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으면 안돼"…AI시대 "발열 줄이고 빨리 식히기" 경쟁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열 관리 두각…냉각 기술 시장 급성장
반도체·전력·정유까지 기술개발 확대…전력효율 향상 목표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이 확장하면서 '온도 관리'가 새로운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정 이상 온도가 지속될 경우 성능 저하는 물론 화재 위험까지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특성상 속도가 빨라지고 용량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발열량도 높아진다. 고성능 제품일수록 더 세심한 온도 관리가 필요한 셈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은 설계 과정에서 성능 못지 않게 '발열'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조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도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정유사들은 냉각에 도움을 주는 소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시설 투자는 지난해 7500억 달러(약 1070조 원)에서 성장해 올해 1조 달러(약 1430조 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2015~2018년에 이뤄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시설 투자 규모인 1300억~1500억 달러(약 185조~214조 원) 대비 5~7배 규모다.
업계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으로 글로벌 열 관리 시장이 향후 수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조사기업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열 관리 시스템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819억 7000만 달러(약 117조 원)로 평가됐다. 이는 연평균 8.5% 성장해 오는 2034년까지 1694억 달러(약 242조 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시장 성장은 냉각 기술이 생산설비를 보조하는 역할에서 AI 인프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발열 제어가 차세대 메모리 경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리는 구조다. 적층 수가 늘어날수록 열을 효과적으로 분산하는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3차원 메모리 기술인 'zHBM'을 공개했다. zHBM은 기존처럼 AI 가속기 옆에 HBM을 배치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AI 가속기 상단에 메모리를 직접 수직 적층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zHBM 기반 시스템은 기존 HBM 대비 최대 8배 높은 시스템 성능과 최대 3배 향상된 전력 효율을 구현할 수 있다. 또 열 저항을 기존 제품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춰 AI 데이터센터의 주요 과제로 꼽히는 발열 문제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차세대 메모리 기술인 HBF(High Bandwidth Flash)를 공개하며 열 관리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HBM4와 HBM4E 개발 과정에서도 방열 소재와 패키징 기술을 지속해서 고도화하고 있다.
LG전자는 AI 시대를 맞아 냉각 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냉각 설루션은 LG전자의 기업간거래(B2B) 사업의 핵심 분야 중 하나다. 기존 상업용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기반으로 칠러, 냉각수 시스템, 공조 설비 등을 고도화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서버보다 전력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기존 공랭 방식만으로는 발열을 제어가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는 고효율 칠러와 액체냉각 기술 등을 결합한 종합 냉각 설루션을 확대하며 북미와 유럽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AI 데이터센터 냉각 설루션과 관련한 수주를 올해 상반기 기준 6000억 원 규모로 확보했다"면서 "LG전자가 제시한 수조 원 규모 추가 수주가 진행되면 2027년 에코설루션(ES) 부문의 수익성 확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열 관리 기술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전력기기 기업과 정유 업계 역시 냉각 분야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력 설비는 온도가 높아질수록 에너지 손실과 고장 위험이 커지는 만큼 열 관리 기술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설비 신뢰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데이터센터용 전력 공급 설비와 초고압 변압기 사업을 확대하면서 발열을 줄이고 냉각 성능을 높인 고효율 전력기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SK엔무브는 액침 냉각 전용 냉각유(냉각 플루이드)를 미래 성장사업 중 하나로 육성하고 있다.
액침 냉각은 서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절연 냉각액에 직접 담가 열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기존 공랭식보다 냉각 효율이 높고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의 차세대 냉각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정유업계도 열 관리 유체 시장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고품질 윤활기유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고부가 특수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서울대학교 AI 데이터센터, 한국세라믹기술원 등과 협력해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를 실증하고 있다.
에쓰오일이 개발한 액침 냉각유 'e-쿨링 설루션'은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EV) 배터리 등 고발열 환경에 적용 가능한 열 관리 설루션이다.
에쓰오일은 성균관대학교 슈퍼컴퓨팅센터 등과 실증 테스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냉각 방식은 공랭식, 수랭식, 액침 냉각 등으로 나누어진다"면서 "이중에서 액침 냉각 방식이 차세대 냉각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사용효율(PUE) 개선을 위해서는 냉각 부문 효율화가 필수적"이라면서 "국내에서도 액침 냉각 설루션 개발을 추진하는 등 관련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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