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조' 유럽 최대 뷰티 시장 獨 뚫는다…한국산 화장품 수입 108%↑

1~5월 한국산 4323만 유로…전체 수입 감소에도 점유율 2.0%→4.8%
국가별 8위·중국의 1.5배…더글라스 팝업엔 주말 동안 2000명 몰려

유럽 최대 규모의 독일 프리미엄 화장품 편집숍인 더글라스 전경.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독일의 기초화장품·선케어류 수입시장이 올해 들어 15% 가까이 줄었지만 한국산 수입액은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직구와 K-뷰티 전문 온라인몰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dm·로스만·더글라스 등 현지 주요 유통망으로 판매 접점이 넓어지는 흐름과 맞물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방문한 독일은 유럽 최대 화장품·퍼스널케어 시장이다. 유럽화장품협회 코스메틱스유럽은 지난해 독일 시장의 소매 판매액을 180억 유로로(29조 6787억 원) 집계했다.

전체 수입 15% 줄었는데 한국산은 두 배…점유율 5% 육박

4일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의 무역통계를 집계한 결과 올해 1~5월 독일이 한국에서 수입한 기초화장품·선케어류는 4323만 유로(약 713억 원)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74만 유로(약 343억 원)보다 108.4% 증가했다.

집계 대상은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상 피부관리 제품과 선크림 등을 포함하는 HS 330499다. 해당 통계는 지난달 16일 갱신돼 올해 5월까지의 수입 실적을 반영했다.

같은 기간 독일의 해당 품목 전체 수입액은 10억 5239만 유로(약 1조 7360억 원)에서 8억 9591만 유로(약 1조 4779억 원)로 14.9% 감소했다. 전체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한국산 수입이 급증하면서 수입시장 점유율은 2.0%에서 4.8%로 2.8%포인트(p) 높아졌다.

한국은 독일의 수입 대상국 가운데 프랑스와 폴란드, 네덜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8위에 올랐다. 7위인 스페인과의 수입액 차이는 약 136만 유로(약 22억 원)에 그쳤다.

한국산 수입액은 중국산 2838만 유로보다 52.3% 많았고 미국산 1843만 유로와 일본산 1239만 유로도 웃돌았다. 지난해 연간 한국산 수입액은 5957만 유로로 전년 대비 13.6% 증가했는데, 올해는 5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의 72.6%를 채웠다.

올해 상반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서울 중구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 타운에 진열된 화장품. 2026.7.17 ⓒ 뉴스1 김성진 기자
온라인 니치서 일상적 선택지로…현지 대형 유통망 입점 확대

독일화장품·생활용품협회(IKW)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5년 시장 분석을 보면 독일 화장품 판매에서 드럭스토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53%로 가장 컸다. 화장품 전문점은 18%, 전자상거래는 7%를 차지했다. 전자상거래 판매액은 2024년보다 22.5% 늘어 유통 채널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2025년 독일의 피부·얼굴관리 제품 매출도 전년 대비 11.1% 증가해 화장품 제품군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K-뷰티의 주력인 스킨케어 수요가 빠르게 늘고 화장품 구매의 절반 이상이 드럭스토어에서 이뤄지면서, 한국 브랜드의 성장 무대도 온라인몰에서 현지 대형 유통망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독일 최대 드럭스토어 체인인 dm은 현재 구다이글로벌의 스킨1004 제품 5종을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마다가스카르 센텔라 히알루-시카 워터핏 선은 세럼'은 소비자가 매장을 선택해 재고를 확인할 수 있다. 같은 회사가 운영하는 뷰티오브조선도 dm에서 11개 제품이 검색되며 일부 제품은 매장별 재고 조회가 가능하다.

로스만 온라인몰에서도 뷰티오브조선과 코스알엑스, 아누아 등이 판매되고 있다. 독일 화장품 전문 유통사 더글라스에서는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제품 37개가 검색된다. 스킨케어 제품뿐 아니라 '에이지알 부스터 프로' 등 뷰티 디바이스도 판매 목록에 포함됐다.

스킨1004 등을을 판매하는 구다이글로벌 관계자는 "독일 소비자는 성분과 효능에 대한 기준이 높고 제품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편"이라며 "K-뷰티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기능성 성분 중심의 제품 설계와 합리적인 가격대가 현지 소비자의 수요와 맞아떨어지면서 빠르게 신뢰를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지 소비자의 관심은 오프라인 행사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7월 뷰티오브조선이 더글라스에서 주말 동안 진행한 단기 팝업에는 약 2000명이 방문했다.

구다이글로벌 관계자는 "로스만과 더글라스 같은 현지 주요 유통 채널 입점은 K-뷰티가 온라인상의 틈새 상품에서 벗어나 현지 소비자의 일상적인 선택지로 들어갔다는 의미"라며 "샤넬과 디올 등 럭셔리 브랜드를 판매하는 더글라스에서 높은 관심을 받은 것은 K-뷰티가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브랜드와 성분 경쟁력을 갖춘 카테고리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에이피알이 독일 아마존의 스킨케어 부문 '베스트셀러 톱 100'을 자체 집계한 결과 K-뷰티 제품 25개가 순위에 올랐다. 메디큐브는 K-뷰티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8개 제품을 순위권에 진입시켰다고 한다. 제로모공패드는 스킨케어 부문 2위와 뷰티 전체 부문 5위를 기록했고, PDRN 핑크 펩타이드 세럼은 각각 8위와 14위에 올랐다.

K-뷰티 기업들의 다음 과제는 온라인몰 상품 등록과 일부 대표제품의 시험 판매를 넘어 오프라인 취급 매장과 제품 수를 늘리는 것이다. 독일 수입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K-뷰티 경쟁도 직구 수요 확보에서 현지 유통사의 선반과 재주문 물량을 확보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K-뷰티가 일부 마니아층을 넘어 폭넓은 소비자층으로 확산되는 흐름을 체감하고 있다"며 "메디큐브가 피부 고민별 기능성 스킨케어와 뷰티 디바이스를 함께 제안하고, 실제 사용 경험과 소비자 리뷰를 축적한 점이 현지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지 주요 유통 채널 입점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제품을 접하던 소비자가 오프라인에서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며 "현지 유통 파트너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판매 채널과 소비자 접점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yoonge@news1.kr