러를 각각 설치해야 했던 기존 방식보다 공간 활용성과 설치 편의성을 높였다. 온수 최대 온도는 70도다. 제품 등록 가능 기준(60도), 다른 회사의 최대 온도(65도) 대비 높다.
또 다른 특징은 '열 회수'(Heat Recovery) 기술 적용이다. 냉방 운전 중에 발생하는 폐열을 급탕에 활용하는 원리다. 여름철 냉방 시 실외기로 방출되는 열을 온수 생산에 재활용해 급탕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여준다. 삼성전자는 대형 상업시설이나 빌딩 내 중앙공조 시스템에서 주로 활용되던 이 기술을 소형화해 주거용 히트펌프 설루션에 적용했다.
친환경 냉매 R32를 적용해 탄소 배출도 감축했다. R32는 기존 냉방기기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냉매 R410A에 비해 지구온난화지수(GWP) 약 60%가량 낮다.
삼성전자는 냉매 누설 방지를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도 갖췄다. 예컨대 실내기에 냉매 누설 감지를 내장해 이상 발생 시 즉시 제어기를 통해 알람을 제공하도록 했다. 실외기에는 자동 차단 밸브와 비상용 배터리를 적용, 정전 등 비상 상황 등에서도 냉매 누설을 방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소음·디자인 등 까다로운 유럽향 기준도 그대로 적용했다. 난방·급탕·냉방에 모두 사용되는 실외기 최저 소음은 35데시벨(dB)이다. 도서관 소음 40dB보다 낮다. 저소음을 구현하면서도 강력한 풍량을 유지했다.
삼성전자의 히트펌프 보일러와 이 원리를 활용한 올인원은 각 가정의 난방·온수·냉방 사용 패턴, 거주 환경 등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설치할 수 있다. 실내기에는 측면, 후면, 하부 등 3방향 배관 연결 구조를 적용해 다양한 주택 구조와 시공 여건에 따라 배관을 유연하게 맞춰 배관을 배치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단독주택을 넘어 아파트 등 공동주택으로까지 히트펌프 보급 확대를 목표로 한다. 삼성물산 주거성능연구소에도 'EHS 올인원'을 설치하고 실제 아파트와 동일하게 조성된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실제 공동주택 환경에서 히트펌프의 성능과 운전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삼성전자는 실증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향후 공동주택 대상 히트펌프 보급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우선 제주도 히트펌프 보급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치 품질 관리에도 주력하고 있다.
신문선 삼성전자 DA사업부 상무는 "제주는 국내 난방 전기화 정책이 가장 먼저 추진되는 지역인 만큼, 삼성전자에도 히트펌프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실제 주거 환경에서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라며 "앞으로도 고효율 히트펌프 기술을 기반으로 냉방·난방·급탕을 아우르는 다양한 주거용 HVAC 설루션을 선보이며 국내 난방 전기화와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350만 대 히트펌프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제주를 시작으로 향후 경남·전남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향후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전국 확대 여부를 가늠하게 될 예정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히트펌프는 난방·급탕·냉방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 고난도 기술을 적용하다 보니 제품 단가 및 설치 비용,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기존 냉난방 기기에 비해 높다.
화석연료를 대체한 전기 사용에 대한 요금 부담이 크다. 전기 사용량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유럽과 달리 한국에는 '전기요금 누진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누진 2단계 상한인 450킬로와트(㎾) 사용 시 8만 원대이던 전기요금이 3단계인 495㎾에서는 10만 원대로 급증한다. 여름철 냉방뿐만 아니라 생활용 온수·난방 사용 시에도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누진세 하에서 요금 부담을 피하긴 어렵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2026년 난방 전기화 사업' 일환으로 도내 히트펌프 사업 대상자 총 2500가구에 지원금 133억 2800만 원을 배정했다. 전체 예산의 92.2%다. 제주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높아 히트펌프와 연계 효과가 크다. 사업 대상은 3㎾ 이상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거나 설치 예정인 단독·연립주택이다.
정부는 히트펌프 사업 대상자에게 정부 보조금 70%를 지급한다. 히트펌프 설치 비용은 1400만 원이다. 일반 보일러 대비 14배가량 높다. 정부 지원으로 사업 대상자는 420만 원을 부담하면 된다. 향후 히트펌프 사용에 대한 전기 요금은 누진세 아닌 일반요금제 기준이 적용된다. 이를 위해 히트펌프용 전용 계량기를 별도 설치해야 한다.
제주 애월에 거주하는 김은애 씨(54·여)는 8년 정도 LPG 보일러를 사용하다 최근 히트펌프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김 씨는 "겨울에 LPG 보일러 비용이 감당이 안 된다"며 "히트펌프를 사용하면 바닥까지 데워져 육지처럼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보조금으로 70%를 지원해 주지 않았으면 설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히트펌프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초기 정부 보조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럽의 경우 히트펌프 도입 초기 정부 보조금이 70%였고 현재도 50%를 지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히트펌프 시장이 커지면 정부 보조금은 줄어들 것이고 향후 이 부분은 제조사가 극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도 "다만 초기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younm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