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체 어려운 작업엔 입는 로봇"…'웨어러블 로봇' 도입 속도

반복 공정은 자동화하고 적재·적입은 외골격슈트로 보조
수동형으로 데이터 확보…AI가 움직임 예측해 필요한 힘 지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7월 로봇 전문기업 에프알티로보틱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작업자의 근골격계 부담을 줄이는 웨어러블 로봇의 현장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롯데글로벌로지스 제공)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물류업계 AI 로봇 도입이 속도를 내면서 작업 특성에 따라 사람을 대신하는 로봇과 사람을 돕는 로봇을 나눠 적용하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규격화된 반복 작업은 로봇으로 자동화하고 화물의 크기와 무게가 일정하지 않아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작업에는 외골격슈트를 투입하는 이원화 전략이다.

자동화 어려운 적재·적입 작업…외골격슈트로 허리·다리 보조

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실증에 적합한 물류센터와 택배터미널을 선정해 파렛트 적재와 적입 작업에 웨어러블 로봇을 투입할 예정이다.

'파렛트 적재'란 작업자가 화물을 반복해서 들어 올려 일정한 높이로 쌓는 작업이다. 적입은 화물을 운송 공간 안쪽으로 옮겨 배치하는 과정으로, 화물의 크기와 무게, 놓인 위치에 따라 작업자의 자세와 동선이 계속 달라진다.

컨베이어나 자동분류기는 정해진 규격과 경로에 따라 상품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지만 적재·적입은 작업 과정에서 사람의 판단과 자세 변화가 필요해 완전 자동화가 쉽지 않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처럼 사람을 곧바로 대체하기 어려운 공정에서 외골격슈트가 작업자의 신체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검증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자동화가 가능한 공정은 로봇으로 진행하고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공정은 외골격슈트로 보조하는 이원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증에는 에프알티로보틱스가 상용화한 수동형 외골격슈트 '스텝업 네오'가 먼저 사용된다. 스텝업 네오는 모터와 배터리 없이 가스스프링의 탄성을 이용해 작업자가 허리를 굽히거나 화물을 들어 올릴 때 필요한 힘을 보조한다.

제품 무게는 3.6㎏이며 작업 강도에 따라 10·12·14㎏f의 보조력을 선택할 수 있다. 배터리 충전이 필요하지 않아 장시간 작업에도 사용할 수 있고, 작업자의 고관절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에프알티로보틱스는 20㎏ 중량물을 들어 올리는 시험에서 스텝업 네오 착용 후 허리 근피로도가 평균 43%, 근력 사용량이 25% 감소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는 기존 제품 시험에서 나온 결과로, 롯데글로벌로지스 물류 현장에서 확인된 실증 성과는 아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실제 적재·적입 작업에서 외골격슈트를 착용했을 때와 착용하지 않았을 때의 근활성도와 작업 효율을 비교한다. 작업자의 허리와 다리에 가해지는 부담뿐 아니라 장시간 착용에 따른 불편과 동작 제약도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작업자 움직임 예측해 모터 조절…균형 잃으면 안전시스템 연동

수동형 외골격슈트 실증은 물류 작업에 특화된 AI 구동형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 단계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에프알티로보틱스는 작업자가 화물을 들어 올리고 이동하거나 내려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작 데이터를 수집한다. AI는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작업자가 현재 어떤 작업을 수행하는지 판단하고 다음 움직임을 예측한다.

구동형 제품은 AI의 예측에 맞춰 모터 출력을 조절한다. 작업자가 화물을 들어 올리려는 순간에는 허리와 다리에 더 큰 힘을 보태고, 이동하거나 화물을 내려놓을 때는 동작을 방해하지 않도록 보조력을 바꾸는 방식이다.

AI는 근력 보조와 함께 작업자의 비정상적인 움직임도 감지한다. 작업자가 균형을 잃거나 평소와 다른 동작을 보이면 이를 안전관리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전달해 넘어짐 등 사고 위험에 대응한다. 웨어러블 로봇의 역할을 단순한 근력 보조 장비에서 작업자의 동작을 살피는 안전장비로 넓히는 구상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하이마트는 정부의 동일한 연구과제에 수요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실증 공정 선정과 공간 구축, 참여기관 간 협업, 데이터 관리 등을 맡는다.

롯데하이마트는 8월 말부터 2027년 4월까지 대구물류센터와 대형가전 배송·설치 현장에서 외골격슈트를 실증한다. 냉장고와 세탁기, TV 등 중량 가전을 취급하는 작업자의 동작 데이터를 수집해 가전 물류에 맞는 AI 제어 알고리즘 개발에 활용할 예정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앞서 사람의 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의 물류 현장 실증도 추진했다. 로봇기업 로브로스와 광운대·경희대·서강대가 참여한 국책과제를 통해 휴머노이드 '이그리스-C'가 상품 출고와 포장 작업을 학습하도록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피킹과 포장 등 반복 작업을 직접 수행한다면 웨어러블 로봇은 자동화 설비가 대체하기 어려운 적재·적입 작업에서 사람의 힘을 보조한다. 물류 현장의 모든 작업을 하나의 로봇으로 대체하기보다 공정 특성에 따라 자동화와 작업자 보조 기술을 병행하는 구조다.

이번 웨어러블 로봇 실증은 정부 11개 부처가 공동 추진하는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AX스프린트)의 산업통상부 과제로 진행된다. 정부는 산업과 생활 현장에서 활용할 AI 응용제품 246개의 개발과 상용화에 총 7540억 원을 지원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정부과제가 끝난 뒤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근력 보조 효과와 안전성, 작업 효율을 평가해 실제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적용 시설과 도입 시점, 배치 규모는 실증 결과를 확인한 뒤 확정할 예정이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