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니뇨' 여파 파나마 운하 통행 제한 우려…해운업계 '긴장'
파나마운하청, 물 부족 우려에 선제적 수심·통행 제한
수에즈·호르무즈 이어 주요 교통로 차단…"운임 상승 기대"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슈퍼 엘니료 현상에 따른 가뭄 여파로 파나마 운하 통행 제한 조치가 강화하면서 해운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물 부족으로 선박 수심 제한이 강화하면 실을 수 있는 화물량이 줄어들고 하루에 통과할 수 있는 선박 수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정학적 긴장 확대로 호르무즈 해협과 수에즈 운하가 사실상 봉쇄된 상황이다. 여기에 또다른 주요 해상 교역로인 파나마 운하마저 통행에 차질이 발생하면 해운업계는 선박 운용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하지만 운임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 실적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파나마 운하는 세계 교역량의 3~5%를 담당한다. 특히 아시아와 미국 동부를 연결하는 항로여서 운항이 제한될 경우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의 수출에 차질이 발생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파나마운하청(ACP)은 운하의 수심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 네오파나맥스급 선박의 최대 허용 흘수를 7월 초 50피트에서 49.5피트로 낮춘 데 이어, 7월 24일부터는 49.0피트로 추가로 내렸다. 8월 15일부터는 48.5피트로 재차 내릴 예정이다. 또 7월 말부터 예약 가능 선박 수를 하루 36척에서 34척으로 줄였다.
흘수란 선체가 물 속에 잠기는 깊이를 뜻한다. 선박에 많은 화물을 실을수록 깊이 잠기게 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선박의 적재량을 제한하는 조치다. ACP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수자원 관리 차원"이라고 밝혔다.
ACP가 수자원 관리에 나선 이유는 '슈퍼 엘니뇨'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0.5도 이상 상승하는 현상이다. '매우 강함' 단계로 분류되는 2도 이상 해수면 온도 상승 현상을 '슈퍼 엘니뇨'로 일컫는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에 따르면 올해 적도 태평양 지역 해수온은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슈퍼 엘니뇨' 기준을 뛰어넘는 수치로, 약 3.5도의 해수온 상승을 보였던 187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슈퍼 엘니뇨는 파나마 지역에 극심한 가뭄을 불러 일으키는데, 이는 물 사용량이 많은 파나마의 운하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파나마 운하는 가툰호와 알라후엘라호의 담수를 이용해 선박을 갑문으로 승강시키는 방식으로, 선박이 갑문을 통과할 때마다 대량의 담수를 사용한다.
실제로 엘니뇨 영향으로 1950년 이후 가장 심각한 가뭄을 겪었던 2023~2024년, 파나마 운하의 1일 통행 허용 척수는 정상 수준인 38척에서 22척으로까지 42%가량 축소한 바 있다. 당시 강수량은 평소 대비 약 4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에선 파나마 운하청이 이번에 내린 조치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당장의 물 부족으로 긴급하게 취한 조치가 아닌, 선제적 예방 조치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팬오션(028670) 관계자는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파나마 운하의 수위 하락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당장의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엘니뇨 심화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할 수 있는 만큼 팬오션과 HMM(011200), 현대글로비스(086280)를 비롯한 해운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의 통행 제한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 통행이 제한된 호르무즈 해협, 후티 반군의 홍해 사태로 인해 길목이 막힌 수에즈 운하에 이어 재차 주요 해상 교역로가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화물 운송 수요가 늘어날 경우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실제로 가뭄으로 인한 파나마 운하 통행 제한 및 홍해 사태로 인한 수에즈 운하 우회가 겹치기 시작한 2024년 1분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10으로 전년 동기 평균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바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파나마 운하의 통행 제한이 현실화할 경우 선박 운항에는 일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면서도 "과거 2~3년 전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의 통행 제한이 겹쳤던 시기 운임이 크게 상승했던지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슈퍼 엘니뇨 도래에 따른 파나마 운하의 흘수·통행 제한 우려가 확대하고 있어 성수기인 3분기 선사들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반사 이익을 노려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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